[인터뷰] 독성병리 전문가, 안전성평가연구소 한지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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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동물의 진료뿐만 아니라 진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개발하는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개발하려는 신약후보물질이 효과가 있는지 임상시험을 하기 앞서, 안전한지를 점검하는 독성병리 분야도 중요한데요,

안전성평가연구소(KIT)에서 독성병리 전문가로 일하는 한지석 책임연구원(사진)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독성병리연구그룹에 속한 한지석 책임연구원입니다.

 

Q.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독성병리 전문가로 활동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활동하시게 됐나요?

많은 수의대생 분들이 그렇듯 저도 졸업하기 전,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동물병원 임상실습도 해봤지만, 예전부터 생각했던 연구 분야가 제 적성에 맞았죠.

졸업 후 갈 수 있는 여러 연구소, 공공기관을 찾다가 공고를 보고 현재 연구소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수의과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연구소에 입사하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거의 석·박사 위주로 채용하고 있지만, 당시엔 이 분야의 관리자보단 독성병리 분야를 열심히 배워나갈 사람을 찾고자 했거든요.

연구소 측에선 병변을 해석(reading)하며 계속 트레이닝 할 사람을 찾았고, 저는 수의대에서 배웠던 병리학과 독성학의 기초가 있었기에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Q. 학부생의 관점에서 독성학과 병리학은 따로 배우는 과목이다 보니 ‘독성병리’라는 분야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집니다.

독성병리란, 어느 독성 현상을 병리학적으로 해석하는 학문입니다. 일상생활 속 의약품이나 환경 오염물질 등 안전성 평가가 요구되는 영역에서 인체에 끼치는 유해한 영향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죠.

특히 우리가 자주 들어본 전임상시험(또는 비임상시험)에서 독성병리 전문가는 동물실험을 통해 위해성 평가(Risk assessment)를 수행합니다.

단회 투여 독성 실험, 용량 결정 실험(Dose Range Finding), 가장 중요한 반복 투여 독성 실험을 통해 NOAEL(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 값을 결정하는 게 대표적인 독성 병리 분야입니다.

 

Q. 신약개발에 필요하다면 제약회사가 직접 해도 될텐데, 따로 안전성평가연구소에 시험을 의뢰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말씀하신 대로 일반 제약회사나 학술 기관도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크고, 신뢰성이 중요한 신약 같은 경우, 규제 기관의 기준에 적합한 GLP(Good Laboratory Practice) 연구소의 실험 결과가 필요합니다.

보통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이렇게 제약회사의 시험을 대행하는 기관을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라 하는데요, 안전성평가연구소가 국내에 대표적인 CRO 기관 중 하나죠.

안전성평가연구소에는 연구 부서와 독립적으로 신뢰성 보증 부서가 존재합니다. 이 부서가 GLP와 SOP 과정이 연구 부서 내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감시자 역할을 합니다.

연구자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실험을 진행하고, 마취부터 해부까지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전산 시스템에 저장합니다. CRO 기관으로 이런 규모와 시스템을 갖춘 기관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죠.

Q. 수의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요?

실제로 수의사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직책인 SP(Study pathologist)가 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역할이기도 하죠.

SP는 모든 병리학적 판단을 내리는 주체입니다. 다른 기초과학 분야와 달리, 수의사는 해부, 생리, 조직, 병리학적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어요. 이는 좋은 SP의 역량으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반복된 훈련과 경험을 통해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결과가 개체 차이로 일어난 변화인지 독성에 의한 변화인지 구별하고, 그 결과를 해석·판단해 책임지는 것이 SP의 일입니다

 

Q. 현재 일을 하시며,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평소에도 안전성평가연구소가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방안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성과로 나타나면 보람이 있어요.

그래도 한 사례를 꼽아 보자면, 보통 위독한 환자들에게 쓰이는 연구자 임상시험에 필요한 독성 보고서를 계획보다 빨리 제출한 적이 생각나네요.

사실 이런 경우가 흔치는 않은데, 현재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의 아버지가 수소문 한끝에 약물 허가에 관한 이 보고서가 빨리 필요하다며 투병하는 환자의 사진과 함께 연구소측으로 부탁하셨습니다.

사연을 듣고 너무 가슴이 뭉클하고, 안타까워 주말까지 출근하며 보고서를 서둘렀죠. 보고서를 낸다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저희로서야 알 수 없었지만, 그러던 차에 장문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정말 고맙다는 말과 함께 환자를 위해 같이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죠. 직접적으로 감사 인사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Q. 안전성평가연구소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안전성평가연구소는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 YS(Young Scientist)포닥, 체험형 인턴 등 다양한 경로로 입사할 수 있습니다. 수의대에서도 몇몇 대학교에서는 현장 실습을 오기도 합니다.

후배분들은 여러 생각이 많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시기에 그랬죠. 시대마다 체감하는 흐름은 다르겠지만, 그 흐름에 연연하지 말고 한 번씩은 경험해 보는 것이 좋아요. 그 속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의지를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연구직은 막연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너무 겁먹지 말고, 어떤 일을 하든 본인이 배웠던 것이거나 배우게 될 능력이라 생각하고 도전하면 좋겠어요.

박성은 기자 stareunss@naver.com

[인터뷰] 독성병리 전문가, 안전성평가연구소 한지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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