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보험 3년간 2배 넘게 성장, 200억원대 진입
보험가입률 1% 안팎으로 추정..활성화 방안과 그에 따른 우려는
국내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이 연간 2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추정 가입률은 1% 안팎에 그쳐,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연구원 김경선 연구위원은 반려동물보험 시장 현황과 활성화 과제를 조명한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10일 발표했다.
1위 펫퍼민트가 80% 점유
동물진료 통계 부재가 한계 요인
보고서는 국내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을 지난해 10월 기준 0.8%로 추산했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정한 국내 개·고양이 사육두수가 743만마리인데 반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반려동물보험 계약건수는 6.1만건에 그친다는 것이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조사된 반려동물 양육가구수(312.9만가구)를 기반으로 추정된 개·고양이 사육두수 390만마리를 기반으로 계산해도 가입률은 1.5%에 그친다.
반려동물보험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다.
2017년 3개사에 불과했던 반려동물보험 판매사는 올해 11개까지 확대됐다. 2019년 92억원이었던 보험료 규모는 2021년 216.9억원으로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일부 기업에만 집중됐다. 선두기업인 메리츠화재 펫퍼민트가 원수보험료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상위 5개사 차지하는 비중이 99.6%에 달한다.
보고서는 “상당히 비경쟁적인 시장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소액단기전문 보험회사, 반려동물보험 특화 보험회사의 시장 진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반려동물 진료에 대한 통계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동물병원마다 진료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나 용어·코드가 달라 양질의 통계를 집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동물병원이 진료과정에서 생성하는 진료기록은 각 병원에 파편화되어 있다. 가령 슬개골탈구 수술이 국내에서 연간 몇 건이나 시행되는지, 나이대별로 슬개골탈구의 유병률은 어떠한지, 수술을 포함한 치료비용은 대체로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통계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인 보험료·보상한도를 산출하거나 신상품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동물병원 네트워크 만들어 손해율 관리?
불법 유인행위·담합 우려
보고서는 ‘보험사와 동물병원의 네트워크 형성’을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동물병원 경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네트워크에 편입된 동물병원에는 진료비 협상과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하여 손해율을 관리하는 방안이다.
과잉진료나 부정청구가 확인된 동물병원은 제휴를 해지하는 방식으로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동물병원에 가야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거나 이용상의 편의를 얻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면 불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의사법상 금지된 유인행위이거나, 공정거래법상 담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도 이 같은 불법 우려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표준코드 통계생산 필요하지만..일선 부담 피해야
보험심사 위한 진료기록 공개, 공감대 형성이 우선
‘진료체계 표준화’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질병명·진료행위의 명칭·코드를 표준화해 이를 동물병원이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진료 정보 표준화’ 연구용역을 통해 개발된 질병명 3,774개 및 진료행위 4,929개의 표준명칭·코드를 개발한 바 있다.
표준화된 틀에서 생성된 진료기록을 모아 통계화하면, 이를 기반으로 보다 발전된 반려동물보험 상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이 일선 동물병원에 규제 부담을 지우는 쪽으로 추진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 보이콧에서 확인됐듯, 별다른 경제적 이익 없이 요구되는 추가 행정부담은 일선 병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청구전산화 등 진료기록에 기반한 보험금 지급심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현재 반려동물보험 보험금 청구는 보호자가 동물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료비 영수증을 보험사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병원에 따라 세부내역별 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료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보니 명확한 손해사정이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진료행위 및 진료비 적정성에 대한 외부 판단 가능성 등을 이유로 청구전산화에 대한 수의사들의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이를 해소하려면 수의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험사가 수의사 등 전문인력과 투명한 손해사정 기준을 마련해 일선 수의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