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 앞세워 동물약품 산업 쉽게 진출하려는 인체 제약사

한국동물약품협회, 정기총회에서 총리실 규제개선 대응상황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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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용의약품을 동물에 사용 시 겸용의약품을 허용해서 별도의 허가 절차를 생략하자”

“인체용의약품 제조시설과 동물용의약품 제조시설을 공동사용하자”

‘규제개선’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일부 인체용의약품 제조회사가 동물용 시장 진출을 위해 주장하는 내용인데, 동물용의약품 업계가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전면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국동물약품협회(KAHPA, 회장 정병곤, 사진)가 23일(목) 2023년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총리실 규제개선 대응상황이 공유됐다.

동물병원에서 동물 진료에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

‘인체용의약품 허가기준이 동물보다 엄격하니 재허가 생략해달라’는 제약사

동물병원은 동물 진료에 인체용의약품을 많이 사용한다. 동물용으로 별도 허가된 제품이 없거나, 같은 성분의 동물약품이 있더라도 가격이나 유통 등의 이유로 인체약을 쓰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동물 직접 진료에 인체약을 쓸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고 있다.

현재 인체용의약품과 동물용의약품의 인·허가 절차는 이원화되어 있다. 인체용은 식약처, 동물용은 검역본부 소관이다.

그런데 일부 인체용의약품 제조사에서 인체약을 동물에 사용할 때 인·허가를 생략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미 동물병원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인체약의)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됐고, 인체용의약품 허가기준이 동물용보다 엄격하기 때문에 동물약 출시를 위해 또 한 번 인허가를 받는 게 이중 규제라는 것이다.

한국바이오제약협회, 총리실에 규제개선 요청…2014년 이후 벌써 3번째

한국바이오제약협회는 지난해 9월 총리실에 ‘동물약품 제조업 진입을 위한 허가 및 시설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규제개선을 요청했다.

인체용의약품 업계의 (동물용의약품 관련) 규제완화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과 2016~2018년에도 논의되었으나 최종 결론 없이 중단된 바 있다.

동물약품업계는 인체제약회사의 규제개선 요청에 ‘전면 반대’하고 있다.

지금처럼 별도의 동물약품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동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다.

또한, 대부분의 동물약품 업체가 영세한 상황에서 대형 인체용제약사가 손쉽게 동물약품 업계로 진출하면 기존 동물약품 업체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침해 사례’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동물약품협회, 탄원서 제출·총리실 방문 설명 등으로 대응

총리실, 규제 심판회의 개최…곧 최종 결론 나올 듯

동물약품협회는 바이오제약협회 규제개선 요청 이후로 탄원서 3회 제출, 총리실 방문설명 2회, 긴급이사회 및 자문위원회 개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본 입장은 ‘전면 불가’다. 아무리 이미 사용하고 있는 성분이라도, 수의학적 학문·전문성에 기반해 안전성·유효성 등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달리 개, 고양이, 소, 돼지, 닭, 오리 등 축종별로 약품의 위해성, 사용량이 달라지고, 자칫 잘못하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게 동물약품 업계 입장이다. 행정절차 편의성을 위해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안정화된 제도를 없애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분위기상 ‘겸용의약품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인체용과 동물용의약품 제조시설을 공동사용하는 방안은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

총리실은 이 문제를 놓고 지난달 ‘규제 심판회의’를 개최했다.

총리실이 제시한 안은 ▲인체·동물용 모두 사용 가능한 유효성분을 포함하는 의약품에 대해 허용 ▲인체·동물용 모두 사용 가능한 유효성분을 포함하는 의약품 중 반려동물에 대해 허용 ▲동물용으로 아직 허가받지 않은 유효성분을 포함하는 의약품에 대해 허용 3가지였다.

동물약품협회는 3가지 안에 모두 반대하고, 꼭 투표할 거라면 ‘반려동물용 신약에 한정해서 허용하는 방안’을 4번째 안으로 제시했으나 규제위원들은 “규제개혁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며 4번째 안에 반대했다.

현재 총리실은 3가지 안 중에서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인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약품협회는 회원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이 날 총회에서는 2022년도 사업보고 및 수지결산안과 2023년도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안이 의결됐다.

코미팜 이상호 이사, 고영훈 고려비엔피 과장, 박성진 제일메디컬코퍼레이션 부사장, 김새진 중앙백신연구소 대리, 대상 유주현 과장은 2022년 동물용의약품 수출 유공 표창을 받았다.

동물약품협회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는 만큼, 올해 해외시장 개척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전시회 한국관 단체참가 4회, 시장개척단 파견 2회, 민관 공동 수출시장 현지조사 2회, 해외 마케팅 지원 사업 등을 펼칠 예정이다.

규제개선 앞세워 동물약품 산업 쉽게 진출하려는 인체 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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