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활성화? 진료부 공개하라 떼쓴다고 되지 않아”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 열려
보험연구원이 4월 28일(금)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박소정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가를 만들어라’, ‘진료부를 공개해라’라고 떼쓸 게 아니라 해외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수의료계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보험연구원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가 후원했다.
반려동물 보호자의 상당수가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펫보험 가입률은 약 1% 수준이다. 스웨덴(40.0%), 영국(25.0%), 노르웨이(14.0%)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10개 정도의 펫보험 상품이 출시되어 있으나, 2023년 2월 기준 보유계약 1천건 이상을 유지하는 보험사는 6곳 뿐이다. 2022년 연간 국내 펫보험 시장규모(원수보험료)는 총 28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커졌지만, 상위 1개사(메리츠화재)가 225.1억원으로 전체 78.3%를 차지했다.
세미나에서는 ①반려동물보험과 인슈어테크(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②반려동물보험의 실효성 강화(강상욱 삼성화재 수석) ③반려동물보험 인프라 및 제도개선의 필요성(이은주 메리츠화재 수석) ④반려동물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발표가 진행됐다.
업계, 동물등록 활성화 및 규제완화 요구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는 “국내 펫보험은 지금까지 시장 진입과 철수만 반복해오다 보니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었다”며 ▲펫보험 전문회사와 국내 맞춤형 보험상품 ▲표준수가 등 정보의 시장 공급 ▲편리하고 혁신적인 보험서비스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의 이은주 수석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펫보험은 인보험보다 단순한 상품인데, 복잡한 인보험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어 영업 활성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수석에 따르면, 적은 수수료 때문에 판매 유인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설계사 자격증이 있어야지만 펫보험 전문 판매원을 할 수 있으며, 1회 대면 마케팅이 의무화되어 있는 등 펫보험에 인보험 수준의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세미나 후에는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박소정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강환구 세명대 교수, 김세진 농식품부 과장,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 이준석 반려동물경제인협회 사무국장,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주병권 손해보험협회 부장, 황기현 금융감독원 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천편일률은 담합이고 천차만별은 탐욕인가”
“펫보험 활성화된 나라 중에 표준수가제 도입 국가 없어“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은 “진료비 관련 논의의 최종 종착점은 수의사”라며 “결국 수의사에게 의무가 부과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표준수가제, 동물진료부 공개 등 수의사의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하는 정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 총장은 “천편일률은 담합이고 천차만별은 탐욕”이라고 반문하며, 기존에 존재하던 동물진료수가를 정부가 없애서 진료비를 통일하면 담합으로 과징금이 부과되는데, 다른 쪽에서는 진료비가 병원마다 다르다고 지적하는 모순된 상황을 지적했다.
진료부 공개에 대해서는 “보호자의 알 권리 충족에는 동의하지만, 정보가 공개됐을 때 수의료 체계를 무너뜨리고 부작용이 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여전한 동물 자가진료,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우 총장은 특히 “펫보험이 활성화된 나라도 진료부 공개나 표준수가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며 수의사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근본적인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두 번째 발제를 진행한 강상욱 삼성화재 수석 역시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 잘되어 있다 보니, (펫보험 활성화의) 전제조건으로 진료비 표준화를 많이 얘기하는데, 실제 펫보험이 활성화되어 있는 선진국에서 진료비 표준화가 되어 있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강 수석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적절한 보험료의 상품과 보상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공동 대비 개념의 공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가 만들어라, 진료부 공개하라 떼쓸 게 아니라 선진국 성공사례 잘 참고해야”
우 사무총장의 발언 이후 토론회에서는 수의계와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토론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보험경제학자 박소정 교수(서울대 경영학과)는 “보험경제학자로서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정보비대칭 문제”라며 “해외 성공사례에서 청구 단순화의 편리함만을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정보의 비대칭을 풀었는지를 잘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처럼 ‘수가 만들어라’, ‘진료부 공개하라’라고 떼 쓰는 게 아니라 (미국 Trupanion의 경우) 네트워크 병원과 협력관계를 만들어서 매끄럽게 사업을 진행하고, 그 안에서 도덕적해이도 해소했다”며 “우리는 시장을 통해서 문제를 풀지 않고 규제 차원에서 접근하니까 ‘줘라’, ‘못 준다’ 수준의 다툼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어떠한 방식이든 수의료계와의 협력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펫보험활성화TF를 운영 중이다. TF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펫보험업계 등이 참여하고 있다. 펫보험 활성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