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노인가구 증가, 반려동물 시장 성장요인인가 저해요인인가
개체수 증가 둔화 전망에도 연관산업은 성장 기대..통계 기반, 실증 인프라 필요하다
국내 반려동물 사육과 연관산업 규모가 다소 완화된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기반부터 마련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뒷받침할 실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어민신문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4일 서울 aT센터에서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반려동물 사육규모부터 정확한 통계가 없다
이날 전문가들은 국내 반려동물 연관산업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로 제시된 반려동물 사육규모부터 달랐다.
농촌경제연구원 황윤재 선임연구위원은 유로모니터 자료를 인용, 2022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사육규모를 474만마리로 제시했다. 반면 김현우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장은 2022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수를 602만 가구로 추정했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313만 가구로 조사됐던 것과도 차이가 크다.
황윤재 연구위원은 “반려동물 연관산업에 대한 정기적인 조사나 통계가 없다 보니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연관산업 현황을 제시할 때 해외 조사기관의 자료를 인용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김기현 건국대 교수도 관련 연구를 할 때의 어려움으로 통계치 부족을 꼽았다.
황윤재 연구위원은 유로모니터 자료를 인용해 2022년 기준 474만마리던 국내 반려동물 양육규모가 2028년 543만마리로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기준 163만마리부터 성장했던 것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된 속도다.
미국도 반려묘가 더 많아져
1인가구∙고령화가 반려동물 사육 늘린다?
일본은 개체수 감소, 산업규모 성장
국내 반려동물 사육은 아직 개 위주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조사된 개 사육가구는 228만가구로, 고양이 사육가구(57만)의 4배에 달한다.
해외는 고양이가 강세다. 일본은 2014년 고양이 개체수가 개를 앞지른 후 사육규모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미국도 양육가구수로는 개가 더 많지만, 개체수로는 고양이가 개를 추월했다. 미국의 2022년 기준 반려묘 사육규모는 8,994만마리로 반려견(8,946만)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미국, 유럽, 중국에서 반려동물 사육규모가 증가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일본의 반려동물 사육규모는 2013년 1,712만마리에서 2022년 1,589만마리로 줄었다. 일본 특유의 좁은 주거환경과 인구 고령화 등이 요인으로 꼽혔다.
1인가구, 노인가구 증가는 그간 반려동물 성장세를 기대하는 근거로 쓰였다. 가족이 줄어 외로우면 반려동물을 더 기르게 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202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다르다. 1인가구, 노인가구 모두 반려동물 양육비율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60대 이상 고령자 가구의 반려동물 보유가구비율은 13%로 전체 평균(15%)보다 낮았다. 1인가구의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9.8%에 그친다.
심해지는 국내 저출산∙고령화가 반려동물 사육규모 증가를 억제할 수도 있는 셈이다.
김현우 팀장은 “반려동물 개체수가 늘어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용품 다변화, 헬스케어 발전 등으로 연관산업은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황윤재 연구위원도 “여러 펫테크 서비스가 출현하는 것은 1인가구나 고령화 추세에 맞춰 보다 편하게 반려동물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측면도 있다”며 “국내 반려동물 연관산업은 당분간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2천년대 초반에는 동물병원 내원의 대부분이 어린 반려동물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노령동물이 대부분”이라며 “동물병원에서는 어린 반려동물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7년까지 반려동물 연관산업 실증 인프라 구축
내년 연관산업 수출지원 예산 18억원 반영 전망
이날 황 위원이 유로모니터 자료를 인용해 제시한 국내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원이다. 글로벌 연관산업 시장규모는 210조원이다.
펫푸드 무역수지 적자 해소와 더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의 목표다.
김현우 팀장은 반려동물 연관산업에 특화된 제도적, 통계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연구-실증-상품화를 연계하기 위한 거점 인프라 ‘원 웰페어 밸리(One-Welfare Valley)’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로얄캐닌, 마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연구센터를 두고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개발하는 제품을 반려동물들이 잘 먹고 잘 쓰는지를 시험해볼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원 웰페어 밸리 설립계획 수립 및 글로벌 시장 조사 등을 위한 연관산업 육성예산 18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김현우 팀장은 “이르면 내년, 늦으면 내후년까지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법을 제정해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