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물약품협회(KAHPA, 회장 정병곤)가 9일(화) 오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2024년도 신년 교례회 및 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동물용의약품 업계 관계자들과 한태호 대한수의사회 수석부회장, 김옥경 전 대한수의사회장,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실장,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차관 등이 참석했다.
동물용의약품등 수출에 기여한 업체 및 개인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업체에서는 고려비엔피와 메디안디노스틱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받았고, 개인에서는 대성미생물연구소 송진우 부장과 녹십자수의약품 김남형 이사가 장관상을 수상했다.
가축방역에 기여한 우성양행과 이엘티사이언스에게도 장관상이 수여됐다.
동물약품협회는 자문위원회에 앞서 ‘SWOT 분석 통한 우리나라 동물약품산업 발전방안’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국내 동물약품시장 최근 5년 성장률 4.9%…산업동물은 정체, 반려동물은 성장
전문인력 부족 및 선진국과의 GMP 격차는 약점, 동물약품 정책 강화·반려동물시장 성장은 기회
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동물용의약품산업은 최근 5년간 4.9% 성장했다(수출 6.9%). 산업동물용 시장은 정체하고, 반려동물용 시장은 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반려동물용의약품 시장에서는 관절, 비만, 치매 등 다양한 신약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아프리카돼지별병(ASF), 럼피스킨병(LSD) 등 국내에 유입된 새로운 가축전염병 대응을 위한 기술개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기술개발 수요 증가와 기술력이 향상되는 것은 동물약품산업이 가진 장점이다. 좋은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국산 돼지 써코백신이 지난해 10월 중국농업부 품목허가를 받았고, 12월에는 동물용 무균 액상 주사제가 처음으로 유럽 수출에 성공했다.
반면, 여전히 신약 R&D 투자·지원이 미흡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며, 선진국과의 GMP 격차가 나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각 국가의 기술력 향상과 자국보호정책은 국내 동물용의약품 수출에 위협요소가 되고 있으며, 인체용의약품 제조시설에서 반려동물용의약품 제조 허용 등 인체제약사의 동물약품 시장 진출도 기존 업계의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 동물약품 수출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라이신(원료)의 경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등에 따라 수출량이 급감했다.
다만, 정부의 동물약품 지원 정책이 강화되고, 재난형 동물감염병 발생이 증가하며, 반려동물약품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기회요인이다. 정부는 동물약품종합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 그린바이오산업 육성대책, K-FOOD+ 수출확대 추진정책 등을 펼치며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과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농산업수출지원단도 지난해 확대 발족했다.
동물약품협회는 ▲산업 발전 방안 로드맵 작성 ▲민관 협업을 통한 R&D 강화 ▲수출 확대 등을 통해 동물약품산업 발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협회장은 “코로나, 원료난, 물류난 등과 라이신 수출량 급감 등으로 동물약품 업계에 어려움이 많았고, 경제불황, 대기업의 시장진출 등 올해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서 산업 발전과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문위원회에서는 동물약품 인허가 절차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호서대 정상희 교수는 “검역본부의 동물용의약품 인허가 절차가 매우 느리다. 연구가 연구로 끝나고 (신약)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검역본부의 부족한 인력과 조직은 이해하지만, 동물약품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인허가에 대한) 규제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인허가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혀 다른 나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옥경 전 대한수의사회장도 이에 동의하며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데 검역본부의 (동물용의약품 인허가 관련)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다. 동물약품부 설립을 추진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정희 검역본부장은 “인허가 절차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 (인허가 절차 개선이) 동물약품 업계 숙원사업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속도만 낸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 근거와 데이터가 필요한 일”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제도 선진화가 필요하다. 동물약품 관련 조직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최소인원으로 운영 중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볼 테니 업계 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