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나오나..국내 임상시험 승인
원자력연구원, 싸이로키티 주사액(I-131) 개발..충북대 동물병원에서 임상 후 2025 출시 목표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을 원천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이 국내에서 나올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최초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인 갑상샘기능항진증 치료제 ‘싸이로키티 주사액(I-131)’의 임상시험 계획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승인받았다고 20일 밝혔다.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 환묘를 대상으로 진행될 임상시험은 충북대 동물병원이 맡는다.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2025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갑상샘기능항진증(갑상선기능항진증, 갑기항)은 당뇨와 함께 고양이에서 흔한 내분비 질환으로 꼽힌다. 10세 이상 노령묘의 10%에서 갑상샘기능항진증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악성 종양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양성으로 비대해진 갑상샘에서 갑상샘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며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활동성과 음수·배뇨가 증가하면서 체중이 감소하고 구토·설사 등 비특이적 증상을 보인다.
그간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치료법은 방사성 동위원소(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수술적 제거, 항갑상샘 제제의 내과적 투여다. 항갑상샘 제제를 투약으로도 잘 관리되는 질환이지만, 고양이에게 매일 약을 먹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원자력연구원은 “미국 등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치료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반면, 국내에서는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이 도입되지 않아 항갑상샘제를 평생 매일 투약하거나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연구원 임재청 박사팀은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인 방사성 요오드(I-131) 투여량과 방법을 확인해 동물용의약품 제조기준에 따라 싸이로키티 주사액을 개발했다.
싸이로키티 주사액을 투여하면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샘에 농축 흡수된다. 비정상적인 갑상샘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데, 1회 투여만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원자력연구원은 2018년 기초연구로 가능성을 확인한 후 202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전주기산업화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엘씨젠(대표이사 이미영) 및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번에 승인받은 임상시험은 오는 6월부터 충북대 동물병원에서 진행된다. 충북대 동물병원 핵의학과는 2018년부터 고양이 갑상샘기능항진증 환묘를 대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임상시험은 1년간 반려묘 약 40마리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충북대 동물병원 핵의학과 강병택 교수는 “치료 전 임상시험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동의한 보호자 분들에 한해 진행된다.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존처럼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면 품목허가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국내 1호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으로 2025년까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동물용의약품 시장으로의 수출도 타진한다.
정영욱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장은 “이번 임상시험 승인을 통해 치료 효과가 좋은 동물용 방사성의약품을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강병택 교수는 “방사성의약품은 표적 치료와 진단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체의학에서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번 임상시험으로 반려동물에서 방사성의약품인 요오드 치료제의 유용성과 안전성을 확인하여 국내에서도 고양이 갑상샘 질환에 대한 요오드 치료가 보편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