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펫케어 제품, 동물병원에서 판매되게 해야죠” 케어펫의 두 수의사를 만나다

영양제·보조제 온라인 유통 비중 커지는 가운데, 동물병원 입점 서비스 '케어펫' 시작한 최규선·박정석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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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원펫 최규선 대표(수의사), 박정석 수의사

동물병원을 통한 반려동물 영양제·보조제·사료 유통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유로모니터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펫케어 시장의 유통채널 비중은 온라인(전자상거래)이 6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동물병원은 단 7%에 그쳤습니다.

많은 동물병원이 일부 처방식·동물병원 전용 제품 이외에 다른 제품 판매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으며, 온라인 시장에서는 펫케어 제품의 과장·과대·허위 광고가 넘쳐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증된 펫케어 제품이 동물병원을 통해 올바르게 유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원펫의 ‘케어펫’입니다. 데일리벳에서 반려동물 보호자, 수의사, 제조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최규선 대표(수의사)와 박정석 수의사를 만나봤습니다.

(규선) 원래 공대를 다니다 적성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고등학교 선생님과 상담하다 수의대를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였고 의미 있는 직업이라 생각하여 수의사의 길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정석) 저는 어렸을 때부터 생물학과 화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제약업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루트는 아니지만 수의사가 제약업계에서 가질 수 있는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수의대에 입학하였는데, 다니다 보니 임상의 매력을 깨달아서 임상수의사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반려동물을 많이 키웠던 터라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항상 있었고, 임상수의사야말로 내가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을 대학에 다니면서 하게 되었습니다.

(규선) 내가 좋아하면서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항상 찾아다니던 학생이었습니다. 버려진 동물들을 위한 수의사회에 학생으로서 봉사활동에 참가하였고, 그 후에 건국대의 봉사활동 동아리 바이오필리아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바이오필리아 경험이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바이오필리아 초기에는 정말 모든 일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져서, 이를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제가 졸업한 후에 저와 뜻이 같은 후배들이 제가 만든 시스템을 이용하여 저보다 쉽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스템을 만들어서 내 뜻과 의지를 남기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정석) 수의대를 다닐 때는 본과 3학년까지만 해도 임상보다는 비임상 연구 쪽에 관심이 많아서 자교의 약리학 연구실에서 실험을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본과 4학년이 되면서 로테이션 실습을 하고 실제로 임상을 경험해 보고 진로를 임상수의사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 창업에 대해서는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살다 보니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규선)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군수의관으로 근무하였습니다. 군견들을 진료도 보고, 다른 예방 업무도 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조금 일을 만드는 타입인 것 같아요. 군견 중에서 50% 정도가 진료가 필요한 아이들이고,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것을 알게 되어서 환견관리시스템을 공군본부 측에 건의하였고 제가 있는 동안 군견관리 관련규정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나가고 나서는 다시 규정이 사장됐다고 들어서 조금 슬펐습니다.

(정석) 졸업 후에는 여느 남자 수의사들처럼 공중방역수의사 3년을 충실히 수행하였고, 로컬 병원에서 임상 수련을 한 후 1인 병원을 개원하였습니다. 이제 개원한 지 2년이 되어가네요.

(규선) 군에서 환견관리시스템을 기획하면서 동물병원을 자주 찾아가서 원장님들과 많이 교류했습니다. 이때 동물병원의 관리시스템보다 ‘반려동물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MBA에 가면 내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MBA 과정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나 MBA 예비 학생을 위한 수업을 들었는데, 제 생각과 다른 수업이라서 당황했었고, 마침 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친구들이 생겨서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정석) 저는 최규선 수의사가 창업한 원펫이라는 회사에 중간에 합류하였습니다. 처음 일을 함께 시작한 것은 2022년 8월부터입니다. 같은 학교 동기가 “재미있는 일을 하는 형이 있다”고 소개해 줘서 처음 만났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사업 내용도 규모도 지금과 완전히 달랐지만, 저희의 목표 자체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 그리고 수의사가 모두 이롭고 행복한 방향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보고 싶습니다.

(규선) 케어펫은 저희의 목표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케어펫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찾고 있는 보호자, 좋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제조사, 어떤 제품이 좋은 제품인지 검증하기 어려워 혼란스러운 수의사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케어펫은 반려동물 시장에 나와 있는 많은 상품을 검증하고, 그중 동물병원에 입점하여 보호자들에게 추천해 주어도 괜찮은 좋은 상품을 선별하여 동물병원에 입점을 제안합니다. 동물병원에서 입점을 수락하면 제조사에서는 동물병원 내의 공간에 제품이 진열되고 판매되는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 과정에서 동물병원은 이전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수익을 얻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동물병원 공간 수익화”라고 부릅니다. 최근 유행하는 팝업스토어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동물병원은 새로운 수익원을, 제조사는 동물병원 입점을 통한 광고 효과를, 소비자는 검증된 좋은 상품을 추천받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정석) 맞습니다. 제가 개원하고 실제로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동물병원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와 기대가 상당한데, 이러한 부분을 이용하여 동물병원 마케팅을 해서 제품의 신뢰도를 쌓은 후 동물병원을 버리고 인터넷으로 판로를 바꿔 이득을 취하는 제조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는 동물병원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비자와 제조사에도 모두 좋지 않은 사업방식입니다.

기술은 발전하고 점점 더 좋은 상품이 출시되는데 최저가 마케팅으로 이미지가 소비된 브랜드는 점점 시장 지배력을 잃게 될 것이고, 신제품의 개발을 하여도 이미 신뢰를 잃은 제조사는 동물병원에 입점이 어려우니 개발하는 신제품마다 실패를 겪게 됩니다. 만드는 상품마다 실패를 경험하는 제조사들은 추가적인 상품개발에 소홀해지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더 좋은 상품을 소비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저는 제조사, 수의사, 소비자와의 상생만이 반려동물 업계를 더 발전시킬 수 있고, 나아가 K 열풍에 힘입어 글로벌 판로를 뚫는 브랜드가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규선) 입점하는 제품에 대해서 1차적으로 저희가 제조 성분과 제조공장 등에 대한 정보를 모두 조사하여 안전한 성분만 들어있는지, 영양 성분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제조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공장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합니다. 이후 1차 검증에 통과한 상품에 대해 온라인 체험단을 모집하여 검증합니다. 제품에 대해서 가장 잘 평가해 줄 수 있는 소비자들을 모으고, 그 결과를 취합하여 최종적으로 동물병원에 입점할지를 결정합니다.

(규선) 팁스는 2년 동안 최대 7억 정도의 자금을 사업화 역량이 있는 기술 기업에게 지원하는 정부지원사업입니다. TIPS에서 저희 기술력을 인정해 주시고, 저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도 혁신적이라고 평가해 주셔서 지난달(6월)에 선정되었습니다.

(규선) 제가 함부로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창업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창업하지만, 투자를 받고 정부 지원을 받는 순간, 사업을 위한 일이 아닌, 대표자로서의 일을 해야 합니다. 보통 그런(!) 일을 오후 6시 전까지 하고, 그 후에 밤늦게 사업을 위한 일을 합니다.

친구를 만나기도 힘들고, 연인관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데, 내가 재밌는 일 하자고 부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최근에는 통장에 들어와야 하는 지원금 7천만원 정도가 안 들어와서, 팀원분들 월급이 늦게 지급되었는데요, 그 스트레스는 정말 대단합니다.

그래도 창업을 하고 싶다면, 일단 창업 아이템에 대해서 본인이 공급자이기 이전에 소비자여야 합니다. 그것도 열과 성을 다하는 소비자여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을 모으면 돈이 될 거야’라는 마인드로는 지원도 투자도 받을 수 없으며, 함께하는 모두가 힘들어집니다.

세 번째로 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충분히 확장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똑똑하고 열의 있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고, 지혜롭고 창업자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투자자와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월급 받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관련 업무에 대한 경험을 쌓으시길 바라며, 충분한 각오가 되기 전에는 창업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초기 투자와 팁스까지 받은 기업이 스타트업 중에서 1%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석) 최규선 수의사님은 전업으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다면, 저는 동물병원 운영과 사업을 병행하여 오는 힘든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제가 수의사인지 MD인지 연구자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웃음). 만약 저처럼 겸업을 하시려는 분들이 있다면 꼭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면 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를 관리하기가 힘드실 수 있습니다.

(규선) 안타깝지만 반려동물 시장은 아직 엉망인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수의사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한 영역들이 많습니다. 지금의 케어펫 서비스처럼 수의사들이 반려동물 시장과 보호자들을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함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 삶의 안락함보다도 행복한 일을 하는 게 더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죽을 때 미련 남지 않도록 행복한 일들을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정석) 반려동물과 보호자 그리고 수의사가 모두 이롭고 행복한 방향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보고 싶습니다. 좋은 상품이 최고의 대접을 받고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정신과 사업 내용에 관심이 있으신 원장님들, 관계자분들은 언제든 편하게 연락하여 주시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가정의 평화와 건강…? 그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느낍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

“좋은 펫케어 제품, 동물병원에서 판매되게 해야죠” 케어펫의 두 수의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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