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오리협회 오리 수급조절, 담합 아니다’

농축산물 수급조절에 경쟁제한성·부당성 인정하지 않은 전향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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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신선육 생산 계열화사업체와 오리협회가 종오리 수급을 조절해 생산량을 제한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담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산품과 달리 농축산물은 가격변화에 대응해 공급량을 유연하게 변동시키기 어려운만큼 오리 신선육 공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이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 개선에 노력해 가격안정을 도모하도록 하고, 오리협회를 포함한 농어민 자조조직의 활동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6일 성실농산 영농조합법인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성실농산)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오리 신선육 가격 인상과 생산량 제한을 담합했다며 성실농산을 포함한 9개 오리 신선육 제조·판매 계열화사업자와 한국오리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6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2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오리 신선육의 가격 및 생산량을 합의했다는 것이다. 새끼오리 입식 물량을 감축하거나, 종오리·종란을 감축·폐기하는 방법으로 오리 신선육 생산량 제한을 합의해 실행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공동행위가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을 따른 정당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위 행위와 관련해 정부의 오리 신선육 생산조절·출하조절 명령이 이뤄진 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불복한 성실농산이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법은 성실농산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농축산물의 수급·가격변동이 일반 공산품과 다르다는 점을 지목했다. 가격변화에 대응하여 공급량을 변동시키기 어려운데 반해, 가격에 따른 수요 변화량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가격이 좋지 않다고 기르던 닭이나 오리의 성장을 잠시 멈출 수는 없다. 적정 체중에 도달하면 시세가 좋지 않아도 출하해야 한다.

때문에 농축산물이 시장에 과잉공급되면 시장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짧은 오리 신선육이 과잉공급되면 폐기하거나 냉동보관으로 이어지며 손실이 발생한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생산자는 이탈한다. 감당해낸 일부 대형 사업자만 남아 독과점으로 흐르거나, 이후 뒤따라올 생산부족으로 인해 수입의존성도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제한하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경쟁제한 효과만 발생하는 경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생산량 제한행위는 오리 신선육 시장가격이 적어도 생산원가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여 오리 신선육 사업을 지속·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오리 신선육 시장가격을 부당하게 상승시킬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생산량 제한에 참여한 것 이외에 가격인상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서는 성실농산이 가담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21년 7월 세종 농식품부 청사 앞에서 가금 생산자단체들이 합동으로 개최한 공정위 조사 규탄 기자회견

이번 판결을 이끌어낸 이형찬 변호사(법무법인 대화)는 “농축산업 분야의 수급조절에 대한 부당성 판단기준을 상세히 설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수급조절 필요성에 있어 공산품과 다른 축산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수급조절 행위가 농축산물 가격을 부당하게 상승시켜 공정거래를 저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축산단체인 ‘한국오리협회’를 헌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농어민의 자조조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도 의의를 부여했다.

헌법 제123조 제5항은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리협회가 수급조절에 나선 것도 오리 생산자를 보호하려는 자조조직으로서의 활동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형찬 변호사는 “공정위는 이번 서울고법 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법원에 양계, 육계, 삼계, 오리, 토종닭 등 축산단체의 수급조절 관련 사건이 여럿 계류되어 있는데, 본 판결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法 ‘오리협회 오리 수급조절, 담합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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