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의료기기·의약품 국내엔 없다시피..시장 커져야 수입 가능
국산화 우선 필요 품목선정 등 수요자·업계 정보 교류 필요
동물용의료기기 업체와 말 임상수의사가 만나 말 임상용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했다. 국내 말 임상의 의료기기는 대부분 수입제품으로 국산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동물약품협회 동물용의료기기분회는 28일 과천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에서 ‘말임상수의사회와 함께하는 동물용의료기기 상생협력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동물용의료기기 정부 담당관인 검역본부 문진산 연구관과 말임상수의사회의 손용우 수의사, 40여 개에 이르는 동물용의료기기 취급업체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동물용의료기기 업체들은 손용우 수의사의 안내에 따라 말보건원 동물병원과 재활센터의 치료설비를 둘러보고 국내 말 임상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다.
국내 말 전용제품 유통 안 돼 임상가 어려움..업계, ‘시장성 부족해 수입 힘들어’
국내 사육 중인 말은 약 3만두로 그 중 80% 이상이 제주도에 몰려있다. 하지만 치료 수요가 많지 않은 제주 조랑말을 제외하면, 경주마나 승용마 등 치료 수요가 있는 말은 1만 5천두 정도에 불과해 시장이 크지 않다. 말 임상만을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도 30명 남짓이다.
전세계적으로 야생마를 포함한 말 두수는 5천만두이며 말산업이 발달한 미국, 유럽, 남미 등지에서는 말 전용의 의료기기와 의약품, 의약외품들이 다수 활용되고 있다.
손용우 수의사는 “국내에는 말 전용제품이 거의 없어 개별적으로 수입하거나 타 축종 및 인의용 제품을 대신 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휴대용 디지털 방사선 영상장치나 사료보조제, 의약품, 하다못해 카테터까지 수요는 있지만 국내에 없어 건건이 무환수입을 시도하거나 아예 사용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손용우 수의사는 “보정틀 같이 제조에 큰 전문 노하우가 필요 없는 품목도 국내에 없기 때문에 현지가의 3~4배를 주고서라도 들여올 수 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체 측도 국산화나 수입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시장이 너무 작은 것이 문제다. 제조는 물론 수입도 품목허가나 유통에 최소 몇 천 만원이 필요한데 그에 반해 기대되는 매출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말산업 육성법 제정 등 말임상시장 성장 전망..시장 선점 검토 가능 의견도
손용우 수의사는 “최근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되고 국내 말 두수를 5년 내 10만두까지 늘릴 계획이 추진되는 등 말산업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 말은 개체치료 중심이며 말의 가치가 오르는 만큼 고급진료에 대한 수요도 커질 수 있어 관련 수의료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엘캄코바이오 김용팔 대표는 “해외 말 전용제품이 많지만 아직 국내에 수입하기에는 시장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말 사육 두수가 10만두를 넘어서고 국내 시장이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면 시장 선점을 위한 조기투자를 검토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상수의사로부터 국산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품목이 무엇인지 의견을 수렴해 업계와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동물약품협회 동물용의료기기 분회 안판순 회장은 “의료기기업 종사자로서 말 임상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역본부와 동물용의료기기 분회는 구제역, AI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울대공원을 방문해 야생동물 관련 의료기기에 대한 논의장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