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안목을 넓혀야` 조에티스 아·태 양계 마케팅 담당자 김용석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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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의사들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경로 중 하나는 다국적 기업의 해외 지사에서 근무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동남아국가의 수의사들이 아시아 국제 무대에서의 활동을 더욱 활발하다고 하는데요,

다국적동물용의약품제조업체인 조에티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양계분야 마케팅 담당자로서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용석 수의사님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150529 kys interview

Q. 언제부터 조에티스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Regional Office)에서 근무했나

2011년부터 상하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근무해 5년차에 접어들었다.

조에티스는 전세계를 미국 / 캐나다 및 남미 / 아시아태평양 / 유럽 및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나누어 4개 지역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는 담당업무 별로 싱가폴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케팅 파트는 상하이에 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대만, 중국,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100명 이상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Q.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

동쪽으로는 뉴질랜드부터 서쪽으로 파키스탄까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지역 양계분야 조에티스 제품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담당지역이 넓고 업무상 각국을 직접 방문해야 하다 보니 출장이 잦다. 머무르고 있는 상하이도 외국이지만, 근무일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보낸다.

담당지역의 국가마다 조에티스의 지사가 있다. 아태 지역본부라고 해서 각국 지사를 지배하는 구조는 아니다. 국가별 마케팅 전략을 지사가 수립하되 아태 지역본부가 지원하는 ‘Matrix organization’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아태지역 마케팅 담당자로서 일방적으로 지시하기 보다는 의견을 이끌어내고 실행력을 더해주며, 다른 곳의 성공사례를 토대로 조언하는 리더쉽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다.

Q. 해외 지역본부로 가게 된 계기와 경로를 말씀해주신다면

졸업 후 군복무를 마치고 바이엘에 입사했다. 바이엘에서 99년부터 2005년까지 근무한 후 한국조에티스(당시 화이자동물약품)로 이직했다. 그러다가 2011년 상하이의 지역본부에 지원했다.

본인과 이주용 바이엘 일본지역 본부장은 채찬희 서울대 교수님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채찬희 교수님은 우리에게 ‘한국을 벗어나 넓은 해외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종용하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교수님의 조언이 정말 감사했다. 나도 후배수의사들에게 그러한 조언을 해주고 싶다.

한국조에티스 근무 당시 모셨던 조이스, 그렉 두 사장님들도 나의 해외진출을 계속 응원해주셨다. 커리어에 도움이 되도록 신제품 런칭 등 여러 마케팅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고, 해외 근무와 연관된 기회를 계속 소개해줬다.

MBA학위도 조에티스의 지원을 받아 취득할 수 있었다.

해외 지역본부로 가는 경로는 업체에 취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원하고,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 뽑히는 것이다.

Q. 해외진출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야 할 것이 있는지?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석, 박사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언어적인 부분을 기본으로 준비하면서 지원하는 업무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었는지가 중요하다.

본인도 마케팅과 관련된 MBA학위가 있을 뿐, 석사나 박사 학위는 없다. 물론 수의학적 지식이 중요한 학술지원파트에서 일하려면 관련된 학위가 있는 것이 좋다.

Q. 타국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나?

생활에서의 불편한 점은 그다지 없다. 수의분야가 아닌 다른 업종에서도 해외 주재원에 대한 대우는 좋은 편이지 않나.

조에티스 지역본부에서도 주거나 자녀교육 등을 위한 별도의 지원이 있다.

Q. 해외로 나오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안목이 넓어지는 것이 큰 장점이다. 자신의 커리어를 키우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는 국내의 조직 안에서의 승진을 바라볼 수 밖에 없지만, 해외로 나오면 다양한 옵션이 있다.

한 국가의 시장은 크게 변화하기 힘들지만, 해외로 나와 다른 국가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장점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여러 문화권을 접하게 되면서 보다 관대해지고 폭 넓은 사고력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Q. 단점이나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일하면서 한국 특유의 경직된 사고방식 때문에 애를 먹었다.

한국 교육은 질문하길 꺼리게 만든다. ‘너는 왜 그것도 모르고 질문을 하냐’는 식의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 가서도 ‘이걸 물어보면 바보로 보지 않을까? 그냥 혼자 공부할까? 공식적인 자리에서 질문하기보다는 따로 찾아가서 1:1로 질문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대놓고 물어보는 사람, 자신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인은 90% 정도는 동의할 아이디어쯤은 되야 말할까 말까 고민하지만, 외국인은 10% 정도나 동의할까 싶은 아이디어도 그대로 제시하고 ‘잘했다’는 평을 받는다.

사실 이 점은 아직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평생 받았던 교육을 뒤집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Q.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 수의사나 학생들 중 다수가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직업’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임상수의사는 물론이고 취직을 하더라도 수의학적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마케팅 등의 분야는 수의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보거나, 자신감 없어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누구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회사에서 하란다고 해서 행복한 경우는 별로 없다. 그렇게 해서 잘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자신이 관심이 있고,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모든 수의사들이 다 똑같이 테크니컬, 학술 분야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쪽에 관심 있는 수의사들도 있다.

그런 면에서 동물용의약품 업체에서의 마케팅 업무는 두 분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제약업계에서 약사가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동물용의약품 업계에서 축주나 수의사의 요구를 빠르게 잡아내고, 제품을 보다 깊이 이해하며, 제품의 판매가능성이나 공략시장을 판단하는 것에 수의사로서의 안목이 이점을 가진다.

또한 수의학 외적인 부분의 역량은 추가로 배울 수도 있는 문제다. 나부터도 회사의 지원을 받아 MBA 과정을 이수했다.

Q. 취업을 고려하는 젊은 수의사에게 당부할 조언이 있다면.

직장생활을 하는 수의사로서 가장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인내’다. 특히 처음 취직했을 때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자기가 선택했던 첫 직장에 최소한 2~3년은 있어봐야 배울 것도 있고 자신을 평가할 수 있다.

섣불리 적성 여부를 판단하지 말라. 긴 안목으로 보면 2년이 인생에서 결코 긴 세월은 아니다. 석사학위과정이 2년인 것처럼 취업 적응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어느 자리에서건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상사에게도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다. 상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주도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상사가 자신의 커리어 발전에 어떻게 도움을 줄 지 방향성을 유도할 수도 있다.

상사만 나에게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배운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내 수의사들이나 수의대생들이 해외 활동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인터뷰이로 섭외해주신 것 같다.

사실 삼성이나 LG 등 글로벌 기업의 위상도 높아졌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 수의사라고 하면 현지인이 ‘네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전체의 이미지가 한국 수의사의 신뢰도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수의사들의 해외활동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아시아 지역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수의사는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말레이시아가 다수를 차지한다. 말레이시아는 최근에서야 수의과대학이 1개에서 2개로 늘어났지만 해외 진출 수의사 숫자만 따지면 우리나라의 수십배는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수의사들이 해외에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세계로 안목을 넓혀야` 조에티스 아·태 양계 마케팅 담당자 김용석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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