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교수와 학생들이 하나된 경북대 수의대의 날

낮에는 체육대회, 저녁에는 수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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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즐거움을 나누고 선후배간의 깊은 우정을 쌓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9월 26일(목) 이만휘 학장이 개회사로 경북대 수의대의 체육대회 ‘챔피언수 리그’의 시작을 알린다. 오늘 있을 체육대회는 홀수 학년의 청팀(예1, 본1, 본3)과 검은 옷을 입은 짝수 학년의 백팀(예2, 본2, 본4)으로 나뉘어 교수와 학생이 모든 종목에 함께 참여한다.

첫 경기는 릴레이 미션달리기, 백팀의 1번 주자가 요구르트 빨대로 콜라를 마시는 사이 청팀의 강용명 교수(조류질병학)가 결승선을 통과한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에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학생들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나에 풀고 둘에 당기는거야, 하나 둘! 하나 둘!” 교수의 진두지휘에 맞추어 학생들이 협력하며 청팀이 줄다리기에서 승리하며 앞서나간다. 왕피구에선 막상막하로 무승부였지만, 박터뜨리기 종목을 백팀이 승리하며 무섭게 따라붙는다.

어느덧 해가 중천을 지나는 점심시간, 경북수의사회와 동창회에서 후원해준 고품질 도시락이 제공됐다. 운동장 옆쪽에 준비된 동아리·학생회 부스에서 팔굽혀펴기도 하고 병뚜껑도 날리며 소화를 시키고 오후에 있을 종목들을 준비한다.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축구, 계속해서 골이 터져나온다. “곽동미! 곽동미! 거짓말이에요 말도 안 돼요!” 해설을 맡은 지상민 학생(본3)이 곽동미 교수(수의기생충학)의 헤트트릭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연륜에서 나오는 볼터치와 날카로운 슛감이 위협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에요 곽동미 선수” 마찬가지로 해설을 맡은 연재우 학생(본3)이 옆에서 거든다.

운동회의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29℃의 뜨거운 햇볕 아래 교수와 학생들의 응원은 더욱 뜨겁다. 축구에선 백팀이 이겼지만, 이어지는 족구와 단체줄넘기에서 청팀이 승리하며 승부는 기울기 시작한다.

마지막 종목인 판뒤집기를 남겨두고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종목은 다시 축구로 이번 체육대회에서 유일하게 학생들만 뛰는 경기이다. 모두의 환호성 속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소리와 함께 해설진이 소리를 지른다.

“부상! 부상! 부상이에요! 백팀에서 3명이 경기에서 빠져야 할 것 같은데요”

학생들과 함께 즐기고자 휴강을 결정하고 진심으로 체육대회에 임해준 교수들에게 학생들이 감동한 것이다. 그들은 자진해서 경기에 빠지고 교수들과 교체하며 마지막까지 교수들과 함께하길 선택한다.

축구와 마지막 판뒤집기 경기에서도 백팀이 패하며 큰 점수차로 청팀이 승리했지만, 교수와 학생들의 얼굴엔 모두 웃음꽃이 피어있다. 김참이슬 학생회장(본2)은 “오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화합이라는 것을 배웠다”며 활짝 웃는다.

“수린제 입장 시작할게요” 땅거미가 지는 저녁 모두가 기다리던 축제 ‘인수의드 아웃’이 시작된다.

협동게임 속 숨은 배신자를 찾는 ‘수의대 탈출’, 눈을 가리고 진행하는 ‘공룡탈 가위바위보’ 등 학생들이 다양한 부스를 준비했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전투력 측정’ 부스다. ‘퍽 퍽 팡 팡’ 샌드백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자신을 화나게 하는 것들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인 샌드백을 쳐 떨어뜨리면 근심을 덜게 해주는 부스이다. “스트레스가 풀려 후련하다”, “이제 좀 시원해진 것 같다” 모두들 하나같이 후련한 표정으로 부스를 나온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지고 별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 기존 체험부스들은 정리되고 요리부스가 설치된다. 중앙무대에 선 박상준 부학장(수의조직학)의 연설로 시작된다.

“교수와 학생이 진심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분들이 감동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다음 번 축제 때는 졸업생 선배님들도 모셔 화합의 축제를 열어보려고 하니 지지 부탁드립니다”

이어지는 밴드부 ‘시리우스’의 공연은 예과 1학년과 2학년이 맡았다. 귀여운 새내기들의 첫 공연 후 여유있는 선배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34기 보컬 정동현 학생(예2)이 긁는 목소리와 가성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Beautiful things’에서는 모두가 감탄하며 박수갈채를 보낸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의 장기자랑과 레크레이션이 진행된다. 장기자랑 중 눈에 띄는 것은 본과 2학년 학생회 3명으로 구성된 ‘대장팀’이다.

복고풍을 살리고자 선글라스와 스키장갑, 고무장갑으로 무장한 그들은 “수의대 장기자랑 찢어버리러 왔습니다”라는 각오를 밝히고 실제로 1등을 차지했다. 상금 15만원을 받으러 나가는 그들의 어깨는 한껏 높아져 있고, 그들의 뒤에선 셋의 이름이 끝없이 울려퍼지는 풍경이 마치 전쟁을 이기고 돌아온 영웅의 모습이다.

레크레이션이 끝났지만 그 누구도 집을 가지 않고 술자리를 즐긴다.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고 수의대 주차장의 조명은 자정까지 꺼지지 않는다. 교수와 학생들이 술자리에서도 어우러지며 평소에 나누지 못하는 사담을 나누고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는다.

행사가 끝나고 뒷정리 시간, 몸은 피곤하지만 학생들의 얼굴에는 보람찬 미소가 피어 있다. 이정현 학생회장(본2)은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한층 더 가까워져서 보람찼고, 사고 없이 모두 잘 즐겨줘서 너무 고맙다”며 행사를 마무리한다.

박성오 기자 1231billy@naver.com

[현장스케치] 교수와 학생들이 하나된 경북대 수의대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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