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질병치료보험 시범사업 개시‥실손보험형 질병치료비 보장
청주·함평 소 사육농가 대상..지자체 지원 더해 농가 보험료 부담 10~25%선 그쳐 `매력적`
수의사들이 농가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가축질병을 예방하고 농가 수익성을 높이는 ‘가축질병치료보험’ 시범사업이 마침내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월부터 충북 청주와 전남 함평의 소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가축질병치료보험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진료비용부담이 낮아지고 수의사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면 고질적인 자가진료 문제도 자연히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시범사업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기적인 질병관리·전염병 예찰..실손보험식 진료비 보장도
그동안 수의축산업계에서 ‘가축질병공제제도’로 논의됐던 이 사업은 농협손해보험이 운영하는 보험 형태로 닻을 올렸다.
농가가 지역농협을 통해 가축질병치료보험에 가입하면, 지역 수의사가 월2회 이상 방문해 질병 진단과 진료, 예방접종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그 과정에서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의 조기예찰관리도 가능해진다.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경우 그 비용도 일부 보장된다. 보장되는 진료항목이라면 항목별로 정해진 보상한도액 내에서 농가의 자기부담금(건당 2만원)을 제외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보장항목과 보상한도액은 정부와 수의사회, 농협손해보험이 상호 협의를 거쳐 추렸다. 송아지에서 4종, 비육우에서 8종, 한우번식우에서 28종, 젖소에서 23종의 진료가 보장된다.
많은 진료항목을 보장할수록 보험료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중요한 다빈도 진료에 우선순위를 맞췄다.
이맘때부터 다발하는 송아지설사병(설사·장염·장출혈 항목)을 비롯해 번식우의 난산처치, 젖소의 유방염 등이 포함됐다.
가축질병치료보험에 가입해도 진료 형태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 진료비 보장은 사람 의료의 실손보험과 유사하다.
가입농가는 지역 수의사로부터 필요한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일단 지불한다. 해당 진료가 보장되는 항목이라면 수의사가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넘기고, 보험사는 이를 확인해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보험금을 농가에 지급한다.
보장항목별로 보상한도액이 설정되어 있지만, 꼭 해당 금액이 진료비로 고정된 것은 아니다.
가령 보상한도액이 10만원으로 책정된 송아지설사병이라 하더라도, 케이스별로 농가가 지불한 진료비는 다양할 수 있다.
12만원을 지불했다면 보상한도액(10만원)에서 자기부담금(2만원)을 뺀 8만원이 농가에게 보험금으로 지불된다. 보상한도액보다 낮은 9만원을 지불했다면 자기부담금만 뺀 7만원이 보장된다.
야간이나 공휴일에 이뤄진 진료라면 보상한도액이 30%까지 할증된다.
농가 보험금 부담이 관건..국비 50%에 지자체·축협 지원도 더해져
가축질병치료보험은 농가별로 매년 가입하되, 전두수 가입이 원칙이다. 어느 소에서 언제 질병이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우·유우 송아지(100,700원), 육우 송아지(30,200원), 젖소(232,600원), 한우번식우(99,300원) 등 종류에 따라 두당 보험료도 다르다. 보장범위나 질병 발생 가능성별로 보험료가 달라지는 실손보험과 비슷한 방식이다.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국비로 지원한다. 수의사를 불러 진료하는 농가의 비용부담을 줄이는 것이 치료보험 도입의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비용부담이 낮아지면 농가가 굳이 자가진료를 감행할 이유가 없어진다. 조기에 진료가 가능해져 생산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수의사가 자주 방문하면서 전염병을 예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시범사업 초기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도 이뤄진다.
6일 충남대에서 열린 한국소임상수의사회 컨퍼런스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청주와 함평 모두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자체 예산과 조합원 대상 축협 지원을 더한 청주에서는 농가가 총 보험료의 10%만 부담하면 가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함평도 25%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한 소 임상수의사는 “농가가 1년 단위로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는 만큼 50% 국비 지원 정도로는 가입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농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비 50%에 더해 지자체가 30% 가량의 보험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가축재해보험’의 모델을 가축질병치료보험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원이 추가되며 가축질병치료보험 자체로도 농가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연간 총 보장한도액이 보험료의 130%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의 10%만 납입한 청주시 가입농가는 자기부담금을 고려하더라도 10배 안팎까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지인 청주에서 일하고 있는 임영철 소임상수의사회장은 “청주는 지역 소 임상수의사 전원이 치료보험 사업에 적극 협조하기로 합의했으며, 야간·휴일 진료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콜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라며 지역 농가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날 관련 현황을 소개한 김대균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가축질병치료보험 조기정착을 위해 수의사 단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보험가입 농가의 진료 수요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한편, 농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개선사항을 건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가축질병치료보험 전국확대에 앞서 향후 7년간 국비 164억원을 투입해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영철 회장은 “최초로 도입되는 제도이니만큼 앞으로 겪을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시범사업을 모범적으로 수행해 모델을 완비한다면 전국 확대시기를 좀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