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산란계사 토론회 개최,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도움되는 방향은?
농어업정책포럼 동물방역복지분과·대한양계협회, 토론회 주최
동물복지 산란계사에 대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동물복지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 동의했지만, 동물복지농장의 모습과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다소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날 토론회는 설훈·김현권·위성곤·김정호 국회의원과 대한양계협회, (사)농어업정책포럼 동물방역복지분과(위원장 김준영), 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가 공동 개최했다.
농어업정책포럼 측은 “동물복지인증 계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 농가의 전환이나 신규 진입이 필요하지만, 정책적 지원이 미비한 게 현실”이라며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김준영 동물방역본지분과위원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패널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김준영 위원장은 동물복지의 정의와 국내 인증기준에 대한 소개 및 정책제안까지 발표했다. 특히, 동물복지형 산란계사의 단계적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정부에 건의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이혜원 건국대 수의대 겸임교수, 곽춘욱 건지(축산시설협회) 대표, 송헌수 자연이네유정란 대표,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 김동현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소비자들은 막연히 동물복지 축산물이 좋다고 생각할 뿐, 정확한 정보는 제공받지 못하고 있어”
“독일에서는 약 70% 산란계 농장이 다단식 평사사육(Aviary) 방식…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 것”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살충제계란 파동과 함께 방송에 소개된 배터리 케이지와 지저분한 계사 모습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며 토론을 시작했다.
이어 “2012년부터 동물복지농장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그 의미를 잘 모르고 마케팅 전략에 따라 비싼 게 몸에도 좋을 것이라는 인식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보를 원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물복지농장 확대에 따라, 생산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증가도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김연화 회장은 “동물복지형 산란계사에서 생산된 축산물이 막연히 건강에 좋다고 생각할 뿐, 정확한 정보는 얻지 못하고 있다”며 동물복지형 축산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요구했다.
다양한 동물복지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인 이혜원 박사(건국대 수의대 겸임교수)는 독일에서 자리 잡은 다단식 평사사육(Aviary) 방식을 제안했다.
이혜원 박사는 “독일의 경우, 약 70%의 산란계 농장이 다단식 평사사육(Aviary) 방식이라며 우리나라도 지원을 통해 다단식 평사사육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으며, 동물복지 인증 이후에도 철저한 사후관리·점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동물복지는 시대적 흐름…동물복지형 시설 설치 농가는 큰 만족”
“대부분 동물복지인증 산란계 농가는 소규모 농가…소농에 대한 정책적 배려 필요”
“동물복지 부정하지 않지만, 인증제도에 허점 많아…농가에 충분한 적응 시간 제공해야”
동물복지형 축산 시설을 제공하는 업체 ‘건지’의 곽춘욱 대표는 동물복지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시대적 흐름에 동참해야지 버텨본 들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버거킹, 스타벅스, 맥도널드, 네슬레, 코스트코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비(非)케이지를 선언했다는 것이 곽 대표의 설명이었다.
곽춘욱 대표는 “현재 5~6개 산란계 농가에 20여동의 동물복지형 시설을 설치했고 설치하는 중”이라며 “총 규모는 25만 수 수준인데, 설치한 농가는 다들 큰 만족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산란계 농가에 대한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도시 생활을 하다가 11년 전 귀농하여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는 송헌수 대표(자연이네유정란)는 “소규모 닭 농사는 일일이 손으로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이고, 전부 직거래를 하고 있다”며 “저희 같은 소농들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1천여수 수준의 소규모 유정란 농가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세밀한 정책을 펼쳐야지, 대규모 몇십만수 양계 사육 기준을 그대로 요구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농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홍재 회장은 “동물복지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닭을 위한 것”이라며 “유럽에 가서 직접 aviary 시설도 봤지만 개선된 공장식축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인증제도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도 설명했다.
이홍재 회장은 “한 농가가 받은 인증이 무려 8개나 된다. 인증을 위해 서류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시간에 닭들의 환경을 더 개선해주고 닭을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비자 입장을 떠나 산업계의 고민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환경, HACCP, 무항생제, 동물복지 등 각종 인증제도가 있는데, 농가 입장에서 이런 인증제도를 다 맞추기에는 행정적인 소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이 많아졌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언급했다.
이홍재 회장은 “현재는 동물복지 농가가 적기 때문에 판로를 개척하면 비싼 가격에 동물복지인증 계란을 팔 수 있지만, 동물복지 농가가 더 늘어나면 (경쟁이 심해져)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갈 수 있는 장기적인 시각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2019년 6월 26일 현재 동물복지 인증 산란계 농장은 총 133개다. 전체 산란계 농장(약 1,100여곳)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홍재 회장은 특히 “정부는 동물복지의 큰 틀과 기준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지원 확대…제도, 지속적으로 개선 발전시켜 나갈 것”
김동현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장은 모든 발제와 토론 발표를 들은 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농식품부는 동물복지인증농장 및 인증추진 농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라며, “현재 동물복지농장 인증제도는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