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간담회] 겨울 오기 전에 농가발생 종식, 멧돼지 줄여야

발생지역 멧돼지 수렵, 전국의 다른 멧돼지도 살리는 길..북한 공동방역 타진도 지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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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파주에서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한 달 째 이어지고 있다. 멧돼지의 민가 접촉이 늘어나고 소독제 효력이 저하되는 겨울이 오기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종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거듭됐다.

10월말까지 농장에서의 추가 발생을 차단하고, 11월말까지 멧돼지 개체수 감축을 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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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남하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방역협력 필요하지만..

김준영 농어업정책포럼 동물방역복지분과위원장은 “북측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5, 6월달에 평안도, 황해도, 개성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됐다”며 “진단, 소독설비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임상증상이 있는 돼지들을 외부에서 처리하면서 전염원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SF 감염 사체를 강이나 야산에 유기하면서 멧돼지는 물론 야생조류나 설치류 등을 통해 확산됐을 가능성을 지목한 것이다.

국내 발생농장이나 ASF 양성 멧돼지 검출지점이 모두 북한 접경지역으로부터 10km 이내에 위치한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김준영 위원장은 북한과의 공동방역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계속되면 이번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경기 북부 접경지역은 발생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부터 한돈협회가 북한에 소독약을 보내겠다며 통일부에 제안했지만 북한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10월 16일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 현황. 노란색(파주 1차농가)과 붉은색이 돼지농가 발생, 보라색이 야생멧돼지 검출지점 (자료 : 돼지와사람)
10월 16일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 현황.
노란색(파주 1차농가)과 붉은색이 돼지농가 발생, 보라색이 야생멧돼지 검출지점
(자료 : 돼지와사람)

접경지역 멧돼지 사체 조사 늘려야..가을이 골든 타임

이날 간담회에서는 멧돼지 개체수 조절과 함께 ASF 발생지역을 비롯한 접경지역의 멧돼지 사체 조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멧돼지 포획도 중요하지만 ASF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수 있는 사체를 찾아내 제거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변 야생동물이나 농장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는 오염원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일 양돈수의사회 ASF비상대책센터장도 “발생지역, 완충지역의 멧돼지 대책도 중요하지만 비발생지역에서도 멧돼지 사체를 집중 수색해 확산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야생조류나 설치류 등이 농장의 ASF 발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과학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멧돼지 개체수 조절의 시급성도 거듭 제기됐다. 3일 연천군 DMZ를 시작으로 16일까지 철원·연천의 북한 접경지역에서 ASF 양성 멧돼지 7건이 확인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야생 멧돼지를 주요 감염 경로로 지목했지만 정부는 휴전선을 철통방어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능성을 부인해왔다”며 “멧돼지로부터 ASF 바이러스가 여러 차례 검출된 이후에나 군, 엽사를 투입하는 등 뒷북 대응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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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동안 ‘ASF 양성 멧돼지가 없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양성개체가 발견된 시점에도 당장 개체수 저감 조치를 본격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특정 지역의 멧돼지 개체수가 줄면 주변에서 멧돼지가 넘어오게 되는데(dispersal sink)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선 광범위한 울타리 작업을 실시한 후 수렵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생지역 밑으로 완충지역과 경계지역을 설정하고, 멧돼지를 박멸하는 폭 2km의 차단선을 그어 ASF 남하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서식 멧돼지(Sus scrofa)는 아프리카의 멧돼지와 달리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취약해 감염되면 대부분 사망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 북부의 멧돼지를 줄여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남하를 막으면, 사육돼지뿐만 아니라 남쪽의 멧돼지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김준영 위원장은 “이미 강원도에 첫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면 멧돼지는 민가나 양돈장 사료를 노리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져 전파 위험도 커진다”면서 “11월말까지는 야생 멧돼지 개체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현일 센터장도 “날씨가 추워지면 그나마 효과 있는 소독제도 잘 작동하지 않게 된다”며 “수렵전문가와 군이 협업해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고, 10월까지 (농장에서의 ASF 발생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앞서 멧돼지 개체수 저감을 주저한 환경부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하태식 회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박멸될 때까지는 멧돼지 관리도 농식품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의 지휘권을 수의부서로 일원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ASF 간담회] 겨울 오기 전에 농가발생 종식, 멧돼지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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