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동물병원비 3천만원 지급 판결` TNR 둘러싼 갈등 어떻게 해야 할까
법원, 지역 캣맘 단체 대표에 치료비 3천만원 지급 판결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A원장은 최근 지역의 한 캣맘 단체 대표 B씨와 치료비를 두고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A원장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인연은 2015년에 시작됐다. A원장이 지역 TNR 사업을 진행할 때 B씨가 동물병원으로 찾아와서 B씨가 운영하는 모임의 보호 동물에 대한 치료를 요청한 것이다.
A원장은 이때부터 수년에 걸쳐 이 캣맘 단체의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중성화수술, 예방접종, 피부병 진료, 구내염 전발치 등의 치료를 해줬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한다. 우선 진료비 처리가 조금씩 늦어졌다. 또한, 수의사의 고유 권한에 대한 과도한 참견도 생겼다. B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의 한 캣맘이 동물병원으로 찾아와 “왜 이 아이의 밥과 물을 주지 않느냐?”, “왜, 아직 패드를 갈아주지 않느냐?” 등의 말부터 동물병원 직원에게 “병원이 여기만 있는 줄 알아?” 같은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갈등이 커졌고, 받지 못한 치료금액이 커지자 A원장은 B씨에 대한 소송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약 3천만원 및 이에 대하여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에 대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 역시 B씨가 부담해야 하는 완전 승소 판결이었다.
A원장은 또 다른 문제점도 언급했다. B씨가 운영하는 단체가 워낙 영향력이 있고 도청에 민원을 잘 제기할 뿐만 아니라, TNR 사업에서 캣맘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B단체가 이 지역 TNR 사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TNR 사업은 동물병원이 입찰하여 계약을 수행한다. 올해 이 지역 TNR 계약금액은 총 4천 5백만 원이며, 지역의 C동물병원이 사업을 수행 중이다.
하지만, A원장은 “C동물병원과 B씨 사이에 친분이 있으며, B씨 운영 단체에서 편파적으로 길고양이를 구조해 TNR이 진행된다는 민원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협력”
TNR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수술 숫자를 부풀려 예산을 청구한 사건, 사업 입찰 과정에서 단체 간 갈등, 돼지 항생제 사용 논란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다양한 민원과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TNR 사업에서 수의사는 을도 아니라 병밖에 안된다는 푸념의 목소리도 있다. 예산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가 갑, 포획과 방사를 맡아서 진행하는 캣맘이 을이고 수의사는 그 뒷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TNR 사업에서 캣맘과 수의사는 모두 꼭 필요한 존재이며,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므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TNR 사업에 직접 참여했었던 전 지역수의사회장 D씨는 캣맘들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D원장은 “간혹 캣맘들이 수술 참관을 요구하고, 누가 수술했는지 묻고, 어떤 항생제를 썼는지 알려달라고 하는 등 진료권을 과도하게 침범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만큼 의구심과 반발심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수의사 고유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 (TNR 사업에 참여하는) 수의사가 제대로 된 직업의식을 가지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수의사가 돈만 보고 대충 사업에 참여하면 당연히 수의사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정이 어떠했든, TNR 사업 참여를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수의사라면 생명 존중 의식을 가지고 TNR 사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D원장은 “지자체에서 만든 TNR 지침에 따라 사업을 해야 하고, 그 지침에 따라 했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히면 된다”며 “캣맘과 수의사들이 서로 존중하고, 인정해주고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