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전문직과 달리 품위유지의무·징계요구권 모두 없는 수의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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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서비스 품질을 담보하고 수의사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수의사회 차원의 자정 작용이 강화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면허 정지·취소 등 실질적 징계권한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있는 만큼, 징계처분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라도 수의사회에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3년간 진료 관련 문제로 면허정지처분 받은 수의사 30여명

국가가 독점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전문직종은 대부분 근거법률에 품위유지의무를 두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두고 있다.

전문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윤리성이 요구되지만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일이 법으로 금지하기 어렵다 보니, ‘품위’라는 폭넓은 표현을 법률에 명시하는 대신 해당 전문가단체가 구체적인 위반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형태다.

건축사, 공인중개사, 공인회계사, 관세사, 법무사, 세무사, 행정사 등은 모두 품위를 유지의무를 두고 있다.

가령 법무사법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며, 품위를 유지하고, 소속 지방법무사회와 대한법무사협회의 회칙을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0조).

회칙을 위반하거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과태료나 견책, 1~24개월의 업무정지, 심하면 제명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

변호사나 세무사 역시 처벌의 수위는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법조항을 두고 회원들의 일탈행위를 처벌·예방하고 있다.

의사·치과의사의 경우 의료법에 품위유지의무를 명시한 조문은 없지만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면 자격정지처분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나 비도덕적 진료행위, 거짓·과대광고, 과잉진료 등이 품위손상행위에 포함된다.

수의사도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한 면허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거짓 진료비 청구나 임상수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 과잉진료행위, 정당한 사유없이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시술하는 행위, 허위·과대광고, 동물병원 개설자격이 없는 자에게 고용돼 동물을 진료하는 행위 등은 1년 이하의 면허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수의사법 제32조 및 시행령 제20조의2).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같은 문제로 면허정지처분을 받은 수의사는 약 30여명에 그친다. 허위광고나 유효기간 지난 약품 사용, 진료기록 미흡 등이 적발되면서다.


유기견 개농장에 팔아도 수의사회 징계 못해..수의사회 회칙
·수의사법 개정 필요

수의사법상의 처벌대상에 ‘품위손상행위’가 포함되지 않은 문제는 최근 유기견 개농장 판매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읍에서 유기동물보호소로 지정된 한 동물병원이 위탁 받은 유기견을 식용 개농장에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대한수의사회가 별다른 징계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위에 열거된 진료 관련 수의사법 위반이 아니라면 농식품부도 징계를 내리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수의사법 개정 연구용역을 진행한 윤기상 변호사(법무법인 케이로)는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수의사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수의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 전문직에서도 품위손상행위 각각을 법에 열거하기 어려운 만큼, 각 전문가단체가 자체적인 체계에 따라 이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품위손상행위 처벌 근거 신설과 함께, 수의사회가 심의한 징계 필요 사항에 대해 농식품부장관의 처분을 요청할 수 있도록 ‘징계요구권’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앞서 품위유지의무 근거를 둔 타 전문직종에서는 대부분 대표단체에게 징계요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건축사협회, 공인회계사회, 관세사회, 변호사회, 세무사회, 의사협회, 약사협회 모두 관할 부처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도 문제 해결에 나설 방침이다.

윤기상 변호사는 “이번 대수 집행부의 법제위원회는 징계요구권 신설을 최대 현안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의사회 회칙 개정안을 마련할 정관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 소혜림)도 회원징계 및 윤리규정 정비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최소한 「의료법」에 준하는 수준의 징계 요구 권한 없이는 관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이번 국회에서 관련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 전문직과 달리 품위유지의무·징계요구권 모두 없는 수의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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