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의사가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시위현장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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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잠깐 그친 7일(금) 여의도의 낮은 무더웠다. 끈적한 공기가 불쾌감을 자극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렀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예정된 오리농가 AI 방역대책 토론회는 오후 2시부터였다. 같은 시각, 근처인 여의도공원에서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24시간 파업과 병행해 ‘2020 젊은의사단체행동’ 시위를 벌였다.

관심이 갔던 오리농가와 수의사의 패널토론은 토론회 후반부로 예정되어 있었다. 여의도에 온 김에 잠깐 시위현장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모여봐야 얼마나 왔겠냐’고 반신반의했던 생각은 현장에 도착하자 180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회 참가 절차를 기다리는 전공의, 의대생들의 줄이 여의도 공원을 가득 메웠다(위).
여의대로 4차선을 차지한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만명이 참가했다(아래).


코로나19로 인해 시위참가자의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을 실시했는데, 이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줄이 여의도공원에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여의대로의 절반인 4차선이 전공의와 의대생들로 가득 찼다. 주최측 추산으로 1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집회에 참여한 의사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우리(의사) 단결력이 이 정도였어?’라며 농담조로 나누는 이야기도 귀에 들어왔다.

코로나19로 부족해진 혈액공급을 위해 집회 참가자들이 헌혈 릴레이를 벌이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오리 AI 국회토론회 참가를 위해 급히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반복되는 수의대 신설 움직임에 수의계는 이정도로 대응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비수도권과 기피 전공의 의사를 채우기 위해 의대 정원부터 늘리고 보자는 식의 주먹구구 정책은, 농장동물 수의사·가축방역관이 부족하니 수의대 정원부터 늘리고 보자는 식의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서다.

최근 부산대학교가 수의대 신설 추진을 공식화했다. 차정인 신임 총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의과대학 정원확대 방침이 발표된 후에는 정부 내부에서 수의과대학의 정원 관련 검토 움직임이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수의사 대부분이 수의대 정원 확대는 어불성설로 받아들일 것이다. 긴 말이 필요없다. 문제는 수의사가 아닌 정부나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와 설득력이다.

수의계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인구 천명당 의사수 OECD 통계’ 같은 기초자료도 찾기 어렵다. 수의학교육과 수급규모를 포함한 수의사 양성을 두고 정부의 정책계획 자체가 없다. 이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정부에 기초통계 확보 선행을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의사들이 지역의사나 기피전공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수가체계 개편을 근본 대책으로 지적하는 것처럼, 수의사도 농장동물 수의사 충원과 가축방역체계 효율화를 위한 근본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불길이 엉뚱한 수의대 신설로 옮겨붙기 전에 말이다.

[기자수첩] 수의사가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시위현장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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