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첨가금지·수의사처방제? 항생제 내성은 오히려 늘었다

검본·이완규 교수팀, 돼지 대장균 항생제 내성률 추이 분석..수의사 없는 자가처치 오남용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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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2011년 축산 사료에 항생제 첨가를 금지했지만, 돼지 병원성 대장균의 항생제 내성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사료첨가가 금지되면서 치료 목적의 항생제 사용량이 늘었지만, 대부분 수의사가 아닌 농장주의 자가진료로 인해 오남용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의사처방제의 실효성을 보완하면서 보다 많은 항생제를 처방대상으로 지정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동물용 항생제 전부를 처방대상으로 지정하겠다’던 농식품부의 고시 개정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충북대 이완규 교수팀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양돈농장에서 분리된 병원성 대장균을 대상으로 항생제 내성 양상을 분석해 최근 대한수의학회지(KJVR)에 보고했다.

배합사료 항생제 첨가 금지(2011) 전후 항생제 성분별 내성율 비교
(Do KH et al, Virulence and antimicrobial resistance genes of pathogenic Escherichia coli from piglets showing diarrhea before and after ban on antibiotic growth promoters in feed, Korean J Vet Res (2020) 60(3):163~171)

항생제 사료첨가 금지했지만..대부분 내성 커지고 다제내성균도 많아져

병원성 대장균은 돼지에서 부종병, 설사증을 일으켜 증체지연 등의 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

예전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배합사료에 항생제를 섞여 먹이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항생제 내성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부터 전면 금지됐다.

이에 더해 2013년부터 주요 동물용 항생제를 수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수의사처방제가 실시되면서, 항생제 내성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연구진이 돼지에서 분리된 병원성 대장균의 항생제 내성을 분석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2011년 이후 대체로 내성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양돈농장 120개소에서 대장균증 증상을 보이는 자돈으로부터 병원성 대장균 474균주를 분리했다.

배합사료 항생제 첨가 금지(2011) 전후의 항생제 내성율을 비교한 결과 스트렙토마이신(45.8→67.9%), 세파졸린(10.4→28.8%), 암피실린(48.6→68.25) 등 대부분의 항생제 성분의 내성이 증가했다.

겐타마이신과 네오마이신의 경우 일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여러 항생제 성분에 함께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의 비율도 오히려 늘었다.

3종류 이상의 항생제 성분에 저항하는 다제내성균은 배합사료 첨가 금지 전 56.9%였지만, 이후 88.5%로 크게 늘었다. 덴마크에서 보고된 돼지 유래 대장균의 다제내성율(2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내성 없이 시험한 항생제에 모두 감수성을 보인 균주의 비율은 41.7%에서 6.7%로 감소했다.

사람에서 ‘최후의 항생제’ 중 하나로 꼽히는 콜리스틴(colistin) 성분의 내성도 배합사료 첨가 금지 후 오히려 증가했다.

연구진은 시프로플록사신, 노르플록사신 등 WHO가 의학적으로 중요한 항생제로 분류한 성분의 내성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지목하며 “공중보건학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료첨가 대신 치료목적 사용 늘었지만..수의사 없이 비전문가가 사용

항생제 처방대상 지정 확대 고시 개정은 계속 지연돼

오히려 항생제 내성이 증가한 것에 대해 연구진은 “질병 치료 목적의 항생제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수의사가 아닌 축산 관련 종사자 등 비전문가에 의한 항생제 사용이 많은 것도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배합사료 항생제 첨가를 금지하면서 수의사처방제도 도입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13년부터 처방대상으로 지정됐던 세펨계 항생제 성분인 ‘세프티오퍼(ceftiofur)’는 오히려 판매량이 급증했다. 2011년 4.7톤이던 연간 세프티오퍼 판매량은 지난해 12.6톤까지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동물약품 판매업소와 처방전 전문 수의사가 결탁해 형식적인 처방전만 남기는 불법행위가 만연하다 보니, 여전히 농가가 항생제를 마음대로 자가처치하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양돈수의사회가 주최한 수의양돈포럼에서는 ‘동물병원의 매출이 약품 판매와 연동된 것인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직까지 농장이 수의사의 진단·처방·컨설팅에 대한 진료비를 따로 지불하기 보다 약품공급계약을 맺는 방식을 선호하다 보니, 약품을 많이 사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쉽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수의사처방제 대상으로 지정된 항생제 성분은 32종에 그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가 “모든 동물용 항생제를 처방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이를 위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고시는 재검토기한인 8월을 넘겨 아직도 개정되지 못했다.

사료첨가금지·수의사처방제? 항생제 내성은 오히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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