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제 뿌린 동물병원 논란, CCTV 설치 전수조사로 이어져
허은아 의원 의뢰로 CCTV 여부·의료분쟁 현황 전국조사..수술실 CCTV 논란 번지나
광주의 한 동물병원에서 수술 후 사망한 강아지에게 탈취제를 뿌린 영상이 공개되면서 커진 논란이 CCTV 일제조사로 번졌다.
의료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의 불길이 동물병원에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복수의 수의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전국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CCTV 설치여부, 의료분쟁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지자체에 요청해 진행되는 이번 조사는 허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CCTV 설치 여부와 함께 동물병원의 의료분쟁 현황, 수술 중 사상 현황, 의료과실로 인한 보상 현황을 함께 조사하는 내용이다.
강제적으로 응해야 하는 조사는 아니지만, 조사 진행소식을 공유하는 임상수의사들 사이에서는 ‘사람 병원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동물병원에도 규제 신설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람 병원의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이번 국회 들어서도 더불어민주당 안규백·김남국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국회 심의를 거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환자·보호자 요청이 있을 경우 촬영·보존토록 하는 내용이다.
대리수술이나 마취 환자에 대한 성범죄 등 일탈행위를 예방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의 증거 확보를 돕겠다는 취지다.
어린이 학대 사건이 반복적으로 이슈화되며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어린이집과 마찬가지 접근이다.
이 같은 규제에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CCTV 의무화가 사실상의 감시에 해당하며 의료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의료인에게는 촬영 거부권이 없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대다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수술에서 촬영을 의식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환자가 바라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만으로도 CCTV를 빌미로 갈등이 초래되는 등 의료분쟁을 오히려 확대시킬 소지도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대리수술·성범죄 예방 등을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극소수의 일탈행위를 전체 의료인에게 무분별하게 일반화하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뢰로 지난 3~8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에게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CCTV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89%로 조사됐다.
동물병원에서도 규제 신설이 거론되면 여론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일선의 한 동물병원장은 “1%에도 미치지 못할 일부의 일탈을 이유로 모든 동물병원에 규제를 가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허은아 의원은 지난 8월 동물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공시를 골자로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