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 7마리 중 1마리는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SFTS) 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SFTS 감염으로 폐사한 고양이가 확인되고 도심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에서도 양성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진드기 예방, 동물병원 2차 감염 대비 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준석 서울대 교수는 9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37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국내 동물의 SFTS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반려견·반려묘 SFTS 환자 전국서 확인..도심 공원, 아파트 근처 수풀서도 진드기 노출
참진드기에 물려 전파되는 SFTS는 사람과 동물 모두가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사람에서는 2013년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까지 1,332명이 확진됐다. 이중 250명이 사망해 18.8%의 치명률을 기록했다.
동물에서의 감염 실태는 아직 표본조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채준석 교수팀은 방역연계범부처감염병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참진드기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지내는 동물 86종 7,700마리의 혈청을 검사했다.
그 결과 개, 고양이를 포함한 14종 172마리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2.3%). 항체양성률은 19.8%로 더 높았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일선 동물병원 166개소의 의뢰를 받아 반려동물 560마리에 대한 검사를 별도로 실시했다(개448, 고양이112).
참진드기에 노출된 경력이 있고 고열, 식욕부진 등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검체를 받아 SFTS를 포함한 참진드기 매개 병원체를 검사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항원 감염률은 3.6%, 항체양성률은 16.1%를 기록했다. 항원 감염률은 고양이가, 항체양성률은 개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환자 발생시기는 참진드기가 주로 활동하는 4~11월에 집중됐다. 양성 환자가 발견된 지역도 전국적으로 분포했다.
채준석 교수는 “반려동물 SFTS 환자는 꼭 시골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도심의 공원이나 아파트 근처의 수풀에서도 참진드기에 노출돼 (SFTS에) 감염되는 케이스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국내 고양이에서도 첫 SFTS 사망 사례 확인..2차 감염 유의해야
SFTS에 감염된 사람 환자는 초기 고열과 소화기 증상 등을 보이다가 심하면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진행돼 사망한다. 반려동물에서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치명적일 수 있다.
반려동물에서는 진드기에 노출된 병력과 함께 고열, 침울, 식욕부진, 염증수치 증가, 혈소판 감소, 간수치 증가 등의 증상을 보인다. 고양이에서는 심한 황달이 동반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도 SFTS로 진단된 반려묘 환자의 폐사가 확인되는 등 안심할 수 없다.
채 교수는 “감염 초기에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있다. 그 만큼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차감염 가능성도 공식화됐다. 사람 SFTS 환자를 심폐소생술 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2차로 감염된 사례가 국내에서 연이어 보고됐고, 일본에서는 반려동물 SFTS 환자를 돌본 보호자와 수의사가 2차감염된 케이스가 발표됐다.
따라서 반려동물 내원환자에서 SFTS가 확진될 경우 격리입원하고 진료공간을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에어로졸로 인한 전염 가능성을 고려해 확진환자를 다룰 때에는 일반적인 보호장구는 물론 고글과 헤어캡까지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양성 환자의 경우 항원검사에서 2회 연속 음성일 때까지 격리 조치가 권고된다.
대한수의사회는 채준석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람동물공통감염병특별위원회를 통해 SFTS 관련 보호자·진료진 지침을 제작 배포했다.
채 교수는 “국민과 반려동물이 모두 SFTS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신속진단키트, 치료제·백신개발을 위한 연구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