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6월 발표 “등록대상동물 400만 마리 중 42만 마리 등록…등록률 10.5%”
농식품부 9월 발표 “등록대상동물 127만 마리 중 60만 마리 등록…등록률 47.4%”
현재 우리나라에 반려견은 몇 마리나 있을까?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동물등록제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모른다. 추정치만 있을 뿐이다. 전체 반려견 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물등록제의 실적을 다들 등록률로 판단하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 통용된 국내 등록대상동물(3개월 이상의 반려견) 추정치는 약 400만 마리다. 이는 농식품부가 2012년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설정한 수치다.
2012년 조사 당시 한국사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표본조사 결과 16%의 가구에서 평균 1.38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를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에 그대로 대입해 계산한 반려견 수 추정치가 439만7천275마리였다. 이 추정치에 3개월령 미만의 반려견 수를 대략 제외시켜 등록대상동물을 약 400만 마리로 추산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1월 1일부터 6개월 동안 동물등록실적이 42만여 마리로 등록률이 1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자, 농식품부는 동물등록제 계도기간을 올 연말까지로 연장하면서 “등록대상동물을 재조사하여 등록률의 정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과다 추정된 등록대상동물 수 때문에 등록률이 실제보다 낮게 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6일 “9월 말 기준 동물등록률은 47.4%로 전체 등록대상동물 127만 마리 가운데 60만 2000마리가 등록돼 있다”고 발표했다.
3개월 만에 등록대상동물 수가 1/3이하로 줄어들고, 등록률은 4.5배 높아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낮은 등록률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00만 마리든 127만 마리든 추정치는 추정치일 뿐
등록률 아닌 동물등록제 효과를 기준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평가해야
사실 등록대상동물 추정치 재조사는 서울시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 4월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록률로 언론의 비판이 계속되자 서울시청 동물보호과는 아파트와 일반주택을 기준으로 한 반려견 사육두수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서울시내 등록대상동물 추정치는 131만 마리에서 50만 마리로 크게 줄었다.
농식품부는 7월 전국 지자체로 하여금 서울시와 같은 방법으로 등록대상동물 표본조사를 실시토록 했다. 그 결과 전국의 반려견 수는 400만 마리에서 127만 마리로 감소했다.
본지는 지난 9월 해당 표본조사의 정확성 부족을 지적하는 기사(9월3일자 『등록대상 반려견 수 재조사 실시…필요하지만 이 방법 밖에 없나』)를 게재한 바 있다. 400만 마리든 127만 마리든 추정치는 추정일 뿐이다. 문제는 동물등록제의 성패를 부정확한 추정치에 근거한 등록률로 판단하는 시각에 있다.
그간 동물등록제를 다룬 여론의 관점은 등록률에 맞춰져 있었다.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하는 언론도 ‘잘 되고 있다’고 홍보하는 일부 지자체의 보도 자료도 근거는 모두 등록률이었다.
동물등록제의 기본 목적은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때 주인을 쉽게 찾아주고, 유기행위를 방지하자’는 것에 있다. 따라서 동물등록률이 높으니 낮으니 비난할 것이 아니라 동물등록제 실시 이후에 유기동물 발생이 감소했는지, 유기동물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사례가 증가하는 지 등의 기준을 가지고 동물등록제의 성패를 판단해야 한다. 이는 동물등록제 시행 1~2년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제도를 지속 추진하며 실효를 보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계도기간 앞으로 두 달..근본적인 등록제 참여 부양책 필요
물론 등록두수를 높이기 위한 정부 측의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계도기간이 두 달여 남짓 남은 상황에서 등록이 늘어나지 않으면, 내년에는 많은 단속대상과 어려운 단속환경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표본조사를 통해 농식품부가 발표하는 공식적인 등록률이 50%에 육박하게 된 만큼, ‘대부분의 보호자가 안하고 있으니 나도 일단 지켜보자’는 식의 소극적 분위기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태료를 무기로 한 강압적 유도나 동물등록제 내용 단순 홍보보다 좀 더 근본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 A씨는 “동물등록제의 경우, 도입 초반에는 무료로 등록해준다든지 하는 파격적인 보조정책을 통해 등록두수를 확 늘려 너도나도 등록하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면서 “결국 등록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몫인데, 법에서 하라고 했다는 것 외에는 설득의 무기가 없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