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반발 확산

의협·병협·치협·한의협 공동 기자회견 ‘전면 신고 의무화 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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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부터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대상을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한 가운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는 4일 용산전자랜드 랜드홀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신고 의무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의원급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를 신고하고 정부가 심평원을 통해 공개하는 형태는 현재 수의사법 개정안에 포함된 ‘공시제’와 유사한 만큼, 의료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계 4개 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 : 대한의사협회)

의료계, 환자 개인정보 노출 우려..소규모 의원급은 의무화 제외해야

정부는 올해부터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했다. 지난해까지 병원급 3,925개소였던 공개대상기관도 의원급을 포함하면 6만5천여개소로 크게 늘어난다.

이에 따라 병·의원 각각은 라식, 라섹, 치과임플란트 등 주요 진료항목 616개의 가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된 항목별 가격은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의료기관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4일 공동기자회견을 연 의료계 4개 단체들은 “비급여 진료에 공과(功過)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없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진료가 건강보험의 저수가 구조 하에서 의료기관 운영과 의료 수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에서 환자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급여 진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예민한 개인정보의 노출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정보를 관리하는 급여 진료 대신 비급여 진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 방침대로 심평원에 실시간 보고하게 되면 국가는 어떤 환자가 산부인과에서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무슨 질병으로 진료를 받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다”며 “예민한 자료가 외부에 유출된다면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 매우 두려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환자 불안과 의료기관 행정 부담을 가중하는 불합리한 비급여 통제 정책을 즉각 재고해달라”며 ▲비급여 진료비 전면 신고 의무화 중단 ▲필수의료 아닌 분야에 정부 개입 최소화 ▲의료계 단체와 정부 협의를 통해 일정 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은 비급여 보고·공개를 임의조항으로 개선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역 의사단체도 전국적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16개 시도의사회는 4월 28일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를 즉각 중단하라’며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시도의사회는 “국민의 알 권리는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현행 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 비급여 진료에 대한 추가적인 통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항의했다.

의료계 언론 보도에 따르면 6월 1일까지로 예정된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실적은 아직 3%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도 의료계 단체 차원의 반대 움직임을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의원 한 곳에서 실제로 다루는 비급여 진료항목의 개수가 많지 않은 만큼 연1회 보고에 행정부담이 크다고 볼 수 없고, 앞서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했을 때도 저렴한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함께 지목했다.

 

수의사법 개정안에도 진료비 보고·공개 포함..심의 눈앞

의원급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는 최근 잇따라 발의된 수의사법 개정안과 맞닿아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예고한 정부입법안에는 게시의무화 대상으로 지정된 동물진료항목의 비용을 정부에 제출해 공개하는 ‘공시제’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람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동물병원 진료비 관련 수의사법 개정안은 8건이다. 곧 정부입법안까지 발의되면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할 전망이다.

의료계,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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