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동물약국을 개설한 약사는 주사용 항생제와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만 제외하면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수의사 처방 없이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97성분 1,162개 제품) 중 약 80%가 약사 예외조항에 해당한다. 최근 각종 언론보도에서 문제를 제기한 동물용 마취제 역시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이지만, 약사 예외조항에 따라 동물약국에서는 수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다.
이러한 ‘수의사 처방제 약사 예외조항’은 어떻게 생긴 것 일까.
최근 한 약학전문언론은 이와 관련해 ‘동물약국 처방제 예외조항이 약사회의 반발 때문이 아닌 수의사회의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약사회 관계자 주장을 게재했다. 해당 관계자는 “수의사 처방제 도입 과정에서 선택분업을 주장한 수의사측과 완전분업을 주장한 약사회의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수의사 단체가 주사용 항생제와 생물학적 제제만 포함시키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언급했다.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 가운데 80%가 약국에서 제외된 이유가 약사회 반발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 측은 약사회 관계자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며, 약사회의 합의 없이는 수의사 처방제 도입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한 결과라고 답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가 설명한 동물약국 예외조항 탄생과정은 다음과 같다.
2008년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종합대책에 ‘수의사처방제 2011년 도입’이 포함된 후 2009년, 도입 준비 과정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2009년 6월, 약사회가 사실상의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약사회는 ‘동물용 의약품 완전의약분업’ 또는 ‘수의사 처방제에서 약국 제외’를 요구했다.
약사회 동의 없이는 보건복지부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그 해 11월 국무총리실이 약사회의 수정 건의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약사회 수정건의안도 ‘완전의약분업’을 ‘동물병원의 처방대상 약품 판매 금지’로 변화됐을 뿐 이었다.
결국 처방제 T/F팀은 약사회가 반대하는 한 처방제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약국을 처방에 의한 판매처에서 제외해 달라’는 약사회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항생제 등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에 따른 내성균 출현과 동물·축산물에 약품의 잔류 등을 예방하여 축산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민보건을 향상시킨다’는 처방제의 도입취지를 고려해 주사용 항생제와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 만큼은 동물약국에서도 처방전을 받아서 판매하도록 했다.
게다가 동물약국 제외품목을 농식품부령으로 규정하려 했지만 이것도 약사 측이 반대해 약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현재의 형태를 취하게 됐다. 현재 수의사처방제 약사 예외조항은 약사법 제85조 제7항에 명시되어 있다.
수도권에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수의사 A씨는 “(수의사 처방제 대상 약품 중) 완전분업 또는100% 제외를 요구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부분만이라도 수의사 처방제에 포함시키는 형태가 된 것”이라며 “약사 측이 반발하지 않았다면 예외조항이 애초에 생길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