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동물원에 동물병원 개설자격 줘야` 수의사법 개정안 나와
동물병원 없는 대전오월드 진료공백 지적..수의사회 ‘단일 기관 위한 입법 부적절’
지방공기업이 동물원을 운영하는 경우 동물병원 개설을 허용하자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동물원에 자체 동물병원이 없으면 보유동물에 대한 실질적인 건강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반면 단일 사례에만 해당되는 예외규정을 두기 위한 입법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설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된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대전 중구)은 12일 지방공기업이 동물원을 운영하는 경우 보유한 동물만 진료하는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동물원 자체 동물병원 없이는 진료관리 한계 명확
자체적으로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못한 동물원은 보유 동물의 건강관리에 한계가 불가피하다.
2017년 가축을 제외한 동물의 자가진료가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동물병원이 아닌 동물원 소속 직원 수의사의 진료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지난해 동물원·수족관에 상시고용 수의사를 둘 수 있도록 수의사법이 개정됐지만, 상시고용 수의사도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처방전 발급 권한만 주어질 뿐이다.
진단검사와 수술, 사체검안을 포함한 동물진료업을 수행할 수는 없다.
게다가 동물원 동물의 본격적인 진료에는 마취가 전제될 수밖에 없지만, 마취에 필요한 마약류 의약품은 동물병원이 아니면 취급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인체용 전문의약품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체 동물병원이 없는 동물원·수족관은 외부 동물병원에 진료를 촉탁하고 있지만, 동물원 동물에 집중하지 않는 외부 병원은 진료역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응급 대응도 어렵다.
황운하 의원은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는 대전오월드 동물원은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동물에 갑작스러운 부상이 발생하는 등 위급한 상황에도 긴급한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동물원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상시고용 수의사가 실제 진료에서는 오히려 배제됨에 따라 특화된 수의사 인력을 양성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영리법인인데 공기업만 예외? 형평성 지적
공기업 별도 재단법인 구성 어려워 반론도
‘동물원 보유 동물만 진료하는 형태, 영리법인 개설제한 취지에 부합’
지자체나 공공기관(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동물원은 지금도 동물병원을 개설하고 있다. 2013년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이 금지되면서 문제가 된 것은 공기업이나 사설기업이 운영하는 동물원이다.
영리법인 수의사법 개설제한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2023년 이후에는 영리법인 공기업이나 사설기업은 비영리법인을 따로 두지 않고서는 자체 동물병원을 보유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황운하 의원안이 통과된다면 또다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영리법인인데 공기업만 동물병원 개설을 허용하고 사기업은 배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기업인 대명소노그룹이 비영리법인인 ‘소노수의재단’을 설립해 소노펫동물병원을 개설한 사례도 있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단 하나의 사례를 위해 법까지 개정하자는 접근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대전 오월드도) 비영리법인을 통해 동물병원을 개설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제기된다.
황운하 의원실 측은 대전도시공사가 동물병원 개설을 위해 비영리 재단법인을 별도로 구성할 수 있는지 관계부처에 확인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결국 수의사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공기업 운영 동물병원이 놓인 진료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동물원 동물을 진료할 수 없는 대전 오월드 소속 수의사는 오히려 동물원을 떠나고 있다.
황운하 의원실 관계자는 “지방공기업이 운영하는 동물원은 공익적 목적이 크다. 진료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공기업 동물원 동물병원의) 진료대상을 동물원이 보유한 동물로만 제한한 형태다.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을 제한한 기존 수의사법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어 이익을 얻는 대상은 동물원 동물들 뿐”이라며 “대전 오월드는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동물원이다. 동물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전향적인 움직임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