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동물 진료, 동물병원 개업수의사가 해야` 대원칙 공감
대수 농장동물진료권특위·돼지수의사회 진료권수호위, 불법진료·병성감정 문제 놓고 마주 앉아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영, 이하 특위)와 한국돼지수의사회 진료권수호위원회(위원장 최지웅, 이하 수호위)가 마주 앉았다.
이날 양측은 동물병원 수의사와 민간병성감정기관, 약품·사료업체 수의사 등에 대해 수호위가 제안한 입장문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양측은 ‘진료는 동물병원 개업수의사가 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공감했다. 반면 구체적인 불법진료 사례에 대한 대응 강도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엿보였다.
15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고상억 돼지수의사회장과 수호위 최지웅 위원장, 특위 최종영 위원장과 김은석 기획소위원장, 대한수의사회 문두환 부회장과 우연철 사무총장이 배석했다.
‘동물병원 개업수의사가 진료해야 한다’ 대원칙
동일 명칭·주소 금지, 일일 처방건수 제한 필요 공감대
수호위는 자체 회의와 공청회를 거쳐 지난 7일 대한수의사회 특위 활동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않고 벌어지는 무자격 진료, 직접진료 없이 발행되는 불법 처방전 등 특위가 제기한 문제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수호위는 “돼지를 진료하고자 하는 수의사는 동물병원을 개설해야 하며, 약품상과 동일한 명칭과 주소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OO가축병원·약품’과 같이 동물병원과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이 마치 한 몸인 것처럼 같은 명칭과 주소를 사용하는 경우 수의사 면허 대여에 기반한 불법 사무장 동물병원 개설, 불법 처방전 발행 등의 결탁 소지가 높다는 취지다.
대한수의사회도 “적극 동의한다”며 “형식적인 분리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동물병원이 수의사 개인에 의해 독립적으로 적법 개설·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대면진료를 위해서는 개업수의사의 처방전 발행 농장을 하루 5개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수호위 측 견해다. 현재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이 모니터링 기준으로 삼고 있는 하루 10건보다도 강하다.
약품상과 계약한 진료는 불법 소지
동물병원 아닌 업체 소속 수의사의 진료행위도 불법 선 긋기
수호위는 농장 현장에서 진료비가 약품거래대금에 포함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개업수의사가 약품상과 계약해 진료하는 방식을 허용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수의사회는 약품상과 계약에 따라 이뤄지는 진료행위는 사무장병원 소지가 있는데다가 그 자체로 불법일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현행 동물용의약품등 취급규칙은 동물용의약품 판매 촉진 목적으로 현상품 또는 사은품등의 경품류를 제공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물병원에게 특정 동물용의약품을 처방해주도록 하는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되어 있다.
동물병원 개업수의사가 진료한다는 원칙에 따라 동물병원이 아닌 사료·약품 등 업체 소속 수의사의 진료행위도 불가능하다.
수호위 측이 ‘개업수의사의 관리감독 및 동행 하에 (업체 소속 수의사의) 농장에서의 부검, 임상 시료 채취’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대수는 불법을 인정해달라는 식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종영 특위 위원장은 “동물병원 소속이 아닌 수의사가 농장의 개별적인 문제에 대해 상담하고 원인을 진단하는 행위는 불법진료이자 자가진료를 권장하는 행위”라고 일축했다.
‘병성감정’과 ‘진료 성격 정밀검사’는 다르다
병성감정 의뢰 받았다면 그 즉시 신고해야..결과 나온 후 신고와는 별개 판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민간병성감정기관과 관련해 수호위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축주, 개업의 등의 병성감정 의뢰에 따른 검사결과를 통보하는 것을 진료행위로 볼 수 없으며, 합법적인 활동임을 주장했다.
병성감정 결과 가축전염병으로 판정되면 당국에 신고하고, 검사결과를 통보할 때 약품처방·치료를 농장담당 개업 수의사와 상의하도록 유도하는 문구를 포함하도록 권장하자는 것이다.
최지웅 수호위 위원장은 병성감정 과정에서의 의심신고 누락, 업체 직원의 가검물 채취, 연계된 의약품 처방 등 불법사항은 잘못이니 고쳐야 한다면서도 “돼지에서 흔한 검사 대상 질병은 PRRS인데, PRRS는 법정전염병이니 병성감정기관에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특위는 ‘가축전염병 의심축에 대한 병성감정’과 ‘일상적 질병의 정밀검사’를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진료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정밀검사의뢰와 검사결과 회신을 ‘병성감정’으로 일컫지 말라는 것이다.
특위는 실제로 가축전염병이 의심돼 실시하는 병성감정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약품업체 직원이 특정 질병을 지목해 검사를 의뢰하거나 정기적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등의 행위는 ‘병성감정’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두환 대수 부회장은 “(가축전염병이 의심되어 실시한) 순수한 병성감정이었다면, 5월 약품회사의 지원이 중단된 후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약품회사가 대신 지불하지 않아) 검사가 사라졌다는 것은 애초에 진료 성격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우연철 대수 사무총장은 “현장 진료에서 정밀검사는 필요하다. 하지만 정밀검사가 병성감정은 아니다”라면서 “임상현장에서 필요한 정밀검사를 담당해줄 수 있는 진단검사기관은 필요하다. 사람의 수탁검사기관은 모두 의료기관이다. 이러한 체계를 수의쪽에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성감정 결과 법정전염병으로 드러난 경우에 신고하면 된다는 수호위 측 입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수의사회는 “병성감정 결과 가축전염병이 확인된 경우에 하는 신고와는 별도로, 수의사 및 병성감정기관은 병성감정 의뢰를 받은 경우 그 즉시 가축전염병 의심신고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동물병원 개업수의사에 의한 진료’ 목표는 같지만..
앞서 특위는 돼지수의사회에 회원과 연루된 사무장 동물병원, 불법처방전, 업체 수의사의 불법진료 등의 문제에 대한 대응방향을 촉구했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처방과 정밀진단검사에서 동물병원이 배제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사무장병원·처방전 전문 수의사를 고발하는 한편, 직능단체 차원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고상억 돼지수의사회장은 “특위와 돼지수의사회 간 협의된 내용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준법 활동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겠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 변화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즉각적인 제제보단 교육과 자발적인 개선에 무게를 뒀다.
반면 특위는 대표적인 불법사례에 시정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법조치를 추진하는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종영 위원장은 “특위의 첫 고발이 진행됐던 전북에서는 이미 변화가 있다. 지자체 당국이 약사감시를 강화하고 사무장병원의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불법 케이스를 제제하면, 합법적인 진료환경으로 변화하는 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