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회,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우려‥양돈장 주변 야산 울타리 쳐야
대수 재난형동물감염병특위, 양돈장 8대 시설은 방역 위한 최소기준..실제 방역절차 준수가 핵심
강원도 고성, 인제의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멧돼지 감염 지역 농장의 추가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재난형동물감염병특별위원회(위원장 조호성)는 “멧돼지의 지속적인 발생상황에서 양돈장으로의 감염을 막아내기 어렵다. 멧돼지에서의 발생상황은 전국 확산 기로에 있다”고 우려하며 방역대책 강화를 제안했다.
8대 방역시설 무용론 경계 ‘최소한의 방역시설..반드시 필요’
8대 시설이 곧 ASF 차단 아냐..방역수칙 이행 강조
특위는 ‘멧돼지에 의한 확산방지’와 ‘양돈장 유입을 막는 차단방역 강화’를 원칙으로 방역조치 개선을 주문했다.
양돈농장에 8대 방역시설을 설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방역수칙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위는 “8대 방역시설이 곧 ASF 유입차단은 아니다. 8대 방역시설을 활용하는 효과적 이행절차와 확인을 포함한 프로그램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8대 방역시설에 대한 반대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돈사마다 전실을 두자니 건축 규제나 사육두수 감축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거나, 폐사체 보관 시설을 만들어도 어차피 사체를 따로 수거해가지 않으니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특위는 전실과 폐사체 보관시설 등은 방역절차상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선을 그었다.
방역상 당연히 있어야 하는 시설이지만 이제껏 갖추어 지지 않았을 뿐, ASF가 확산되는 현 상황에서는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사 출입 시 세척·소독과 장화 갈아신기 등에 필요한 전실은 돈사 간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하다. 물론 전실을 만들어도 장화를 갈아신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방역수칙 이행이 꼭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을 유인할 수 있는 폐사체를 개방된 공간에 두지 않도록 별도 보관시설을 의무화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폐사체 수거 체계가 없다고 보관시설을 없애기 보다, 수거 체계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얘기다.
조호성 위원장은 “8대 방역시설은 최소한의 기본 방역시설이며 이를 이용해 방역절차를 준수해야 ASF를 막을 수 있다”면서 방역절차 준수가 미흡한 상황에서 섣불리 8대 방역시설 무용론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방역원칙 내에서 양돈농가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돈 방역관리를 중심으로 농장의 노력도 당부했다. 국내 사육돼지에서 발생한 ASF 19건 중 16건이 모돈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위는 “시설 만으로는 완벽한 방역을 담보하지 못한다. 방역수칙이 철저히 지켜지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며 “모돈사 출입시 소독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도 터졌다’ 멧돼지 ASF 확산 시 양돈농가 발생 불가피
양돈장 주변 야산에 울타리 쳐야..사육돼지·멧돼지 동시 관리할 지자체 조직 필요
특위는 국내 ASF 상황이 독일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동유럽에서 폴란드까지 서진(西進)한 ASF를 막기 위해 독일-폴란드 국경에 울타리를 쳤지만 지난해 9월 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했다.
이후 10개월 동안 폴란드 국경지역 멧돼지에서만 1,171건으로 확산됐다. 결국 7월 16일 폴란드 국경 인근 브란덴부르크주 양돈농가 2곳에서 ASF가 발생했다.
특위는 “광역 울타리는 멧돼지 남하를 막는 효과는 있었지만, 울타리 위 공간 내의 양돈농장에서는 멧돼지로 인한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가을 이후 양돈장 주변으로 이동이 많아지는 멧돼지 특성상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완충지대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돈장 주변 야산에 울타리를 설치해 양돈장 주변으로 ASF 바이러스가 접근할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위는 “전국의 모든 지역은 더 이상 ASF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촉구했다.
농식품부(사육돼지)와 환경부(멧돼지)로 이원화된 당국의 조치가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사육돼지·멧돼지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지자체 내 동물감염병 제어 전담부서 신설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조호성 위원장은 “최근 포획한 멧돼지에서의 ASF 양성률이 과거에 비해 늘고 있다. 멧돼지 간의 ASF 전파가 빈번해졌다”면서 “여전히 폐사체 수색과 개체수 저감 노력이 중요하다. 포획 인력·장비에 차단방역 조치가 완벽히 취해지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