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벤다졸이 암을 치료해주나요?”라고 물으면, 개회충 사진을 보여주세요

데보라 톰슨 수의사에게 듣는 과학적인 내용 쉽게 전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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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Science Communication의 저자 데보라 톰슨 수의사

“페이스북에서 봤는데, 이버멕틴(Ivermectin)이 코로나19를 치료한다면서요? 한 번 복용해볼까요?”라고 물으면 수의사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현재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이버멕틴이 코로나19를 치료한다’는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고, 이버멕틴의 재고는 바닥이 났다.

2년 전 우리나라에서 “펜벤다졸이 사람에게 항암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공유되며, 파나쿠어가 동이 난 사건과 유사하다.

보호자들이 수의사에게 비과학적인 얘기를 할 때는 수의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The Art of Science Communication>의 저자 데보라 톰슨(Deborah Thomson) 수의사의 조언을 소개한다.

이버멕틴은 동물의 기생충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구충제다. 당연히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버멕틴 처방 건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24배 이상 증가했다.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이버멕틴 복용 뒤 신체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고가 3배 이상이나 증가하자,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버멕틴은 코로나19 치료가 효과가 없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펜벤다졸 사건, 이버멕틴 사건처럼 보호자들은 종종 수의사에게 잘못된 정보를 가져온다. 이때 수의사로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사진 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무조건 쉬운 용어를 사용하자

“이버멕틴이 코로나19를 치료하나요?”라는 질문에 “벌레 사진 본 적 있어요?”라고 되물으며 말파리(botfly) 유충 사진을 보여주라는 것이 데보라 톰슨 수의사의 조언이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는 “이버멕틴 구충제 상자에는 살충, 구충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모른다. 반면, ‘징그러운 말파리 유충 사진’은 사람들이 자신의 치료를 위해 이버멕틴을 복용하는 것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고, 대화를 시작하게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사진을 보면 ‘저렇게 징그러운 걸 죽이는 약이었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쉬운 단어를 쓰는 것도 필수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는 “종종 수의사들이 보호자에게 kidney가 아니라 renal이라는 단어를 쓰는 걸 목격하는데, 보호자는 그 단어를 아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호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단어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는 지난해 10월까지 약 1년 동안 워싱턴 DC에서 한 상원의원의 과학정책고문으로 일했는데, 이때 정부 관리들이 코로나19에 관해 설명하는 데 애를 먹는 걸 보고 ‘쉬운 단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데보라 톰슨이 말하는 고객과 잘 소통하는 기본 원리는 <보호자가 궁금해할 만한 점들을 생각해보고,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는 생식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생식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도록 돕고, 위험성에 대해 교육하는 게 수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생식에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세균이 있을 확률이 있고 반려동물은 물론, 가족의 건강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고 한다.

사료를 추천할 때도 단순히 “이 사료 브랜드를 쓰세요”라고 하기보다, 이 사료 회사는 수의영양학전문의를 고용하는데, 영양학전문의는 학부 4년, 수의대 4년, 인턴 1년, 레지던트 2년을 거쳐 전문의가 된다고 말하고 “이 회사가 수의영양학전문의들을 고용해서 저는 이 회사를 신뢰한다”고 말하면, 보호자들이 더 잘 순응한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는 “수의학의 장점은 환자와 보호자를 만날 때마다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관계 구축이 신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보호자가 수의사를 신뢰하면, 수의사가 믿는 다른 전문가도 신뢰하게 된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가 추천한 ‘사료 브랜드’를 보호자가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보호자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금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보호자 잘못 아냐…쉬운 말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수의사의 책무

보호자에게 “틀렸다”고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는 “전문가로서 우리의 책무는 고객이 압도당하지 않은 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도록 하는 것”이라며 “올바른 말로 올바르게 설명하면, 보호자가 압도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보호자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했어도 추가 설명을 요청하기 어렵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는 “사람들은 보통 수줍음이 많기 때문에,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단어의 뜻을 물어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자가 설명에 동의했다가 나중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 경우도 수의사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는 “바보가 된 느낌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며 이런 일이 발생해도 보호자를 비난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만큼, 보호자 입장에서는 진료실에서 수의사가 사용하는 어려운 의학용어의 뜻을 물어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데보라 톰슨 수의사는 “보호자는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전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할 뿐”이라며 “보호자에게 올바른 단어(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게 전문가인 수의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펜벤다졸이 암을 치료해주나요?”라고 물으면, 개회충 사진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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