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규제 늘었지만 혜택 없어..진료비 얘기에 이런 부분도 논의돼야”
이재명 캠프,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표준수가제 도입 토론회 개최
이재명 선대위 동물권위원회가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 및 표준수가제 도입 토론회’를 개최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 병원마다 다른 진료비에 대한 불만이 주로 제기됐지만, 수의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제도의 현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도 나왔다.
11월 27일(토) 열린 ‘이재명 동물정책 3차 연속 토론회’에는 이재명 선대위 동물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고민정 국회의원과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해 김성호 공동수석부위원장, 서경화 정책분석팀장, 이태형 브이케어동물병원장, 유주연 나비야사랑해 대표,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 반려인 등이 참석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 커, 진료비 표준화 필요”
토론회에 참석한 한 반려인은 “(반려동물 양육에) 비용적인 문제가 확실히 있다”며 “나라에서 표준화를 해주면 반려인들이 좀 편하게 동물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병원 진료비와 관련된 주요 불만은 진료비 부담, 병원마다 다른 진단·진료비, 진료부 미공개 등이었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병원마다 다른 진료비 문제를 지적하며 “진료비 표준화가 확실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게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이고, 유기방지에 도움이 되는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잘 갖춰진 건강보험 때문에 (동물진료비) 체감 커”
“모든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고민정 의원은 보호자들의 부담을 이해하면서도, 진료비 표준화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고 의원은 진료비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 잘 되어있어서 그에 따른 (동물병원 진료비) 체감이 너무 크다”며 “(동물건강보험 제도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물보호자만 세금을 내게 할 것인지 등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준수가제에 대해서는 “서울의 자장면 값과 지역의 자장면 값이 다른 것처럼, 임대료가 다르고 상황이 다른데 (진료비의) 모든 영역을 일괄적으로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라며 “광견병 주사 등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항목부터 수가를 명확하게 정하고 단계적으로 (수가제를) 도입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희종 교수는 “독일의 경우 표준수가도 유연화해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동물병원 수가제 GOT(Gebührenordnung für Tierärzte)는 서비스의 난이도, 소요되는 시간, 출장 진료 여부, 동물의 가격, 지역별 상황, 물가, 생활 수준 등 ‘각 사례의 특정 상황’을 고려하여 수가의 1~3배 범위에서 동물병원이 자유롭게 수가를 결정한다.
“10년간 수가 인상 거의 없고, 오히려 부가세 신설돼”
이태형 원장은 보호자들의 부담을 이해하고 수의사회 차원의 노력을 설명하는 동시에 수의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원장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수가 상승이 거의 없었다. 물가 상승률도 반영 못 하고 있다”며 “오히려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 10%가 생겨서 보호자들의 부담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과 다른 진료환경(보정/마취 필요,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환자 등), 노령동물의 증가, 수의학의 발전 및 새로운 약물·장비의 등장 등 진료비 책정에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진료비 원가에 대한 문의에는 “원가 자체보다 시간의 값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하며, 수의사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한 노력이 의료비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우희종 교수 역시 “저는 4년제를 졸업한 수의사지만, 지금 젊은 수의사들은 6년제를 졸업하고 외국 유학 등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며 수의사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국내 수의사들의 수준과 동물병원 시설이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공급 규제에 축산인 취급받는 수의사…규제·의무만 늘어나”
늘어나는 규제와 의무에 대한 어려움도 소개됐다.
이태형 원장은 “민법 개정으로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가 격상되는 지금도 수의사는 축산인으로 취급된다”며 “수의사의 지위 상승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형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 병·의원이 도매상에서 의약품을 공급받는 것과 달리, 동물병원은 약국(소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아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이 원장은 “동물병원에 대한 규제와 의무는 많아졌는데, 혜택 등은 의료인 수준이 아니”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얘기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희종 교수 역시 “수의학은 보건의료 분야에 속하지만, 수의사 면허나 동물약품은 모두 농림축산식품부 관할”이라며 “우리나라의 제도나 문화가 국민 의식 수준에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수의사들에게 요구되는 건 많지만, 수의사들이 그 자격을 얻기 위해 한 노력은 전혀 배려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성호 교수 역시 “동물등록, 펫티켓 등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이 같이 이뤄져야지 표준수가, 보험도 정립될 수 있다”며 진료비 문제를 큰 틀에서 바라볼 것을 당부했다.
우희종 교수는 토론회 후 자신의 SNS를 통해 “반려인과 수의사 양측의 입장을 들으면서 사회 변화를 위해 서로의 신뢰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과 함께 공약 실행을 위해 필요한 숙제를 재확인하는 소중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월 18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은 합니다 소확행 공약 7’을 발표하며 “천차만별 반려동물 진료비, 화나고 부담되셨죠?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도입해 반려인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토론회 전체 영상은 유튜브 채널 고민정TV(클릭)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