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패드다. 동물의 체액·분비물 등이 묻은 패드(탈지면)는 일반 의료폐기물에 해당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포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의료폐기물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에서는 2019년 비감염성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등 개선이 이뤄졌다. 동물병원에서도 의료폐기물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디는 모든 패드를, 어디는 혈액 묻은 패드만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동물병원에서 발생한 혈액·체액·분비물·배설물이 함유되어 있는 탈지면은 일반의료폐기물에 해당한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동물환자의 특성상 배설물이 묻은 패드는 다량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용, 호텔 등 진료목적이 아닌 동물의 방문도 적지 않다.
물론 동물병원에서 나오는 모든 패드가 의료폐기물인 것은 아니다. 건강한 동물의 배설물 제거용으로 사용된 일회용 기저귀, 패드, 휴지 등은 의료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료과정이나 입원 시 발생한 패드에 대해서는 동물병원별로 시각이 엇갈린다. 취재과정에서 문의한 병원들의 처리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어떤 상황이든 관계없이 무조건 의료폐기물로 버린다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혈액이 묻은 패드만 의료폐기물로 처리한다는 병원도 있었다.
진료 케이스마다 담당 수의사가 의료폐기물로 분류할 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병원도 있었다. 이때는 생물학적 위험이나 감염 우려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인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귀청소를 받던 강아지가 소변을 지려서 닦으면, 그걸 의료폐기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진료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대소변을 보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동물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에서는 비감염성 일회용기저귀 의료폐기물서 제외
‘동물 배변패드나 사람 일회용기저귀나..’
사람에서는 이처럼 감염위험과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배설물 관련 의료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병의원이 배출하는 비감염성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했다. 2019년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감염병환자(의사환자 포함), 병원체 보유자, 혈액 함유 일회용기저귀만 의료폐기물로 남겼다. 단순요양 중인 치매환자나 외래진료·예방접종으로 방문한 영유아의 기저귀는 의료폐기물에서 제외됐다.
반려동물 환자의 배변 패드는 사람 환자의 일회용 기저귀나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조치에는 국내 의료폐기물 처리용량이 수요 대비 부족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의료폐기물 과부화 문제는 코로나19로 격리의료폐기물이 크게 늘며 더 심각해졌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국내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13곳 중 5곳이 처리허가용량의 100%를 넘겼다.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수도권 인근 소각장의 상황이 더 심각했다.
경기도의 B동물병원장은 “의료폐기물 배출을 가급적 줄여 달라는 당국의 공문이 종종 온다”고 말했다. B원장은 자체 판단에 따라 감염성이 우려되는 패드는 의료폐기물로, 그렇지 않은 패드는 일반쓰레기로 처리하고 있다.
환경부 ‘의료폐기물 분리배출지침에 따라서 처리’ 원론적 답변
동물병원 패드 관련 의료폐기물 처리 기준 구체화해야
동물병원에서 배출하는 패드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의료폐기물 분리배출지침에 명시된 사항 외에는 추가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전했다.
환경부 [의료폐기물 분리배출지침]은 ‘”동물병원에서 건강한 동물의 배설물 제거용으로 사용된 일회용 기저귀, 패드, 휴지 등은 의료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진료, 처치 등 의료행위에 의해 발생되는 배설물이 함유된 일회용기저귀 등은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결국 감염 위험과는 별개로 진료행위와 연관된 환자에서 발생한 패드라면 의료폐기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동물병원의 의료폐기물 관련 사항이) 사람 병원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안을 명확히 하려면 수의사회 등 기관 차원의 질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동물병원에서도 감염 위험이 없는 폐기물이 지나치게 의료폐기물로 처리되지 않도록 관련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 쪽의 선례도 있다. 환경부는 2012년 환자가 사용한 기저귀·생리대 등의 의료폐기물 처리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질의에 대해 “진료에 따른 투약행위·진료행위 등 내과적인 약물치료 등의 의료행의 없이 단순한 외상 등을 입은 환자로부터 발생하는 기저귀나 생리대 등은 의료폐기물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A원장은 “모든 패드를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게 되면 의료폐기물 수량이 크게 늘고 비용도 3배가량 증가한다”며 “(현행 규정은) 동물병원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