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종 이방원` 말 학대 논란에‥정부, 출연동물 보호 가이드 만든다
동자연·KBS 면담, 재발 방지 대책 촉구..KBS 거듭 사과
낙마 장면 촬영에서 말이 다쳐 죽음에 이르게 한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동물학대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다.
동물학대 문제를 제기한 동물자유연대는 24일 KBS 관계자와 면담에 나서 동물 촬영 지침 등 재발 방지대책을 제안했다.
KBS는 ‘생명 윤리와 동물복지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불러온 참사’라며 거듭 사과했다.
‘걸려 넘어지는 장치 허용 불가’ 촬영 규정 제안
KBS ‘책임 통감·재발 방지’ 거듭 사과
19일 동물자유연대가 제기한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동물학대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 드라마 결방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제보 영상 속에서 크게 넘어진 말이 결국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동물자유연대는 24일 KBS 드라마 센터장, 책임 프로듀서 등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하고 미디어 동물복지를 위한 지침, 말을 이용한 촬영 시 지켜야 할 규정을 제안했다.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인용해 동물이 걸려 넘어지는 장치, 전선, 함정을 허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아울러 방송 가이드라인 상에 동물복지 관련 내용을 신설하고 동물보호 전문가를 포함한 동물촬영윤리위원회 구성, KBS 시청자위원회에 동물복지 전문가 참여 등을 요구했다.
KBS 측도 24일 발표한 2차 공식입장을 통해 거듭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KBS는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시청자 여러분과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면서까지 촬영해야 할 장면은 없다. 이번 사고는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불러온 참사”라고 밝혔다.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과 외부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한편, 동물 안전·복지를 위한 제작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政 ‘출연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만든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영상·미디어에 출연하는 동물에 대한 보호·복지 제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25일 밝혔다.
프로그램 제작사 등이 촬영 현장에서 출연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동물단체에서 제작한 관련 가이드라인은 있었지만, 정부가 직접 가이드라인 제작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살아있는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소품으로 여겨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CG 등 동물 위해 최소화 대안 검토, 안전조치 강구, 보호자·훈련사·수의사 현장배치 등의 준수사항을 수립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영상·미디어 관련 업계와 동물행동, 진료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협의체를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동물보호법에 출연동물 동물학대 관련 내용을 구체화하고, 촬영·체험·교육을 위한 동물 대여 관련 규정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원일 농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은 “각종 미디어 매체에 출연하는 동물 보호에는 제도적 관심이 부족했다”며 “영상·미디어 촬영 현장이 동물보호복지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 공감대 조성과 제도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