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PLS 2024년 도입, 가축 동물약품 허가외사용 큰 폭 제한
소에 허가된 약품 염소에도 쓰려면 별도 잔류시험 거쳐야..검역본부 4년간 120억원 지원
오는 2024년 축산물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을 앞두고 검역본부가 동물용의약품의 잔류성시험·분석을 추진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PLS 시행 후 잔류허용기준·휴약기간이 없어 동물약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이 같은 동물약품 재평가를 포함해 축산물 PLS 안착을 위해서는 생산단계의 위생관리업무가 중요한데, 이를 위한 전담조직·인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PLS, 잔류허용기준 없는 허가외사용 큰 폭 제약
검역본부, 소수 축종 위한 재평가 잔류성시험분석 지원
축산물 PLS(Positive List System)는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의약품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반면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성분의 동물약품은 가축에서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된다. 잔류허용기준이 따로 없으면 불검출 수준인 0.01mg/kg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 그러면 농장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가축에 사용하는 동물용의약품은 대부분 잔류성시험을 거쳐 잔류허용기준(MRL)에 따른 휴약기간을 설정한다. PLS가 도입되어도 휴약기간을 지켜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축산현장에서 허가외사용(off-label)이 적지 않다는데 있다. 소에서 쓰도록 허가된 약품을 염소에게 투약하거나, 닭에게 허가된 제품을 거위에 쓰는 식이다. 닭 안에서도 육계(닭고기)와 산란계(달걀)는 잔류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
하지만 PLS가 도입되면 이 같은 허가외사용은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출하시점이 많이 남아 휴약기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송아지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불검출 수준의 일률기준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소에서 쓰도록 허가된 약품을 염소에게 쓰려면, 염소에서 따로 잔류성시험을 거쳐 휴약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검역본부는 PLS로 인한 축산농가와 동물약품업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가축에 사용하는 동물용의약품별 허가사항을 재평가하고 안전관리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4년간 120억원을 들여 잔류성시험·분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기업에게는 시장 수요가 크지 않은 염소를 위해 따로 잔류성시험을 하고 품목허가를 변경하기에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
때문에 검역본부가 대신 잔류성시험을 수행하고, 이를 동물약품 재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PLS가 적용될 동물용의약품 2,500여 품목 중 잔류성시험자료가 필요한 180개 품목군을 대상으로 수행 중이다.
가령 A성분의 동물용의약품이 여러 제조사에서 출시되어 있고 용법·용량도 동일하다면, 검역본부가 대표 제품 1개를 선정해 잔류성시험을 실시하여 여러 제조사가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기존에 허가된 동물약품은 최대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향”이라며 “주요 축종에 대해서는 제약사 측이 자료를 확보해 재평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염소, 거위 등 소수 축종은 개발비용 대비 사업성이 약하다 보니 PLS 도입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가고 일만 남았다
생산단계 축산물 위생 관리 전담인력 보완 시급
동물약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돼지·닭과 같은 주요 축종에서는 대부분 기존에 사용하던 약품에 휴약기간이 이미 설정되어 있지만 흑염소, 거위 등에는 유사 축종에 허가된 약품을 경험적으로 사용해왔다”면서 “검역본부가 PLS 대비를 위한 업계 의견을 수렴해 진행하고 있다. 지원사업의 취지는 좋다”고 말했다.
PLS 도입 초기에는 기존에 쓰던 약품의 사용이 금지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정부가 잔류성시험을 지원하더라도 모든 동물용의약품 성분을 모든 축종에 시험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PLS 안착을 위한 전담 조직·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검역본부는 PLS에 대비한 동물약품 재평가 외에도 축산물·축산환경 위해도 평가, 생산자 안전교육 등을 추진하려면 전담부서, 전문인력 보완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2013년 식약처로 축산물 위생관리가 이관됐지만, 생산단계의 관리 업무는 여전히 농식품부에 위임된 반면 전담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사람·부서는 없어졌는데 일만 남았다”며 “잔류검사·관리도 농장, 도축장·집유장 단계가 더 중요하다. 이미 마트로 유통이 시작된 단계에서 대응하면 늦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