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합법적으로 이별하는 법 : 이현지 변호사(동물권을 옹호하는 변호사 모임)
필자가 초등학생 때, 토끼를 2년 정도 기른 적이 있다. 온몸이 쥐색에 귀가 짧고 눈이 새카만 아이였는데, 백화점 반려동물 코너에서 함께 있던 하얀 친구들이 먼저 가족을 만나 떠나고, 홀로 남아 나를 올려다보던 눈빛이 외로워 보여서, 내가 친구가 되어 주고자 어머니에게 입양하자고 졸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내가 당시 좋아하던 동화의 주인공 토끼의 이름을 따서, 희망을 좇는 아이가 되라는 의미, 그리고 높게 뛰는 건강한 아이가 되라는 의미에서 “호퍼”라고 이름을 지었다. 호퍼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나는 어린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호퍼”에게 주려고 노력했다.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주려고 했고, 좋은 곳에 놀러 갈 때면 데려가려고 했으며, 많이 안아주려고 했다. 그러나, 호퍼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보금자리를 갖춰주기에 나는 지나치게 어렸고, 무지했었나 보다. 나와 2년을 함께 한 후 어느 날 아침, 호퍼는 돌연 내 곁을 떠나 있었다. 호퍼가 숨을 거둔 그날부터 며칠 동안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제 좀 그만 울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호퍼를 더 이상 볼 수 없는데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냐며 야속해 했던 기억도 난다. 호퍼의 마지막 모습은 산에 묻어 주겠다던 아버지의 손에 담긴 채로 사라졌었다.
내가 호퍼를 만났던 때 그랬듯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들은 대개 나만 바라보는 순수한 눈망울과 사랑스러운 몸짓에 반해 동물들을 가족으로 맞이한다. 평생을 곁에 두고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며 애정으로 보살피고 싶은 것이 가족의 마음이지만,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주어진 천명이 다른지라 우리와 반려동물들은 결국 이별이 예정된 연을 맺을 수밖에 없다. 내가 사랑하던 작은 생명이 세상을 떠나면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프지만,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만 한다. 사람이 명을 달리하면 장례절차가 있듯, 우리의 작은 가족에게도 정해진 장례절차가 있으면 좋겠으나, 뚜렷하게 알려진 반려동물 장례절차가 존재하지 않아서 어린 시절의 나처럼 어떻게 해야 적법한지 모르고, 땅에 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에 해당하기 때문에(폐기물관리법 제2조 제1호), 임의로 땅에 매립하여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여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동법 제65조 제1호). 폐기물관리법상으로 동물병원 외의 장소에서 사망한 “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넣어 쓰레기장에 버려야만 한다(동법 제8조 및 관련 시, 군 구 조례 규정). 보호자에게는 가족인데, 법적으로는 생활폐기물이니, 쓰레기장에 버리라니, 필자는 위 규정이 잔인하다고 느끼고 향후 보다 동물의 죽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기를 바라지만, 아직 현행법상으로는 어쩔 수가 없다.
한편,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할 경우, 그 사체는 “의료폐기물”에 해당하므로(동법 제2조 제5호, 동 시행령 제4조 [별표 2]), 동물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되거나, 의료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은 자 등에게 위탁 처리될 수 있다(동법 제18조 제1항). 그러므로,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그 마지막 모습을 직접 수습하는 것이 힘든 사람들은 동물병원에 수습을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물들을 반려하는 가정이 많아지고, 먼저 간 나의 동물 가족을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도 생겨났다. 동물보호법 제22조 제3항에서 동물장묘시설을 통한 처리를 허용하고 있고, 이 경우 폐기물관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폐기물관리법 제3조 제9호). 비록 비용이 다소 들 수는 있지만, 내가 사랑했던 작은 몸이 다른 폐기물과 섞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장례절차를 통해 함께했던 추억들을 되새겨 볼 수 있다는 점, 추모석 등 기념물을 만들어 간직할 수도 있다는 점 등에서 필자가 가장 인도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이기는 하다.
동물장묘시설을 통하여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를 경우, 해당 동물장묘시설 업체가 동물보호법에 의해 적법히 등록된 업체가 맞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동물보호법 제33조는 동물장묘업을 하려는 자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하고 영업 등록을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위와 같이 영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운영되는 동물장묘시설은 합법적이지 않은 시설에 해당하여, 장묘시설의 위생과 안전이 검증되기 어렵다. 실제로 불법 동물장묘시설에서 비동의 합동 화장, 유골 훼손 또는 바꿔치기, 장례비용의 과다청구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불법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할 경우,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법적으로 보호받기 곤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반려동물의 장례를 맡기고자 하는 장묘시설이 합법인지 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을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동물장례협회에서 운영하는 e동물장례정보포털에서는 지역별로 합법적으로 등록된 동물장묘시설을 안내하고 있다. 이에, 보호자들은 위 사이트에서 합법 시설로 확인되는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고, 비동의 합동 화장, 유골 훼손이나 바꿔치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장례 진행 시 모든 장례절차에 참관을 요청하며, 장례를 마친 후 장례확인서의 발급을 요청함으로써 나의 작은 친구와 합법적으로 이별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생 동안 동고동락을 함께 한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었던 작은 생명의 마지막 가는 길이 떳떳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호자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존중과 배려가 아닌가 한다. 지금 이 순간 상실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보호자들과 반려동물들이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이별할 수 있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