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이력제,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 먼저 도입한 일본
6월부터 판매되는 개·고양이에 마이크로칩 삽입, 통합 DB 등록 의무화
일본에서 판매용 개, 고양이에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을 통한 동물등록이 의무화됐다.
국내에선 아직 논의단계에 그치고 있는 반려동물 이력제,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를 먼저 성사시킨 셈이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 ‘동물애호관리법’이 6월 1일자로 시행됐다.
日 기존 등록제는 광견병 예방에 초점..마이크로칩은 민간 등록
일본은 기존에도 반려견 등록제도를 시행해왔다. 반려견을 키울 경우 30일 이내에 등록해야 한다.
다만 기존 등록제는 광견병 예방에 초점을 뒀다. 매년 광견병 백신을 접종하고 주사 여부를 지자체에 등록하는 형태다. 광견병 백신접종을 등록하면 목걸이 형태의 ‘광견병예방감찰표’를 받는다. 해당 감찰표를 반려견의 목에 의무적으로 걸어야 한다.
유실·유기동물에만 초점을 맞춘 한국의 동물등록제와는 달랐던 셈이다.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을 통한 동물등록도 기존에 있었지만 법적인 의무는 아니었다.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민간에만 5개 단체가 자체적인 마이크로칩 등록 체계를 운영했다. 일본수의사회가 추천하는 AIPO(동물ID정보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를 포함해서다.
이 관계자는 “등록단체들끼리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불편이 많았다.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지금까지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형태라, 하지 않는 보호자도 많았다”고 전했다.
개정법 번식·판매업자에 개, 고양이 내장형 등록 의무화
동물병원 수의사가 마이크로칩 삽입
기존 개인 소유 반려동물에는 권장만
6월 1일자로 시행된 개정 동물애호관리법은 판매되는 개, 고양이에게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했다. 번식업자나 펫샵 모두 규제 대상이다.
번식·판매업자는 고유번호를 가진 마이크로칩 삽입과 함께 관련 정보를 통합DB에 등록해야 한다. 판매업자의 이름부터 개·고양이의 성별, 품종 등을 담는다.
이들이 판매되면 구매자(소유주)도 추가 정보를 DB에 등록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 개·고양이를 잃어버렸을 때 찾아줄 수 있는 개인정보들이다.
번식·판매업자에게 주어진 의무이지만, 실질적인 마이크로칩 삽입은 동물병원 수의사가 해야 한다. 내장형 삽입은 동물병원 수의사만 할 수 있도록 한 국내와 마찬가지다.
소식통에 따르면, 등록시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한 동물병원과 수의사 이름, 주소 등도 함께 입력해야 한다.
다만 마이크로칩 삽입·등록 의무는 기존에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반려동물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키우는 개의 마이크로칩 삽입은 권장사항(노력의무)이다.
마찬가지로 번식·판매업자가 보유한 개·고양이 중 판매 목적이 아닌 종견에게도 삽입·등록 의무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실·유기동물 감소할 토대 갖춘 일본
한국은 여전히 내장형 일원화·이력제 논의 단계 그쳐
이처럼 일본에서는 6월 1일 이후에 판매된 개·고양이가 추후 유기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소유주가 잃어버렸다 해도 포획만 된다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다.
이 일본 소식통은 “일본에는 지진 등 자연재해가 많은데, 잃어버린 동물의 주인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 문제”라고 지목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한 시민단체가 보호한 개·고양이 중 표식이 남아 있던 739마리 중 실제 주인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88마리(11%)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광견병예방감찰표(81마리) 덕분이었고 마이크로칩 삽입 개체는 거의 없었다.
일본 현지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매년 7만 마리 이상의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키우던 개에게는 내장형 등록이 의무화되지 않은 만큼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실·유기동물 발생을 줄일 수 있는 토대를 세운 셈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동물등록제가 여전히 구멍 뚫린 채 운영되고 있다.
외장형 동물등록은 유실·유기동물 발생을 막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장형 일원화는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동물등록제로 모은 반려견 데이터를 별달리 활용하지도 않는다. 광견병 대책과도 분리되어 있다. 일부 지자체가 등록된 반려견에게 관납 백신 접종비용을 자율적으로 할인해주는 정도다.
다만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등록을 생산·판매 단계까지 앞당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반려동물 공약에 ‘반려동물 이력제 도입’을 포함시켰다.
지난달 허은아 의원이 개최한 ‘동물복지 제고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 토론회’에서도 생산-판매-보호 전 단계에 걸쳐 소유주를 특정할 수 있는 형태의 이력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