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유기동물 문제 원인으로 병원비 지목‥표준화 필요성 제기
언론 인터뷰서 ‘병원비도 유기에 영향 미치는 것 같다’ 시각 내비쳐
김건희 여사가 13일 서울신문과 동물보호를 주제로 첫 공식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김 여사는 유기동물, 동물학대, 개식용 등 동물보호 관련 이슈에 견해를 밝히면서 “동물권 존중을 함께 모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만 유기동물이 줄지 않는 이유로 ‘책임감 부족’과 함께 ‘병원비’를 지목해 아쉬움을 남겼다. 유기동물이 진료비 부담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객관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불명확한 진료비 문제를 거론하기보단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 판매단계 동물등록 의무화 등 실질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령 이하 유기동물이 90%인데 진료비 부담 때문?
의료수가 표준화 필요성 거론도
보호자가 큰 부담을 느낄 만큼 높은 진료비는 심장병, 신장병, 내분비계 이상 등 만성 중증질환으로 발생한다. 이들 질병은 대체로 나이든 동물에서 문제가 된다.
하지만 2017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발생한 유기견 30만 5천두를 분석한 결과 5년령 이하 개체가 90%를 차지했다. 주로 어린 동물이 버려지는 셈이다.
동물보호센터에서 추정하는 나이를 입력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외형적으로도 어린 개체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1년령 미만 개체 비율도 50%에 달해 같은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공고문에 건강상태가 나쁨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된 비율도 5%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동물보호센터에서 외형상 판단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반대로 유기동물이 정말 진료비 부담이 심할 만한 중증질환에 걸렸는지 여부를 연구한 사례도 찾을 수 없다.
다만 이 같은 인식이 정당한가와 별개로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는 점은 문제다. 김건희 여사뿐만 아니라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심사하는 국회의원들까지 마찬가지라서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2월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반려동물을 유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비용문제로 지목하며, 이중 진료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안병길 의원도 지난해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진료비 부담 등으로 유기·유실동물이 매년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와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도 이번 인터뷰에서 ‘병원비 문제에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면서 동물병원 의료수가 표준화를 개선하면 유기 실태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를 비용부담이 저렴해지는 방향으로 전제한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유기동물 문제와 진료비를 연결시키는 시각이 실제로 법률과 정책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데 우려가 나온다.
‘책임감 없이 키우는 게 큰 문제’
유실·유기동물 보호자 반환 비율은 계속 감소해
日, 마이크로칩 삽입·판매단계 등록 의무화
반면 “책임감 없이 키우는 게 큰 문제”라는 김건희 여사의 지적에는 무게가 실린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해당 조사에서 유기동물 발생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책임 인식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이 76.5%로 1위를 차지했다.
반려동물 의료시스템을 포함해 ‘반려동물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은 27.7%에 그쳤다.
유기동물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으로는 동물등록제를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일원화하고, 동물 판매 단계에서부터 실시하는 방안이 꼽힌다. 유기된 동물의 주인을 반드시 찾아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형태다.
현행 동물등록제는 등록을 하지 않아도 잡아내기 힘들고, 외장형으로도 등록할 수 있어 유기행위를 예방하기 어려운 형태다.
실제로 유실·유기동물이 보호자에게 되돌아간 비율은 오히려 줄고 있다. 2016년 15.2%였던 보호자 인도 비율은 꾸준히 감소해 2020년 11.4%에 그쳤다.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본은 6월부터 판매목적의 개·고양이에 마이크로칩 삽입과 동물등록을 의무화했다. 차후 유기동물 발생이 줄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