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동물법센터가 17일 개식용 관련 문제의 법적 쟁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온라인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개식용 관련 시민 설문조사를 소개한 천명선 교수의 발제(보러가기)를 시작으로 철학적, 헌법적, 법률적 측면에서 개식용 문제를 다각도에서 조명했다.
철학적으로는 개가 소·돼지·닭 등 다른 가축과 달리 보기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개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개식용 금지가 다른 가축의 식용 금지보다 현실적으로 우선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률적으로는 축산법(개 포함)과 축산물위생관리법(개 미포함)의 부정합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개는 특별한가..고통 주지 않는 사육·도살이라면 윤리적 문제 아니다?
‘모든 동물을 먹지 말아야 하지만 개부터 금지하자’ 주장도
이날 발제에 나선 강원대 최훈 교수는 개식용 문제를 철학적으로 고찰해 눈길을 끌었다.
개를 고통없이 사육·도살한다면 개식용이 가능한지, 개는 소·돼지·닭과 달리 인간의 친구이기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최 교수는 개식용이 잔인한 사육 환경과 비위생적인 도축으로 악명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현실의 문제일뿐 원리적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개 이외의 가축에서도 공장식 사육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개에서만 식용금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것이다.
개는 인간의 친구이니 죽여선 안 된다는 개식용 반대측 논리도 반박했다. 친구가 아니라고 해서 다른 사람을 죽여선 안 되는 것처럼, 특정 동물이 친구인지 아닌지는 죽여도 되는지 여부와는 무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의 일부가 반려견으로서 사람과 친구처럼 지낸다 하더라도 모든 개를 친구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사람이 일방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형태의 친구라면, 개뿐만 아니라 닭이나 돼지의 일부 개체도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고통을 주지 않고 사육·도살할 수 있다면 먹어도 윤리적 비난을 받지 않는다”며 “(조건이 같다면) 다른 동물과 개의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개식용 금지에 찬성하는 토론자들 사이에서도 개가 다른 가축과 달리 특별하다는 의견보다는, 모든 가축의 도축에 반대하지만 개에서의 금지를 우선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김성한 전주교육대 교수는 “여타의 동물은 먹을 수 있지만 개는 먹을 수 없다고 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데 동의한다”면서 “개나 다른 포유류 동물이나 특별한 차이가 없으며, 이들의 고기를 모두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식용에 우선 반대하는 이유는 ‘개고기를 금지하는 것이 다른 동물의 고기를 금지하는 것에 비해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명윤리학 박사인 박종무 수의사(평생피부과동물병원)도 기후위기 시대에 축산물 소비를 줄이는 것이 윤리적 태도이며, 여기에 개식용 금지가 포함된다고 지목했다.
축산법-축위법 충돌, 입법적 해결 필요
강원대 함태성 교수는 동물권 측면에서 반려동물·농장동물·실험동물이 모두 생명의 주체로서 동일한 가치를 지난다는 점을 지목하면서도, 현실 법체계에서는 ‘반려동물의 지위가 특별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제집행에서 반려동물의 압류를 금지하거나, 반려동물이 상해를 입거나 죽은 경우 보호자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거나, 이혼 과정에서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다툴 때 양육비 청구나 접촉권(방문권)을 인정할 수 있는 가족법상 법리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법적·공법적으로 반려동물이 상대적으로 특별하다면, 반려동물의 대표격인 개가 그에 상응하는 법적 대우와 보호를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법체계는 부조화에 빠져 있다. 현행 축산법은 가축의 범위에 개를 포함시키고 있는 반면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함 교수는 축산법상 정의에 개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를 개식용 허용의 근거로 삼는 것은 논리비약이며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축산법상 가축 개량이나 축산물 수급, 축산물 품질 향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을 두고서는 ‘개 도축은 축산물위생관리법의 목적에 반하는 금지행위이지만, 별도의 벌칙 규정이 없으므로 (축위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함 교수는 “법 체계상 부조화와 입법공백, 집행 결함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책임있는 자세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명시적으로 개 도축·유통을 금지하든,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 포함시키든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식용 금지를 추가로 법제화하기에 앞서 현행법 상으로도 불법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물권단체 케어 김영환 대표는 “현재 대부분의 개농장은 농지법, 가축분뇨법, 폐기물관리법 등 여러 행정법을 위배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방치하고 있을 뿐 (개식용 금지를 위해) 법제화를 따로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