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공무원 0.5명이 담당하는 수의사 국가시험
보건의료인 시험의 1/10 수준..수의사 역량 사회적 요구 높아지는데 정책∙예산은 거꾸로
수의미래연구소(공동대표 조영광∙허승훈)가 현행 수의사 국가시험 담당자가 공무원 0.5명에 불과하다고 8일 지적했다. 1명뿐인 담당자가 그 마저도 국정감사 업무 등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도 1.6억원에 불과하다. 1개 시험 평균 예산이 약 17억 원인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의 1/10 수준에 그친다.
`인력∙예산 부족이 진짜 문제..수의 정책 거버넌스는 거꾸로`
수미연이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수의사 국가시험 업무는 검역본부 기회조정과 국회평가계 소속 수의직 공무원 1명이 담당하고 있다.
해당 인원은 국가시험 외에도 국회 대응과 국정감사, 전자소송, 온라인 행정심판 등의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매년 9월부터 이어지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감안하면, 내년 1월에 열릴 수의사 국가시험 준비는 사실상 0.5명이 담당하는 셈이라는 것이 수미연의 지적이다.
이에 반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의 국가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경영기획, 출제관리, 필기∙실기시험 시행관리, 연구개발 등 기능별로 조직된 부서에 131명의 정규인력이 근무하고 있다(2022년 7월 기준).
2022년 예산은 423억원으로, 1.6억원에 불과한 수의사 국가시험 예산과는 대조적이다.
25개 직종의 면허∙자격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만큼, 시험별 담당인력과 예산을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한 산술평균(16.9억원)을 계산해봐도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수미연은 “현재 농식품부와 검역본부가 수의사 국가시험을 운영할 최소한의 인력과 예산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며 “코로나19∙원숭이두창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반려동물 의료에 역량을 갖춘 수의사에 대한 국민적 필요도 커지고 있는데, 수의사와 관련된 정책 거버넌스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농식품부가 중앙가축방역심의회와 수의사국가시험위원회를 합치려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을 꼬집은 셈이다.
수미연은 “인력 충원 등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면, 수의사국가시험위원회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험 담당기구를 이관하거나 새로운 전담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집단을 존중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니, (수의사 관리의) 주무부처를 보건부서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항 공개 필요성 재차 강조
‘검토체계 개선 등 변화 단초될 것’
국가시험 문항 공개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시험문항 공개가 부실한 국가시험 운영 개선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미연은 “현재 시험문항 비공개의 근본적 이유는 (국시 문항에 대한) 검토체계가 없다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가 생기면 출제자에게 책임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출제진도 공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행 국시 출제는 검토위원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문항의 출제 타당성은 물론 난이도, 오류검증 등은 모두 당해 출제위원에게 맡겨져 있다. 고작 최근 면허를 취득한 공중방역수의사 몇 명이 먼저 풀어보는 것이 검토 과정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수미연은 “일단 문항 공개가 결정되면 검토체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관련 인력∙예산 확대, 시험관리기관 이관∙신설 등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이를 동력으로) 실기시험 도입 등 추가적인 개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대해 검역본부 측은 2016년 농식품부(감사담당관실) 감사결과에 따라 수의사국가시험 민간 이관을 위한 법 개정 사항을 농식품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담조직 신설에 대한 질의에는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업무사항이므로 답변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국시원은 수의사 면허 및 동물보건사 자격 국가시험의 운영 위탁 질의에 대하여, 해당 시험이 업무 범위에 해당하는지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