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혈액검사 능동예찰, 비효율적’ 문제 제기

돼지수의사회 정책간담회 개최..신고의무 개편, 국비 공수의로 돼지수의사 방역 참여 늘리자 제언도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한국돼지수의사회(회장 최종영)가 30일 대전 계룡스파텔에서 대한수의사회와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돼지수의사회는 지난 2월 개최한 수의정책포럼을 통해 가축전염병 신고체계, 동물용의약품 관납 등 다양한 정책을 제언했다. 최근 대수 미래정책 부회장으로 임명된 우연철 사무총장이 이에 대한 중앙회 의견을 공유했다.

ASF 혈액검사 비효율성 문제 제기

과학적 측면에서 비효율적’ 수동예찰 전환 주장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사전에 마련된 정책의제에는 없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능동예찰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농식품부는 전날(3/29) ASF 방역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능동예찰(혈액검사)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모인 돼지수의사들은 ASF에 대한 능동예찰에 문제를 제기했다.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참여한 한 수의사는 최근 지역에서 능동예찰에 대한 일선 임상수의사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능동예찰 자체에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혈액검사로 ASF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다.

특정 농장에서 특정 시점에 채취한 혈액에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없더라도, 시점이 달라지면 양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ASF 바이러스가 급성형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는 곧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높은 확률로 폐사한다.

반대로 말하면, 외형적으로 증상이 없는 돼지에서 피를 뽑아 봤자 ASF 바이러스를 검출할 확률이 극히 낮다는 얘기다.

ASF 발생농장에서조차 농장 내부에서 잘 전파되지 않을 정도로 전염력이 낮은 질병이라는 점도 요인이다. 사육돼지 전체를 채혈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ASF 의심 정황이 없는 농장에서는) 극소수에 불과할 감염돈을 어차피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열린 수의정책포럼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숨어 있는 ASF를 찾아낼 목적으로 돼지를 출하하기 전에 혈액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방역인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농장에서 자체적으로 채혈하는 경우까지 있어 예찰의 신빙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돈수의사회장을 역임했던 한병우 대녕농장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능동예찰이 아닌 수동예찰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ASF 양성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지점 인근에 있는 돼지농장에서 발생위험이 높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들 위험농장에서 폐사한 돼지에 대해 ASF 감염 여부를 점검하는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종영 한국돼지수의사회 회장

죽으면 신고해야 하는 가전법 개편 필요하지만..

역학 이동제한 등 규제 개편 없이는 ‘독배’ 우려도

돼지수의사회는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 상 신고의무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현행 가전법은 ‘죽거나 병든 가축’은 반드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다. 농장에는 여러 이유로 폐사축이 흔하게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신고하면 방역당국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폐사축을 보고 ‘방역당국에 신고할 만한 건인지 아닌지’ 여부는 농장이 판단해야 실정이다.

잘못 판단했다가 뒤늦게 악성 가축전염병으로 드러나면 신고지연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형사처벌 위험은 물론 살처분 보상금 삭감으로 큰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

돼지수의사회는 의심신고는 수의사의 진료 아래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악성 가축전염병이 의심되는지 여부를 감별진단하는 것은 수의사의 몫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위해 축산농장이 수의사를 방역관리책임자로 선임하도록 가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수의사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독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발생농장과 연관되어 1~2주 넘게 이동제한에 묶여 생업에 큰 타격을 받는 등의 규제가 함께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의사들이 오히려 의심농장의 진료 요청을 외면하게 될 수 있다. 현재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병원성 AI가 다발할 때는 진료 농장 여러 곳이 한꺼번에 문제가 생겨 수의사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돼지 임상수의사 방역에 참여 늘려야

광역 활동 가능한 국비 공수의 필요

최종영 회장은 “(방역 관련) 임상증상 관찰, 시료채취는 수의사 진료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방역에 임상수의사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광역화된 공수의 조직을 만들어 돼지 임상수의사를 공수의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군 단위로 주로 활동하는 소 임상수의사와 달리 돼지·가금 수의사는 시도 경계를 넘어 전국 단위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진료하는 농장을 대상으로 방역정책적인 역할도 수행하려면 공수의로서 활동하는 범위도 넓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연철 사무총장도 “돼지·가금처럼 광역화된 진료 활동에 대한 공수의 업무를 특정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면서 비용을 지급하기 어렵다”면서 “광역화된 국비 기반 공수의 도입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간담회에서는 이 밖에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역할 조정, 동물용의약품 관납 문제 개선, 3종 가축전염병 정책 개편, 수의사처방제 불법 처방전 대응 등도 도마에 올랐다.

최종영 회장은 “올해 모든 동물용 항생제가 처방대상으로 지정됐지만, 항생제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수의사처방제 관련 불법에 대한) 수의사회 차원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수가 수의계의 모든 현안에 대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만큼, 분야별로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산하단체가 잘못된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돼지수의사회는 오늘(3/31)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가축질병 방역정책 개선 국회토론회에 참가하는 한편, 향후에도 정책간담회·국회토론회 등을 통한 정책 제언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혈액검사 능동예찰, 비효율적’ 문제 제기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