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약사회 조사 인용하며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확대’
국민제안 정책화 과제로 채택..진료부 공개 수의사법 개정안 통과 압력 커지나
대통령실이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9일 발표한 국민제안 정책화 과제 15건 중에는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가 포함됐다. 올해 안으로 관련 수의사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복약정보 포함한’ 진료기록 열람 허용 추진 방침
대통령실은 지난해 4분기 접수된 국민제안 15,704건에 대한 정책화 여부를 검토했다. 관계부처 협의와 민간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국민제안 심사위원회를 거쳐 15개를 최종 채택했다.
대통령실은 “반려동물 보호자가 요청 시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확대 등의 제안을 정책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사와 달리 수의사에게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가 없어 반려동물 보호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동물진료업의 투명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한약사회가 실시한 동물용 의약품 인식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지난해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6.5%가 반려동물에게 처방·투약한 약물 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해당 조사는 서울시약사회가 주최한 건강서울페스티벌을 방문한 보호자 113명을 상대로 실시됐다.
대통령실은 반려동물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복약정보를 포함한 반려동물 진료기록 열람을 허용하고, 소송 등 필요시 사본 발급이 가능하도록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추진 기한도 올해 4분기까지로 명시했다.
복약정보 공개되면 약물 오남용 우려
대수 ‘약사예외조항 철폐, 수의사처방제 정착 먼저’
대통령실은 굳이 ‘복약정보를 포함한’ 진료기록 열람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한수의사회는 약물 오남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진료부가 공개되면 자가진료에 악용될 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처방전이 없으면 전문의약품을 유통할 수 없는 사람에서는 진료기록부를 발급해도 약물오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현저히 낮다.
반면 동물은 주사용 항생제·백신을 제외하면 처방대상약이라도 수의사 진료·처방없이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 설령 수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 하더라도 진료없이 배달주문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수의사처방제가 유명무실하다.
대한수의사회는 “한의사도 진료부에 조제한 첩약 내역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목했다. 첩약 내역이 공개될 경우 소비자가 한약시장에서 약재를 무분별하게 구입·복용하면서 오남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병원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보험에 따라 의료용어나 치료방법, 기록법이 표준화되어 있는 인의와 달리 동물의료에서는 표준화된 기록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목했다.
현재 국회에는 동물병원 진료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되어 있다(이성만·홍성국·정청래·안병길 대표발의).
대한수의사회는 약사예외조항 철폐를 포함한 수의사처방제 정착, 동물진료 표준화 등을 진료부 발급 의무화를 위한 필수 선결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이 추진의사를 밝힌 만큼 국회 대응도 어려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