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지역별 평균·중간값 비교
전혈구검사비 평균 3만 8천원..최저·최고값 단순 공개로 ‘편차 크다’ 오해 유발 가능
동물병원의 주요 진료비 공시제가 오늘(8/3) 시행됐다.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 1천여 개의 초·재진료, 백신비, 입원비, 전혈구 검사비, 엑스레이 검사비 등이 지역별로 모두 공개됐다.
정부가 공개대상 동물병원 진료비를 공시하는 홈페이지(animalclinicfee.or.kr)를 3일 오픈했다. 내년부터는 1인 원장 동물병원을 포함한 전국 모든 동물병원으로 조사 대상이 확대된다.
진찰료·입원비·백신비·전혈구·엑스레이 등 16개 항목
전국, 지역별 평균값·중간값·최저값·최고값 공개
공시 대상은 초진 진찰료, 재진 진찰료, 상담료, 입원비, 백신(종합·광견병·켄넬코프·인플루엔자), 전혈구검사비/판독료, 엑스선촬영비/판독료 11개 항목이다.
이중 초·재진료, 종합백신 등은 개·고양이를 별도로 조사했다. 입원비는 개의 크기(소형·중형·대형)에 따라 추가로 구분된다. 세부 구분까지 나누면 항목은 총 16개로 늘어난다.
조사 대상은 수의사 2인 이상 근무하는 전국의 1008개 동물병원이다. 6~7월 2개월 동안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소비자연맹이 온라인 조사와 방문 조사를 병행했다.
전국 및 지역별 통계는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조사 공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전국단위 평균비용을 기준으로 동물병원의 초진료·재진료는 8천원~1만원대로 나타났다. 백신비용은 2만원~4만원대를 보였다.
입원비의 경우 개에서 5~8만원대였으며, 소형견에서 대형견으로 갈수록 평균비용과 중간 비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양이 입원비의 평균값·중간값은 중형견과 대형견 사이였지만, 최고값은 5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전혈구검사비는 전국 평균 3만 8천원, 엑스선촬영비는 3만 7천원대로 조사됐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일부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이 직접 지역별 진료비의 평균·중간값과 비교해볼 수 있게 됐다. 다니는 동물병원의 초·재진료나 전혈구검사비 등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척도가 생긴 셈이다.
김세진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장은 “앞으로도 이해관계자 논의를 통해 동물병원에 게시해야 하는 진료비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등 반려인들이 진료비를 합리적으로 비교·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내년부터는 진료비 사전게시와 공시대상이 1인 원장 동물병원을 포함한 모든 동물병원으로 확대된다.
엑스선촬영도 종류·단가 다양한데…구분 없이 조사
실제 분포 가늠할 정보 부족, ‘편차 심하다’ 인식만 커질까 우려
하지만 일부 항목에서는 조사과정에서부터 한계점이 있다. 엑스선촬영비/판독료가 대표적이다.
동물병원 현장에서는 흉부·복부·사지·치과 등 촬영 부위에 따라 금액이 다르고, 소형견과 대형견의 청구가가 다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그냥 엑스선 촬영비와 판독료를 기재하도록 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때문에 조사결과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 실제 현장에서 개별 촬영에 대해 청구되는 가격과 이번 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데도 유의해야 한다. 일선 동물병원 원장들 역시 자기 지역의 진료비를 검색해보고 “실제 진료비와 다른 게 많다”고 지적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조사 발표 형태가 ‘병원 간 진료비 차이가 너무 크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른 점도 아쉽다.
평균값·최저값·중간값·최고값 등 이른바 대표값(representative value)만 나열했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항목별 진료비의 전국단위 최저값·최고값의 차이는 매우 크다. 16개 공개항목의 최저값·최고값은 평균 25배의 차이를 보였다. 재진료(개)나 입원비(고양이)는 50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격차가 실제 동물병원들의 청구비용 분포를 제대로 반영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의 항목별 평균값과 중간값은 대부분 최고비용보다 최저비용 쪽에 가깝다. 16개 항목 중 11개 항목에서 중간값이 평균값보다 낮았다. 특히 최소값·최고값 차이가 큰 입원비(고양이)에서는 평균값과 중간값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더 벌어져 있다.
로우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예단할 순 없지만, 이 같은 경향을 고려하면 조사대상 동물병원 다수의 청구가격 분포가 낮은 쪽에 쏠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청구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경우는 그 분포 구간이 넓고, 특히나 비싼 비용을 청구하는 병원은 드물 것으로 추정된다.
가령 소형견 입원비가 1만원부터 3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사이에 고루 분포한다기 보다는 낮은 가격 쪽에 치우쳐 분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최저값과 최고값을 공개하는 데서 생기는 오해를 줄이려면, 공개대상 진료비의 분포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정보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각 가격의 청구 빈도를 알 수 있도록 히스토그램을 제시하거나, 극단적인 최소·최고값을 이상값(outlier)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상자수염그림을 활용하는 등이다.
오해 소지를 줄이지 못한다면 중간값과 평균값만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의 비급여진료비 공시제의 경우 개별 병의원의 단가를 공개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지역별 통계를 제공할 때는 최저값과 최고값은 제공하지 않는다. 진료비 편차를 과다 인식하지 않도록 지역별로는 평균값과 중간값만 공개하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진료비 편차에 대해 “동물병원별로 임대료, 보유장비 및 직원 수, 사용약품, 개별 진료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해 진료비용을 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