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세 확대 구체화..진찰·검사·약값 전면 면세
설사·소양증 등 비특이 증상 진료도 일괄 면세
농림축산식품부가 오는 10월부터 반려동물 다빈도 진료항목 100여개의 진료비 부가세를 면세하기 위한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8일 관계기관 의견조회에 나선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인 질병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진료용역’ 고시 개정안은 면세대상 항목을 대폭 확대한다.
개정안은 진찰, 입원, 검사, 조제·투약(약값)과 일반적인 다빈도 증상에 대한 처치까지 일괄적으로 면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선 동물병원의 반려동물 진료용역 대부분에서 부가세가 사라질 전망이다.
면세 대상이 많고 복잡해지다 보니 동물병원의 청구 업무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의사회는 면세 대상이 아닌 과세 대상을 별도로 규정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치료행위도 부가세 면세 대상..다빈도질병·치료행위 포함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세 확대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농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가 구체적인 면세 대상 초안을 마련했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세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으로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고시 제명부터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인 동물의 진료용역’으로 수정한다. ‘질병 예방’ 목적으로 한정하는 문구를 삭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가세 면세 대상에 기존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 행위까지 포함시킨다. 면세대상 진료용역 분류도 ▲진찰 및 입원 ▲접종 및 투약 ▲검사 ▲증상에 따른 처치 ▲질병의 예방 및 치료행위로 재편했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며 치료 목적의 진료항목도 추가해 부가세 면세 대상을 대폭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면세 대상 질병에는 내과, 외과, 피부과, 안과, 응급중환자의학과, 치과 등 진료과목별 다빈도 질병이 포함됐다. 건국대 윤헌영 교수팀이 지난해 수행한 ‘동물진료 표준화 (진료 프로토콜) 연구’에서 도출한 다빈도 질병을 중심으로 추렸다.
개정안에는 ‘질병의 예방 및 치료’로 분류했는데, 실제로는 질병보다 증상이나 치료행위에 가까운 항목들도 포함되어 있다. 심폐소생술·쇼크처치·산소공급·드레싱·발치·스케일링 등 치료행위나 고혈당·저혈당·흉수 등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러한 질병으로 진단된 환축에 대한 동물병원의 진료용역 일체는 모두 부가세가 면세된다.
과세 대상 질병인지 따지기 전에..
진찰·검사·약값·입원은 모두 면세
설사·소양증 등 비특이 증상 보인 환축 진료도 면세
하지만 이처럼 면세 대상 질병인지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대부분의 진료용역은 부가세가 사실상 면세된다.
진찰, 입원관리, 접종, 조제·투약, 검사 등 기본적인 진료행위와 구토·설사·기침 등 다빈도 증상에 대한 처치가 면세 대상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떤 질병의 환축인지를 따지지 않고 모두 적용된다. 질병 진단 시점 이전에 과세 대상일지 면세 대상일지 헷갈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입원관리’에는 단순 입원비 청구항목뿐만 아니라 입원 환축에 실시되는 수액, 투약 등 각종 처치에 대한 비용이 모두 면세 대상으로 간주된다.
조제·투약의 경우도 수의사가 진료 후 처방·사용하는 의약품 비용 일체가 모두 포함된다. 동물병원 원내에서 투약하든, 조제하여 보호자가 집에서 투약하든 가리지 않고 모든 약값이 부가세 면세 대상이다.
‘완제품 형태의 제제를 동물병원 내 단순 구입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이는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이나 영양제 등 수의사 진료 없이도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병리학적 검사에는 혈액·소변·분변 검사뿐만 아니라 항생제 감수성 검사, 전염병키트 검사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영상의학적 검사도 MRI까지 포함하며, 계통별 기능검사까지 대상으로 지정해 사실상 검사항목은 대부분 면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비특이적인 증상에 대한 처치도 면세 대상이다. 구토, 설사, 기침, 소양증, 발작, 황달, 파행, 호흡곤란, 혈변, 혈뇨, 마비를 면세 대상으로 지정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환축에 실시하는 진료용역은 모두 면세하는 방식이다.
이와 유사한 다빈도 비특이 증상인 발열·식욕부진·기력저하 등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면세 대상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대다수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면세 범위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과세 비율 크게 낮아질 것은 분명한데..
동물병원 업무 부담 우려도
농식품부는 “동물의료업계에서는 이번 부가세 면세 대상 확대에 따라 면세 수준이 현행 40%에서 90%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특정 질병의 환축이 얼마나 있는지, 각 진료항목이 얼마나 청구되는지에 대한 통계가 없는만큼 구체적인 수치는 시행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과세 진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진찰·검사·약값 등을 일괄 면세하는데다 비특이적 증상에 대한 진료까지 면세 대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암이나 희귀 악성질환을 다루지 않는 일선 병원에서는 진료비 부가세가 사실상 0에 수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두고서는 사람의료처럼 부가세 면세를 원칙으로 하되, 과세하는 용역 일부만 따로 명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정안도 결국 반려동물 진료비를 부가세 부과대상으로 전제하면서 예외(면세 대상)를 폭넓게 명시하는 방식이다 보니, 동물병원에서는 과세대상인지 면세대상인지 가리는 행정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의사회 관계자는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세 확대는 환영할 일이지만, 이런 면세 방식은 동물병원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과세·면세 대상을 가리는데 동물병원의 행정업무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번 고시 개정안과 관련해 8월 16일(수)까지 시도지부와 동물병원협회, 고양이수의사회의 의견을 수렴한다.
농식품부는 관계기관 의견수렴과 규제·법제심사, 행정예고를 거쳐 10월 1일부터 개정 고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