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의사에게 가축방역관 맡긴다? 뿔난 수의사들

政 가축방역관 자격 확대 법안 준비..수의직 결원 문제에 대안 필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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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非)수의사를 가축방역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정부입법 개정안을 두고 관계기관 의견수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수의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가축방역관 업무에 수의학적 전문성이 반드시 요구된다면서, 자격 확대 검토에 앞서 처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수의사회는 8월 17일 서머셋 팰리스 분당 호텔에서 전국 동물방역과장 간담회를 열고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1961년 제정 당시부터 가축방역관은 수의사여야 했다

정부 개정안, 수급 어려운 지자체에 비수의사 가축방역관

350명 결원, 10%도 안되는 응시..부족 문제는 현실

가축방역관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가축방역 관련 사무를 처리하는 핵심 인력이다. 의심축에 대한 예찰·임상검사나 시료 채취부터 주사, 병성감정의뢰, 역학조사, 소독점검, 살처분까지 가축방역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가축방역관이 수의사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제7조). 공무원 수의사, 공중방역수의사, 공수의 중에서 위촉한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처음 제정된 1961년부터 가축방역관을 수의사 중에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농식품부장관이 가축방역관 수급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지자체에 비수의사 가축방역관을 둘 수 있도록 단서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중앙행정기관·지자체에서 1년 이상 혹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5년 이상 가축방역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자격 조건으로 명시했다.

최근 몇 년간 지방 수의직 신규 채용이 미달을 반복하면서 가축방역관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기관 의견조회 중인 정부입법 가전법 개정안 중 일부 발췌

안용덕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지난달 열린 충남대 산업동물의료원 설립 정책토론회에서 “지자체 수의직렬의 결원이 전국적으로 353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17일 간담회에 모인 시·도 동물방역과장들도 수의직 공무원 결원과 충원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특별자치도청 안재완 동물방역과장은 “강원도는 20여명이 결원이라 조직 운영이 너무 어렵다”면서 “10명이 해야 할 일을 5명이 하고 있다. 동물위생시험소 지소 통폐합까지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충북도청 지용현 동물방역과장은 “올해 11명을 채용하려 했지만 1명 왔다”고 전했다. 본지가 별도로 확인한 경남도청의 경우도 시·군을 포함해 31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응시자는 3명에 그쳤다.

시험 없이 면접으로만 채용하는 등 임용 조건을 무작정 완화하는데에도 문제의식을 보였다. 기본적인 엑셀작업이나 가축 채혈도 못하면서 업무에 적극적이지도 않은 인력이 들어오면 조직 운영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수의학적 전문성 필요하다’ 수의사회, 가축방역관 자격 확대 반대

결원 문제 대안은 필요하다..처우개선·업무부담 완화 줄기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백신접종할 수의사가 없으면 백신접종업을 만들려 하고, 가축방역관을 할 수의사가 없으면 자격조건을 확대하려 한다”며 농식품부의 접근법을 비판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 같은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가축방역관의 업무가 수의학적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단순히 가축방역 관련 업무 경험이 있다고 해서 충족될 수 있는 역량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축방역관 외에도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동물검역관,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른 검사관 등 수의학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다른 직책도 모두 수의사를 임명하도록 제한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가축방역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격 확대를 검토하기 앞서 처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향적인 수당 인상과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승진 적체 해소, 임용직급 상향 등 수의직 지원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들을 직접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결원 문제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만큼 수의계 전반의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여러 제안이 이어졌다. 크게 직급·급여를 늘리는 방안과 업무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나뉜다.

울산광역시청 농축산과 장지택 팀장은 “있는 직원이 나가는 문제부터 심각하다. 시급하게 수당이라도 올려야 한다. 150만원, 200만원이라도 줘야 한다”며 “단순 시료채취업무는 민간 개업수의사에게 맡기고, 가축방역관에게는 보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용현 과장은 “일정 기간 지역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조건으로 수의과대학 장학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건의한 바 있다”고 전했다.

전북도청 동물방역과 이재욱 팀장은 “수당 인상이 중요한데, 올려주려고 해도 행안부 규정이 없어 어렵다. 공중방역수의사 방역활동장려금은 90만원으로 다 올랐고, 공중방역수의사 3년차 임금이 수의직 공무원 초임보다 더 높다”면서 “전북대 수의대와 협의해 지역인재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일부라도 더 남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도-시군 순환근무 체계나, 축산물 검사업무에서 수의사 검사관을 보조하는 검사원처럼 가축방역관의 업무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보조인력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경남, 민간 가축방역전담관·도축검사관 시범 도입

가축방역관 자격 확대 앞서 업무조정, 공수의 활용 확대 먼저여야

경남도청은 올해 민간 가축방역전담관·도축검사관을 시범 도입했다. 수의사 공무원 인력이 부족한 시군에 민간수의사 활용을 늘리는 방향이다.

시장·군수가 임명하는 민간 가축방역전담관은 올해 5개 시군 7명을 시범 운용하고 있다. 파트타임 방식으로 방역업무를 돕는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민간 가축방역전담관이 수의사 전문성을 바탕으로 농장을 예찰하고 가축방역관의 지시에 따라 방역업무를 보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계장 검사관 공영화 등으로 부족해진 공무원 검사관 인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 도축검사관 제도도 눈길을 끈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이 공수의도 검사관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착안해, 검사관으로 일할 공수의를 추가 위촉한 것이다.

수의사법상 공수의는 시장군수만 위촉할 수 있다 보니, 시군이 공수의를 위촉하되, 도청이 도의 사무인 도축검사를 해당 시군 공수의에게 위탁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진주시 소재 도계장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각 시험소 지소별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올해부터 경남 사천에서 젖소결핵 검진을 민간에 시범 이양했고, 이를 내년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가축방역관 자격확대 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수의사 중에 가축방역관이 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입법) 개정안은 몇 단계를 갑자기 뛰어 넘는 것”이라며 시도에도 가축방역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수의 지정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은 “개정안이 국회로 간다면 수의사회는 싸울 수밖에 없다”면서 “결원 문제에 대해 공직 수의사들의 의견을 모아 대안을 마련할 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비수의사에게 가축방역관 맡긴다? 뿔난 수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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