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반려동물 진료 인프라를 개선하고, 동물의료-보험 간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가 동물병원에서 동물등록, 보험가입, 진료, 간편청구까지 이용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형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비문·홍채 동물등록, 보험금 청구를 위한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보험사-동물병원 간 진료내역 전송·보험금 청구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농식품부, 금감원, 보험연구원, 손해보험협회, 대한수의사회 등이 참여하는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추진 TF를 구성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펫보험 활성화 위해 비문·홍채 등록제?
이미 보험가입 가능한 등록견 150만마리 넘는데..
정부가 제시한 2022년 기준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0.9%다. 영국(25%), 일본(12.5%), 미국(2.5%) 등 선진국보다 낮다.
펫보험을 활성화하기에는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보험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진료관리 체계 개선, 반려동물 등록 제고, 건강통계 확보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반려동물 등록제도 개선을 위해 비문·홍채 등 생체인식정보를 통한 반려동물 등록 허용을 검토한다. 내년까지 규제샌드박스를 시범 운영한 후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반려묘에 대한 등록 의무화도 거론했다.
하지만 동물등록제가 펫보험 활성화를 막는 주요 요인인지는 의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등록된 반려견은 300만마리가 넘는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2015년 이후에 태어난 등록견은 연평균 22만여마리다. 펫보험의 가입허용연령이 대체로 만7세 이하라는 점을 감안해도 150만마리가 넘는 잠재고객(등록견)이 있는 셈인데, 2022년 10월 기준 펫보험 유효계약건수는 6.1만건에 그친다.
대한수의사회도 생체인식정보를 통한 동물등록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유기행위 방지, 국경 검역 등을 고려해 내장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금 청구용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도 지목
수의사회 반대..’진단서+세부영수증으로도 충분’
동물병원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도 펫보험 활성화 방안에 포함됐다.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동물병원에 요청하면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추진한다는 것이다. 관련 수의사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진료부 발급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마저 사실상 보호자가 진료 없이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진료부가 무분별하게 공개되면 약물 오남용과 자가진료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보험금 청구를 위한 증빙을 요청할 경우 수의사법에 따른 ‘진단서’와 진료항목이 포함된 ‘세부 영수증’을 발급하라는 것이 현재 대한수의사회 가이드라인이다.
진단서는 현재도 정당한 사유없이 발급을 거부할 수 없다. 진단서에는 해당 환축의 정보는 물론 병명과 발병일, 주요 증상, 치료명칭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청구항목별 비용이 기재된 세부 영수증과 함께 활용하면, 어떤 문제로 어떻게 치료했는지 가늠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가 반드시 진료부 전체일 필요는 없다”면서 “진료부 발급이 의무화되지 않아 펫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진료기록 전체를 들여다보고 과잉진료 여부나 처치의 적정성 등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데 대해서도 거부감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를 거론하기에 앞서 진료기록을 어떻게 생성하고 관리할 것인지, 어느 수준까지 활용할 지에 대한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병원에서 동물등록-보험가입-청구까지
정부는 펫보험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해 보험·수의업계 간 진료·지급기준을 협의하고 통계 공유, 청구 간소화 등 협력체계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면서 동물병원에서 동물등록부터 보험가입, 진료, 간편청구까지 진행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형태를 제시했다.
소비자가 요청하면 동물병원에서 클릭 한 번으로 보험사에 진료내용을 전송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동물병원·펫샵 등에서 판매 가능한 반려동물보험 상품을 장기보험(3~5년)까지 확대하고,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등록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보험개발원이 이미 반려동물보험 진료비 청구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지만, 정부는 현재 동물병원-EMR-보험사 간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제휴관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펫보험 상품 구조 개선
반려동물 전문보험사 진입 허용
정부는 현재 11개 손보사가 판매 중인 펫보험이 보장한도나 보장비율, 보험료만 약간씩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펫보험을 활성화하려면 반려인의 수요나 반려동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보험상품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적인 진료비용부터 암·심장수술 등 중증질환까지 다양하게 선택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상품 구조를 개선하고, 보장범위를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낮춘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백신접종이나 검진 등 건강관리 노력이나 무사고(보험금 미청구) 고객에 대한 할인혜택도 늘린다.
아울러 수의업계와 함께 보험금 누수 방지 효과 등을 분석해 보장범위나 보장금액을 확대하는 신규 펫보험 상품 개발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이처럼 차별화된 보험 관련 상품·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신규 ‘반려동물 전문보험사’ 진입을 허용해나갈 계획이다.
재무건전성, 소비자보호 조치, 사업계획 건전·타당성을 충실히 심사하되, 반려동물 맞춤형 보험 등 실질적인 소비자 편익증진 가능성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한다면 고가의 검사나 예방비용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개발하거나, 검진·예방관리를 전제로 고령견 가입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농식품부는 “관계부처, 수의업계, 보험업계, 반려동물연관 산업계 등과 지속 소통하여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과제가 실효성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