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항생제내성 문제 막기 위해 동물자가진료 문제 개선해야”
김영기 경기도의원, 동물자가진료 문제로 정책토론대축제 개최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김영기(국민의힘, 의왕1) 의원과 경기도가 공동 주최한 동물 자가진료 문제점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17일(화) 오전 10시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반려동물 자가진료로 인한 동물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농장동물 자가진료에 따른 축산물 항생제내성 및 국민건강 위협 문제가 심각한 만큼, 동물자가진료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려동물 자가진료 불법이지만…여전히 동물학대 사건 발생
개농장, 강아지공장에서 약물·주사기 수천 개씩 발견
농장동물 자가진료는 여전히 합법
현행 수의사법에 따라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무면허 진료행위 금지). 하지만, 여전히 자가진료에 의한 동물학대 사건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 경기도와 동물보호단체가 적발한 화성의 대규모 동물생산업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약물과 주사기가 발견됐고, 커터칼로 불법 제왕절개를 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비슷한 시기 광주광역시의 번식장에서도 백신, 안락사용 약물, 옥시토신 등 호르몬제가 발견되어 논란이 됐다.
토론회 현장을 찾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개농장, 강아지공장(번식장)에 가보면 주사기가 수천 개씩 있고, 동물병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동물약품이 많이 발견된다”며 자가진료로 인한 동물학대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농장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행위(축산농가에서 자기가 사육하는 가축에 대한 진료행위)는 여전히 합법이라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동물자가진료 문제 해결을 통해 동물복지, 국민건강 기여할 수 있어”
토론회 주제 발표는 송치용 대한수의사회 정무부회장(사진)이 맡았다.
송 부회장은 ‘OECD 최고 수준의 항생제 사용 및 항생제 오남용’, ‘항생제내성균 출현 및 축산물안전·국민건강 위협’, ‘동물복지 및 동물생명권 훼손’, ‘농장동물 수의사 기피 현상 및 가축방역시스템 위기’ 등 동물자가진료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이어 수의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농장동물의 자가진료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약사법 개정(수의사처방제 예외조항 삭제)을 통해 주요 동물용의약품의 유통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지자체에는 ‘불법 자가진료에 대한 행정지도·단속 및 캠페인’을 촉구했으며, 일부 수의사의 일탈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수의사들도 스스로 직업윤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치용 부회장은 “동물자가진료 문제 해결은 단순히 수의사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라며 “동물복지를 통해 생명존중의식을 높여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자, 농장동물 항생제 오남용 방지를 통해 국민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식탁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주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은 “자가진료의 가장 큰 부작용은 비전문가에 의한 진료, 진단 및 처치가 이뤄진다는 점”이라며 “고통받는 동물이 없는 동물복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정책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는 “수의사처방제 예외조항으로 동물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진료·처방 없이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사람 범죄에도 악용될 수 있는 마취제, 호르몬제 판매도 제한이 없다”며 “자가진료에 의한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 약품관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예외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주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반려동물 영업장에서 실질적인 동물복지를 보장하려면 질병이나 상해가 발생한 이후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수의학적 검사를 실시하는 사전예방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장동물 자가진료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동물실험기관에 도입된 실험동물전임수의사(AV) 제도처럼, 일정 규모 이상 축산농가의 수의사 채용 및 건강관리 의무화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경묵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 동물방역위생과장은 “동물복지와 국민 건강을 위해 불법진료를 막고 관련 단체와 협의해 하나씩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김영기 도의원(사진)은 “경기도가 바뀌면 전국이 바뀔 수 있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여러 가지 논의 사항들을 잘 살펴 동물복지는 물론 도민이 행복한 경기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역시 “동물도 고귀한 생명으로 수의사의 진료를 받는 게 맞다”며 “하지만 농장동물은 자가진료가 합법이라 항생제 오남용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반려동물도 비전문적인 불법 자가진료로 동물이 고통을 받고 더 큰 진료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수의사들은 정부의 비수의사 가축방역관 임용 추진 계획에 대대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토론회 이후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비수의사 가축방역관 선임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월 부족한 가축방역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非)수의사를 가축방역관으로 임명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검토한 바 있다. 수의사들은 즉각 반발했으며, 김영기 도의원 역시 수의직공무원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5분 자유발언을 하는 등 가축방역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