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동물·환경 위해 질병청·검역본부 등 4자 MOU 체결
2023년 원헬스 정책포럼 및 인수공통감염병학회 학술대회 개최
질병관리청 등 4개 기관·학회가 원헬스 차원의 공동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질병관리청(사람), 농림축산검역본부(동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야생동물 및 환경)·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학계)가 23일(목) 2023년 원헬스 정책포럼·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4자 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날 4자 MOU 체결식에는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김정희 검역본부장, 신동인 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 정희진 인수공통감염병학회장이 참석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4자 MOU 체결에 앞서 지난 4월, 대한수의사회와 인수공통감염병, 항생제 내성, 식품 매개 감염병 등 원헬스 공동대응을 위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질병관리청은 신종·재출현 인수공통감염병에 선제적 예방·관리를 위한 원헬스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 및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2018년부터 매년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원헬스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포럼은 특별히, 기관-학계 간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학회장 정희진) 추계학술대회와 함께 준비했다.
2023년 원헬스 정책포럼 및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 추계학술대회는 23일(목)~24일(금) 이틀간 코모도 호텔 경주에서 진행됐다.
‘원헬스(One Health)’는 사람, 동물, 환경의 건강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HO)는 지난 2017년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을 균형 있게 조정하고 최적화해야 한다”며 원헬스의 통합적인 접근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포럼에는 수의학을 비롯해 의학, 생태학, 미생물학, 환경 등 각 분야 국내외 전문가와 범부처,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대거 초청됐다.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국제기구 전문가와 최근 문제가 된 인수공통감염병의 국내·외 연구자 등을 초빙하여 원헬스 국제동향 및 최신 연구 정보를 공유하고 정책방향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원헬스 고위급 전문가 협의체(OHHLEP, One Health High-level Expert Panel)에 참여하는 4개 국제기구* 관계자가 모두 참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유엔환경계획(UNEP)
국내 학회에 4개 기관 관계자가 모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4개 단체는 원헬스 개념을 바탕으로 항생제 내성 위협 대응 등 다양한 공동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위험 증가…사람, 동물, 환경 분야 전문가 서로 적극 소통해야”
“정부 간, 국가 간 영역의 경계 허물고 협업 필요”
원헬스 협력을 위한 4자 MOU를 체결한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원헬스의 중요성과 가치를 함께 인식하고 앞으로 보다 많은 협력과 공동업무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인수공통감염병과 원헬스 대응이 신종감염병 대응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G20 정상회의,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원헬스를 주요 아젠다로 선정하고 성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위험이 올라가고 있다. 사람과 동물, 환경의 접점에서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책과제를 함께 개발하고 수행해나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사람, 동물, 환경 분야 담당자 및 전문가가 서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진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장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를 엄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이런 신종 감염병에 의한 팬데믹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를 더 자주 괴롭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계 내에서도 정부 간, 국가 간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같이 협업하는 원헬스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포럼·학술대회에서는 수의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원헬스 기반의 정책을 펼 때 수의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기조강연부터 수의사가 맡았다.
WHO western pacific technical officer(Food safety and zoonotic Diseases)인 Jéssica Kayamori Lopes(제시카 카야모리 로페즈) 박사(수의사)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수공통감염병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것이다.
Lopes 박사는 인구 증가→음식요구량 증가→가축사육 증가→땅 이용 증가→생물다양성 감소→자원의 감소에 따라 신종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점점 증가하고, 해외여행의 증가, 기후변화, 야생동물 거래 등으로 팬데믹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분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제16회 ASCM(아시아보전의학회/아시아야생동물보전의학협회)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았던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아시아태평양 지역프로젝트 책임자 Lesa Thompson(리사 톰슨)도 한 달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리사 톰슨 수의사는 감염병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WOAH가 운영 중인 WAHIS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서울대 수의대 송대섭 교수가 서울에서 발생한 ‘고양이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를 소개했고, 오예인 경북대 수의대 교수는 ‘반려동물로부터 전파 가능한 인수공통감염병’을 발표했으며, 박희명 건국대 교수는 ‘반려동물에서 항생제 내성 관리’에 대해 강의했다. 박 교수팀은 원헬스 개념을 바탕으로 3년에 걸쳐 총 9,822샘플을 수거해 반려동물 항생제 내성균 실태와 동물-사람-환경 간 내성균 전파기전을 연구했다.
육군본부 박창보 대령은 군의 감염병 감시체계 및 국군의학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군견의 인수공통감염병 모니터링 결과를 소개했다. 문운경 국군의학연구소장(수의사)도 발표 현장에 함께했다. 국방부는 현재 질병관리청이 주도하는 ‘SFTS 사람-동물 간 전파사례 감시체계’ 사업에 참여 중이다.
또한, 학술대회 마지막 세션이었던 인수공통감염병 관리·대응 패널 토의에 한재익 전북대 수의대 교수, 김용상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