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청화학검사·초음파’ 진료비 게시 확대되나..대수 ‘부당한 요구는 거부’
政, 11→20개 항목으로 확대 고시 제정 준비
정부가 추진 중인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항목 확대에 대한수의사회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올해 시작된 진료비 게시를 곧장 확대하기에 앞서 기존 제도의 효과와 문제점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열린 대한수의사회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허주형 회장은 “정부의 부당한 게시 요구는 거부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추가항목은 혈청화학검사, 초음파, CT·MRI, 심장사상충 예방제 등이다. 혈청화학검사나 CT·MRI 등은 단일 가격으로 명시하기엔 기기별, 병원별로 편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료비 게시 항목 확대 후보에 혈청화학검사, 초음파, CT·MRI
대수, 게시 규제 확대에 반대
중성화, 슬개골? ’특정 수술비 게시는 이중규제’
진료비 게시 의무 규제는 올해부터 1인 원장을 포함한 전국 모든 동물병원으로 확대됐다.
초·재진료, 입원비, 개·고양이 백신접종비(개 종합백신, 고양이 종합백신, 광견병백신, 켄넬코프백신, 인플루엔자백신), 전혈구 검사비 및 판독료, 엑스선 촬영비 및 판독료 등 11개 항목이 게시 대상이다. 5월까지 전국적으로 이행 여부에 대한 일제 점검도 예고됐다.
올해가 사실상 규제 도입 첫 해인데, 곧장 규제 확대도 예고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개 식용 종식 및 동물의료 개선 종합대책’ 민·당·정협의회에 이어 이달초 농식품부가 발표한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진료비 게시항목을 현행 11종에서 20종으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늘릴 9종이 무엇인지 정부안도 나왔다. 이미 개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접종비는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포함됐다.
나머지 8개 항목은 ‘진료비용을 게시하여야 하는 동물진료업의 행위’ 고시를 제정해 추가하는데, 제정안에 대한 관계기관 의견조회까지 진행됐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여기에는 ▲혈청화학검사 ▲전해질검사 ▲초음파검사 ▲CT ▲MRI ▲심장사상충 예방 ▲외부기생충 예방 ▲광범위 구충제가 들어간다.
이날 대수는 게시항목 확대 자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직 진료비 게시·공시 규제의 정책적 효과 분석도 이뤄지기 전인데 정부가 20개라는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주형 회장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수술 등 중대진료행위에서 주로 민원이 발생한다. 진료비 게시항목은 늘려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설령 확대한다 하더라도 중성화수술이나 외이염 등 포괄수가 성격으로 변질될 수 있는 항목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료비 게시 규제는 별개로 비용을 산정할 수 있는 특정 진료행위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허주형 회장은 “엑스레이 촬영비는 특정될 수 있지만, 귀질환에 대한 비용을 게시하라는 요구는 곤란하다. 수의사도 (진료를)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면서 “특히 중성화수술은 이미 중대진료행위로서 예상비용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게시 항목에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이중규제”라고 꼬집었다.
혈청화학검사 종합검사, MRI 1부위 비용 게시?
기기마다 병원마다 구성 다른데..
사람 비급여 초음파는 33개 항목
공시제 통계 만들 땐 별도의 기준 있어야
추가할 진료비 게시 항목으로 제시된 혈청화학검사나 초음파검사 등도 문제로 지목된다. 정부는 이들이 현장에서 많이 시행되면서 진료비 계량화가 가능한 항목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은 좀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혈청화학검사의 경우 종합검사를 기준으로 한다고 했지만 검사기기마다 업체에서 제공하는 종합패널의 항목 수나 성분 구성에 편차가 있다.
게다가 환자마다 실제로 실시되는 혈청화학검사의 구성도 다양하다. 의심되는 질환에 따라 우선적으로 측정할 항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재된 편차를 고려하지 않고 ‘혈청화학검사’ 비용을 게시한다면, 실제로는 다른 검사내용을 두고 가격을 비교하는 꼴이 된다.
초음파 검사나 CT·MRI도 마찬가지다. 제정안은 CT·MRI 비용 게시에 ‘1개 부위 촬영을 기준으로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병원별로 기본 촬영의 구성이 다를 수 있다. 환자의 체중별로 금액이 다른 경우도 있다.
초음파의 경우 복부 기본 검사를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오해가 없도록 항목명부터 ‘복부 초음파 검사’로 규정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복부의 모든 장기를 전반적으로 살피는 검사인지, 감별진단을 목적으로 간담도계나 요로계 등을 검사하는 내용인지도 명확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사람 병의원이 공시하는 비급여진료비 정보는 초음파검사료를 33개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복부만 따져도 복부, 비뇨기계, 남성생식기, 여성생식기로 나뉜다.
이처럼 현장에서 해석하기에 불분명한 기준을 들이대며 진료비를 게시하라고 규제하면, 일선에서는 대략적인 범위로 명시할 수밖에 없다. 대한수의사회의 권고 서식도 범위 형식으로 작성됐다.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들 게시 진료비를 조사해 전국적으로 최대값·평균값·중간값·최소값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범위로 책정된 비용을 어떻게 조사에 반영할 지도 애매하다.
이에 대해 한 일선 동물병원장은 “체중별로 비용 편차가 큰 항목의 진료비를 조사해 통계로 만들 때에는 ‘5kg 소형견’처럼 특정 기준으로 통일하여 정확도를 높이면서, 체중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안내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면서 “(소아과를 제외하면) 사람의료도 60kg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