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 선진화? “방향 맞지만, 6개월짜리 용역으로 업계 현실 반영 불가능”

2024 동물약사업무 워크숍에서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대책에 대한 업계 우려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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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동물약사(動物藥事) 업무 워크숍이 20일(목) 홍천 비발디파크 소노펠리체에서 개최됐다.

이날 농식품부와 검역본부는 동물용의약품산업발전대책 수립 추진 현황과 동물용의약품 제도개선 과제를 소개했는데, 많은 업계 관계자가 우려를 표했다.

주된 우려는 “방향은 맞고 목표도 좋지만, 산업동물 위주의 영세한 국내 동물약품 업계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 대책 수립 추진 사항’을 발표한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 조현준 사무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월 학계·업계 등 총 39명이 참여하는 TF(팀장 :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를 구성하고 제도개선·수출지원·R&D·민간투자 등 분야별 과제 발굴 및 추진계획을 수립 중이다.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대책’은 빠르면 올해 10~11월경 발표될 예정이다.

조 사무관은 “우리나라 동물용의약품 시장은 반려동물 산업 확대, 세계 동물약품시장 지속 성장 등 기회 요인과 함께 국내 산업동물약품시장 포화, 수입 제품과의 경쟁 심화 등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동물약품 업계는 정부와 동물약품협회를 중심으로 한계에 다다른 국내 내수시장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수출시장 개척을 통한 새로운 시장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2013년부터 동물용의약품산업 종합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5년간 동물용의약품등(의약외품, 의료기기 포함)의 수출은 연평균 6.9% 성장했고, 수출상대국이 12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지만, 원료 수출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선진국이 아닌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위주로 수출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조현준 사무관은 “중국·인도 등 경쟁국의 추격이 심화되고 있고 수출상대국의 품질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수출국 유지·확대와 수출 경쟁을 위해 품질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이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해 수출시장 유지·확대에 애로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물용의약품 품질관리우수업체(KVGMP)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이 됐지만, 아직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수출 추진 시 상대국의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상대국 관계자들로부터 지적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동물용의약품 산업발전 대책 중 제도선진화 파트의 많은 부분을 ‘GMP 상향’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농식품부는 ‘동물용의약품 GMP 선진화 방안 수립 및 경제적 영향 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해 수행 업체를 선정했으며, 검역본부도 별도로 ‘GMP 기준 선진화 및 PIC/S 가입 추진을 위한 자료수집 등 용역’을 발주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상황이다.

2개 연구용역을 통해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뒤 단계적으로 GMP 상향 방안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실제 각각의 연구용역을 맡은 업체들은 이달 안으로 업체 현황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현장 방문을 통해 실태조사를 펼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들과 연구용역 수행업체들은 이날 업계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워크숍에 참석한 관계자들 상당수가 우려를 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GMP 선진화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GMP 선진화라는 방향도 맞다. 하지만, 6개월짜리 연구용역으로 업체 현실을 파악하고 대책에 반영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GMP 선진화 정책 방향 수립 및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위한 ‘동물용의약품 GMP 선진화 방안 수립 및 경제적 영향 분석 연구 용역’은 8천만원의 예산으로 6개월간 수행된다.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업체는 동물약품 분야 과제 수행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업체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검역본부의 ‘GMP 기준 선진화 및 PIC/S 가입추진을 위한 자료수집 등 용역’ 또한 1억 1천만원의 예산으로 6개월간 수행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용역은 생색내기일 뿐”이라며 “GMP 상향이 시설투자, 제조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고,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GMP 국제협의체) 가입으로 과연 수출이 촉진될지, 오히려 역으로 수입이 더 늘어날지 등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게 과연 6개월짜리 용역으로 할 일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동물용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 도입에 대해서도 “품목 수가 많은 것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며 “항생제나 항콕시듐제제는 로테이션 사용이 필요한데, 생산을 안 한다고 허가를 취하하는 것은 업체 자산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 기준, 허가를 받은 국내 동물용의약품 품목 수는 8,295개다. 이중 지난해 실제 판매된 품목은 3,088개로 37.2% 수준이다(2021년 41.7%, 2022년 42.8%, 2023년 37.2%). 정부는 동물용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를 도입해 실제 판매되지 않고 등록만 되어 있는 품목 수를 줄여 체계적으로 품목관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의약품을 생산하고, R&D도 잘해서 반려동물 신약도 척척 개발하면 좋겠지만, 국내 업체 대부분은 산업동물 중심의 영세기업들”이라며 “GMP 선진화, 품목허가 갱신제 등이 도입되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투자를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는 업체도 생길 것이고, 품목유지비용 증가로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제조사들이 가격경쟁력마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EU GMP를 받은 업체부터 수출을 안 하거나 몇 개 품목만 가지고 있는 업체까지 업체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기준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제 따라오지 못하는 업체는 도태시키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꽤 규모가 큰 제조업체 대표도 “이런 기준은 우리도 못 따라간다. 업계 줄도산이 우려된다”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정부도 업계의 우려 사항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약 개발, 품목 다변화, 품질개선이 꼭 필요하고 이를 위해 GMP 상향 등 제도선진화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어려움을 느낄 업계를 위해 시설 신축·보수, 원료구입 등 운영비, 펀드를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 등을 확대하고, 검역본부의 관련 조직 확대를 통해 GMP 평가나 반려동물의약품 인허가 및 심사 기능도 보강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또한, (가칭)동물용의약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업계 지원의 법적 근거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인체용의약품의 경우,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약산업 지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법을 동물용의약품 분야에도 만들겠다는 취지다.

올해 안에 법안을 발의하고, 내년에 제정·시행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정부 관계자는 “(동물용의약품산업발전대책에) 업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업체 관계자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곧 진행될 설문조사와 현장 조사에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협회장은 “범정부적으로 T/F팀을 구성하고 동물용의약품 산업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기회를 우리나라 동물약품 산업이 새롭게 도약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GMP 선진화? “방향 맞지만, 6개월짜리 용역으로 업계 현실 반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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