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가 낸 보험료의 2배를 진료비로 돌려받았다’ 가축질병치료보험 계속사업 확정
7년 시범사업, 운영평가에서 합격점..정부·농가·수의사 윈-윈 선순환 구조
가축질병치료보험이 올해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계속사업으로 이어진다. 시범사업에서 기대만큼 가입률이 오르진 못했지만, 가입한 농가의 만족도는 재가입률이 90%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던 덕분이다.
다만 당장 전국적으로 확대되진 않는다. 시범사업보다 예산과 시행지역을 다소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25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국우병학회 제29차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NH농협손해보험 김수련 과장이 가축질병치료보험 시범사업 현황과 향후 계속사업 추진 방향을 소개했다.
많이 가입하면 20%까지도..한우 중소형 농가가 다수
가축질병치료보험은 사람의 실손보험과 유사하다. 소 사육농가가 가입하면 수의사가 진료하면서 발생한 진료비를 보험금으로 받는다. 송아지와 비육우, 번식우, 젖소에 따라 보장하는 진료항목의 종류와 보험료가 다르다. 1년 단위로 가입해 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하는 순수보장형 상품이다.
2018년 도입된 가축질병치료보험 시범사업은 올해 종료된다. 시범사업은 첫 해 2개 시군에서 시작해 올해 15개 시군까지로 확대됐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가축질병치료보험에 가입한 소는 748농가 38,924마리다. 2022년 890농가 4만4천여마리까지 늘어났다가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올해는 551농가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가축질병치료보험에 가입한 절대다수는 한우다. 2023년 기준 93%를 차지한다. 농가 규모별로는 21~50두의 중소형 농가가 가장 많았다. 김수련 과장은 “대형 농장은 거의 가입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차도 크다. 2023년 기준 지역내 소 사육규모(대상두수) 대비 가입률은 합천이 20.6%로 가장 높았다. 함안(18%), 청주(16.1%), 강진(15.6%)이 뒤를 이었다. 반면 횡성이나 상주 등 소 사육규모가 큰 시범사업 지역에서는 거의 가입이 없다시피 했다.
김수련 과장은 “(보험료 농가 부담분에 대한) 지자체 예산 지원이 없거나 현장의 원장, 농가가 필요성을 덜 느끼는 등 여러 원인이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농가가 낸 보험료의 2배를 진료비로 돌려받았다
시범사업 운영평가에서 합격점
지난해 15개 시범사업 지역의 전체 가입률이 7.3%에 그치면서, 일각에서는 가축질병치료보험이 본사업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내년에도 가축질병치료보험은 계속된다. 김수련 과장은 “6월 20일자로 가축질병치료보험이 내년도 계속사업으로 공고됐다”고 전했다.
농식품부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시범사업 운영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가입농가의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는 점을 지목했다.
연구진이 실시한 가입농가 설문조사에서 가축질병치료보험을 활용한 적극 진료로 폐사율·사산율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81.5%를 차지했다. 전반적인 농가 생산비 변동성이 감소했다는 응답도 93%에 달했다. 보험료나 보상범위에 대한 만족도도 전반적으로 높았다.
김수련 과장은 “해마다 가입은 늘어나는 추세였고, 특히 재가입률은 90%대까지 올라왔다”고 전했다.
연구진이 사업 타당성을 분석한 결과 경제적 타당성은 편익대 비용 비율이 1.121로 나왔다. 통상 1을 넘기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지난해 가축질병치료보험에 가입한 농가가 부담한 보험료 절반은 약 16억원이다. 나머지 절반은 국비로 지원한다. 농가 부담분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더 지원하는만큼 실제로 농가가 낸 보험료 액수는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지난해 농가에 지급된 보험금은 28억원이 넘는다. 농가가 실제로 부담한 보험료의 2배가량을 진료비로 돌려받은 셈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가축질병 피해감소와 가축질병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통계자료 확보, 생산성 향상 등에 의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조사와 상품제도개선회의를 거쳐 계속사업으로 확정됐다. 김수련 과장은 “이미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내년도 계속사업을 공고하고 정부 예산안에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김 과장은 가축질병치료보험을 매개로 정부, 농가, 수의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가는 수의사의 조기 진료를 받아 질병으로 인한 손해를 줄이면서, 그에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 이상을 정부 예산에 기댈 수 있다.
그로 인해 농가의 자가치료 의지가 줄어들면 수의사의 진료권은 올라간다. 보험 진료가 늘어나면 수익구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축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고 가축질병에 대한 통계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20~30개 시군에서 본사업 첫 발 전망
‘농가 보조 더 늘려야’ 지적도
계속사업이 됐지만 단번에 전국으로 확대되진 않을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가입을 받으려면 보험료 절반을 부담할 국비 예산이 최소 수백억원 이상 필요한데, 당장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담은 내년도 예산은 올해 시범사업 예산의 2배 정도로 전해졌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계속사업 대상지역은 기존 시범사업 지역 15개 시군에 5~10개 시군을 더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수련 과장은 계속사업이 된 가축질병치료보험에 사업수지균형 유지와 상품개선 등을 과제로 지목했다. 장기적으로는 가축재해보험과 가축질병치료보험의 병합도 검토할 대상으로 꼽았다.
농가 가입을 더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부담분에 대한 지자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우 시세가 특히 좋지 않은 요즘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용선 대한수의사회 가축질병치료보험특별위원장은 각종 농작물 정책보험의 보험료 지원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가축질병치료보험에 대한 예산 지원이 더 늘어야 한다. 국회에서도 어려운 한우농가를 돕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의 좌장을 맡은 김두 강원대 명예교수는 “가축질병치료보험은 수의진료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라며 “계속사업이 된 만큼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수의사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안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