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급병원·전문병원 제도 도입 시 지원 체계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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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상급종합병원 인증마크

지난해 11월 정부가 마련한 동물의료 개선방안(동물의료 개선 종합대책)에 상급병원·전문병원 체계 도입 계획이 담겼다.

반려동물의 중증도 등에 따라 고난도 의료 등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급병원·전문병원을 지정하고 민간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참고할 수 있는 제도는 보건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지정제도와 전문병원 지정제도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는 인력·시설·장비, 진료, 교육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우수한 병원을 3년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한다.

현재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제도가 시행 중인데, 빅5병원(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47개 기관이 지정되어 있다.

전문병원 지정제도는 뇌혈관, 화상, 알코올 등 특정 질환이나 산부인과, 안과 등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화한 병원을 지정하여 운영하는 제도로 지난 2011년 시행됐다. 의료기관의 기능 재정립 및 병원의 전문화·특성화를 통한 중소병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됐다.

현재 12개 질환(관절, 뇌혈관, 대장항문, 수지접합, 심장, 알코올, 유방, 척추, 화상, 주산기, 한방중풍, 한방척추), 7개 진료과목(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한방부인)에 총 114개 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전문병원지정기관 마크
전문병원 지정 체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개 이상의 진료과목 확충 및 진료과목별 전문의 1명 이상 확보, 전문의 수련병원 지정, 연평균 1일 입원환자 10명당 1명 이상 의사(2.3명당 1명 이상 간호사), 중환자실 및 신생아중환자실 설치,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 비율 34% 이상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특수의료장비 중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 및 유방촬영용장치(Mammography)는 등록된 검사기관의 정기적인 품질관리검사에서 적합으로 판정받아야 한다.

전문병원 지정을 위해서도 ‘전문병원의 지정 및 평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각 질환별, 진료과목별로 정해진 특정 환자의 구성비율, 진료량, 의료인력 기준, 병상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설, 장비, 인력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데, 왜 많은 병원이 지정을 받기 위해 힘쓰는 것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정부 공인 최상위 의료기관·최고 전문병원이라는 명예를 얻을 수 있고, 정부 인증 ‘마크’를 통해 다른 병원과의 차별성을 강조할 수도 있다. 병원(혹은 병원장)의 자존심이 걸려있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는 상급병원·전문병원 지정을 받으면 따라오는 정부의 지원과 혜택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대비 5%P 많은 30%의 가산수가를 적용받는다. 의원급(15%)의 2배다. 같은 진료행위를 해도 건강보험 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전문병원의 경우에는 전문병원관리료를 받는다. 또한, 연간 약 7천억원의 예산으로 집행되는 의료질평가지원금도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전문병원에 평가 후 지급된다.

이조차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 전문병원관리료와 의료질평가지원금 인상과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정부도 “상급종합병원의 지정·평가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여, 보다 적합한 성과 기반의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물의료개선방안에 ‘상급동물병원·전문동물병원 지정 및 표시 근거 마련 계획’이 포함된 이후 “MRI 장비가 상급동물병원 지정 기준이 되면서 MRI 장비 판매가 늘어날 것”, “상급병원은 1차 진료를 못하게 할 것”, “석·박사 출신 수의사 숫자가 전문병원 지정 기준이 될 것”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지정을 위해 시설, 장비, 인력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될 동물병원에 어떤 지원·혜택·보상이 주어져야 하는지는 빠져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최근 전문수의사 및 상급동물병원 체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반려동물 표준 의료체계 권장(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10월까지 진행되는 용역이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과목 표시기준, 상급병원 지정기준 및 운영 세부 방안’을 12월까지 마련할 방침인데, 기준 마련뿐만 아니라 지정 시 지원방안도 꼭 함께 다뤄져야 하겠다.

[사설] 상급병원·전문병원 제도 도입 시 지원 체계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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