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피해자 간담회 열려..대처 미흡 지적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반려동물 식품 관리기준 강화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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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의정부을)이 고양이 급성질환 집단사망사고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13일(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피해자들이 꾸린 대책위원회 운영진들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묘연, 법무법인 거산 정우현·원시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사진 : 이재강 의원실)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은 지난 4월 대한수의사회가 주의를 당부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식욕저하와 비틀거림, 근색소뇨 등의 증상을 보이다 심하면 폐사에 이르는 환묘가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라이프와 묘연에 온라인으로 제보한 피해 가정은 7월 8일까지 363가구로 집계됐다. 고양이 586마리가 증상을 보여 이중 221마리가 폐사했다. 제보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접수됐다.

피해자들과 라이프·묘연은 이번 급성질환의 원인을 사료로 의심하고 있다. 환묘들이 한 사료제조 공장에서 특정 시기에 생산된 사료를 먹었다는 공통점을 보였고 간식, 물, 모래, 장난감 등 다른 환경조건에서는 별달리 겹치는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원인으로 지목된 사료 업체 측에서 해당 기간 생산된 제품이 수십만개인 반면 발병한 고양이는 훨씬 적다는 점을 지목하며 반박한 것을 두고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이런 주장은 ‘코로나에 감염되면 모두 죽는다’는 말만큼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

라이프·묘연에 접수된 제보를 살펴봐도 다묘 가정에서 같은 사료를 먹여 모두 폐사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발병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일부만 사망하고 나머지는 회복한 경우까지 다양하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같은 제품을 먹어도 고양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저질환이나 체질, 건강상태에 따라 발현되는 정도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정부, 고양, 하남, 성남 등 경기지역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피해자대책위원회의 신다빈 대표는 대책위 구성 후 여러 정부 부처를 많이 만나고 다녔다면서 “이야기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정부 입장은 변함없이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반려동물 질병에 대한 예찰·역학조사 체계가 아직 미흡하다. 실제 피해 사례를 정확히 가려내고, 의료데이터를 수집해 위험요인을 찾아야 하는데 이를 주도할 기관도 법적 근거도 없다. 단순히 유해물질 검사를 벌이는 정도에 그쳤다.

충북대 수의대 민경덕·이범준 교수는 지난달 대한수의학회 학술지 KJVR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려동물 질병을 감시하고 역학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의료데이터 수집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상관관계가 있다면 다른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 해당 사료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거나 ‘사료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올인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다른 환경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회피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간담회에 참여한 피해 보호자들 중에는 현직 동물병원 직원 이 모씨도 있다. 이 씨는 동물병원이 전국적인 집단 질환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가 근무하던 병원에서도 이 씨의 반려묘에서 신경근육병증이 나타나고 나서야 문제를 알게 됐다. 앞서 대한수의사회가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지만, 개별 동물병원이 챙겨보지 않으면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씨의 반려묘 2마리 중 1마리는 사망했고, 1마리는 미리 입원시켜 치료를 시작한 덕분에 살릴 수 있었다. 이 씨는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1년 뒤, 2년 뒤에도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단체와 피해자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펫푸드에 대한 엄격한 관리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축용 사료를 위해 만들어진 현행 사료관리법으로 반려동물 식품을 관리하기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사료관리법 개정 대신 가칭 ‘펫푸드안전관리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강 의원은 영국 거주 당시 접한 선진 반려동물 문화를 예로 들며 식품을 비롯한 동물복지 정책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전했다.

오는 8월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해당 토론회는 이재강 의원을 비롯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원택 의원과 농해수위 위원인 장경태 의원,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한정애 의원과 함께 주최한다.

국회서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피해자 간담회 열려..대처 미흡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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